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
그것은 어쩌면 나뭇잎을 흔드는 귀엣말처럼 시작되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그러다가 귀엣말은 나뭇가지를 흔들고 들판의 푸른 풀들을 일으키는 거센 함성이 되었다.
.영상 (부마항쟁 영상)
.To Somebody : 억압에 저항해서 떨쳐 일어난 역사.
그 속에서 우리는 패배도 하고 혹은 때로 약간의 승리를 맛보기도 했다.
그러나 부정한 권력은 끊임없이 민중의 삶을 옥죄고 흩어놓고 불안에 떨게 만든다.
제대로 목숨을 건사하며 살기조차 힘든 시대를 건너고 있는 사람들.
그 속에서도 서로 손 내밀고 함께 목소리를 내고 더운 마음으로 연대를 한다.
- 바람길
바람도 길이 있다.
솔바람이 흐르는 길, 산들바람이 산들거리는 길, 도도하게 불어오는 큰 바람이 가는 길.
혼자, 여럿이, 큰 무리가 가는 그 길에는 언제나 바람이 불었다.
다시 시월의 바람이 분다.
보석 같은 아이들을 잃은 어미와 아비의 비통함 위에.
총장직선제라는 가치를 위해 자신을 던진 참 지식인의 생애 위에.
수백일간 땅을 딛지 못하고 허공중에 머무는 고공 농성자들의 거친 발등 위에.
갈등과 아픔이 있는 이 땅 모든 것들 위에 시월의 바람은 머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