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들은 몇 년에 한 번씩 수필집을 상재합니다. 작가의 분신이자 뿌듯한 결실입니다. 여인이 산고의 아픔을 겪으며 아기를 생산하듯이 수필집 또한 그에 버금가는 고통 없이는 나올 수가 없습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원고지를 붙들고 행간에 눈총을 쏘아댈 때 영혼의 심지에 불이 켜짐을 느낍니다. 작가만이 경험하는 열정이며 사랑입니다.
흔히 독자들은 말합니다. 제대로 읽을 만한 글을 쓰라고 주문합니다. 함량미달의 수필집을 남발하는 현 세태를 보면서 비아냥거리기도 합니다. 그런 독자의 반응을 예상하면서도 굳이 수필집을 내는 것은, 담고 있기엔 너무 가슴이 뜨거운 때문입니다.
열악한 출판계에 한 권의 책을 냄으로서, 미미하지만 출판의 활성화를 도모함과 해당분야의 발전에 기여한다고 봅니다.
부담 없이 큰 지식 없이도 읽어낼 수 있는 게 수필입니다. 수필만큼 독자층이 두터운 장르도 없습니다. 쉬운 수필, 재미있는 수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수필로 독서 인구의 저변 확대에 일조하려고합니다.
부산에는 삼 백 여명의 수필가가 활동 중입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그동안 많은 작가들로부터 수필집을 받아왔기에 책 빚을 갚기 위해 책을 낸다고도 합니다. 양질의 읽을거리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수필집은 꾸준히 발간되어야 합니다. 한 줄의 글이 가슴에 닿는 정신적 공감이야말로 문학이 주는 파급효과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