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16일은 윤동주 서거 70주년이 되는 날이다. 해방되기 6개월 전인 1945년 2월 16일, 한국의 가장 순수한 서정시인이라 일컬어지는 윤동주는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마루타로 사망했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수혈할 피가 모자라던 일본군은 피를 대체할 생리식염수가 필요했고, 더 나아가 바닷물이 생리식염수를 대체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 그렇게 윤동주는 피 대신 바닷물을 주입받으며 묽혀져 죽어갔다. 윤동주 서거 70주년을 맞아, 현 시대 우리 삶에 윤동주의 투명한 삶의 울림을 던지고자 한다.
이 극은 절대 순수를 꿈꾸던 한 개인의 영혼에 관한 극이다. 폭력적인 시대는 존재적 순수함을 추구하던 한 개인을 물질화하고 그의 영혼을 짓밟는다. 시인 윤동주조차 난폭한 시대 속에선 하나의 몸, 마루타였을 뿐. 그의 영혼은 피를 뽑고 바닷물을 주입당하는 생체실험 속에서 묽혀져 죽었다. 모든 것이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그 합리의 그늘 속 사람은, 영혼은 얻에 있는가? 인간이 인간인 이유는 물질 속 살아 숨쉬는 영혼 때문이 아닌가. 우리가 기억하고 부끄러워하고 그리워하는 바로 그 것.
지금 이 시점에 윤동주를 만나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가장 순결한 영혼의 결정체. '단 한 여자를 사랑한 적도, 시대를 슬퍼한 적도 없다'고 고백하는 윤동주는 독립운동가도, 민족시인도 아닌, 지극한 순수를 지향하는 개인 그 자체일 뿐이다. 2015년 2월 16일은 윤동주 시인이 묽혀져 죽은 지 정확히 70년이 되는 날이다. 윤동주를 만나 부끄러움을, 묽어지지 않는 영혼을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