불안한 국내외 정세와 병든 사회로 인해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현시점에 있어 인간본성을 회복하기 위한 비상구를 찾아야 함은 시대적 요구요 절대절명의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현실에서 문학의 역할은 무엇일까. 문학은 사회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고 인간을 배제하고서는 존재가치가 없는 것이다. 일본의 사상가 가라타니 고진은 '현시대가 문학이 더 이상 역할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으며, 이제 작품은 없고 오로지 상품뿐인 시대'라고 일갈하였다. 그러나 신청인의 생각은 이와 다르다. 문학이 우리시대의 격동과는 무관한 채로 남을 것이라는 가정은 가장 아둔하고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본다. 지금은 인류와 사회, 인간적인 모든 면에서 역사상 가장 극심한 혼돈과 해체를 겪고 있는 격동의 시대인 것은 분명하다. 이 혼돈 가운데 해체되어 문학 또한 보잘 것 없는 파편으로 전락할 것인가, 아니면 혼돈과 해체의 시대에 다시 새로운 질서와 원리를 만들어 내어 존속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시대의 문학은 사회와 인간에게 제대로 된 가치관, 참된 이념, 의미, 질서, 진리를 제공하여야 하며 잃어버린 정체성을 찾아 인류와 공영하여야 한다.
세상이 이렇게 피폐한 지경까지 오게 된 데에는 사회와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문학과 작가들이 제 역할을 올바로 수행하지 않은 책임이 크다. 문학이 사회와 인간에게 저버림을 받지 않으려면 끊임없는 탐구와 정진을 계속해야 한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꼭 필요한 것이 문학이라고 본다면 그 중심은 당연히 수필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중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고 무엇보다도 파급효과가 큰 문학 쟝르가 수필이라고 단언한다면 지나친 오만일까. 근래 수필창작에 종사하는 인적구성의 폭이 매우 넓어졌으나 수필인구의 활성화 수준에 비해 작품 수준은 여전히 주변성과 일상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모순된 수필의 위상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수필이 우리 문학 전체 영역에서 중요한 역할과 기능을 담당하게 하여야 함이 깨어있는 수필가의 당면과제다. 수필이 문학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자리매김하자면 오래된 낡은 옷을 과감히 벗어버리고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여야 할 것이다. 고정관념에서의 일탈, 기존 질서를 파괴하지 않으면 수필의 혁명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시대에 부응하고 역사의 흐름을 제대로 읽는 깨어있는 작가들의 활동이 무엇보다 시급한 이 시점에 신청인이 내놓은 수필집 한 권이 현대인의 잃어버린 자아를 되찾는 계기가 되고 각종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 모두가 건강한 삶을 영유할 수 있는 치유 문학으로써 백신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