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은 깨우침의 소리이다. 선승(禪僧)들 사이에서 행해지는, 배우는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꾸짖는 소리. 또는 말이나 글로 나타낼 수 없는 불교의 이치를 나타내 보이는 소리이다. 때로 주장자로 책상을 치기도 하고, 때로 고함을 쳐서 대중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기도 하는 깨침의 문이다. 작품 할에서는 춤으로 그 깨침의 문을 열고자 한다. 그동안 추어왔던 전통의식을 바탕으로 한 춤과 우리의 역사 속 애환과 현실의 아픔을 표현하던 것을 하나로 꿰어 우리의 현실 속에서 역사를 보고 그 역사 속에서 우리의 전통을 다시 찾는 작업을 이 작품을 통하여 시도해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의 시도로 수행과정을 단계적으로 표현한 심우도(尋牛圖)의 첫 번째 심우(尋牛) 게송(偈頌)을 빌려와 춤으로 형상화해 보고자 한다.
[할, 하나 / (부제) 길에서 춤을 묻다]는 다양한 매체와의 융합적인 작업이 이루어 질 것이다. 춤이 가진 관념적인 의미와 추상성을 설치미술과의 협업을 통해 작품의 이해를 도울 것이며, 다양한 장르들이 의식화, 의례화를 거쳐 새로운 장르로 양식화되어 이 시대의 새롭고 원초적인 굿인 ‘신생굿’으로, 이 시대의 새로운 ‘의례춤’으로 만들고자 한다. 종교적 제의의 형식을 빌리지만 예술은 이 시대 사람들의 정신적 중추역할을 하는 것이고, 그것은 춤을 통하여 발현되는 것이다. 춤을 통하여 삶을 포착하는 그 행보에 앞장설 것이다. 작품 [할, 하나 / (부제) 길에서 춤을 묻다]는 삶 자체, 에너지, 역동성, 우리의 내적인 힘, 잠재성을 상징하는 ‘소’를 찾아나서는 인간의 숭고한 정진을 통해 진정한 우리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고자 한다. 그것은 춤을 통해, 춤의 본질을 찾아가는 것과 일치하며 카오스적인 춤의 에너지가 정련된 의례를 통해 코스모스적인 춤 언어의 질서를 만드는 가장 순수한 작업이 될 것이다.
삶은 길이다. 삶의 길은 돌과 소금 사이로 굽이를 튼다. 그 사이에 생명의 염원이 쌓이고, 허물어지고, 다시 쌓이고, 천 개의 바람이 분다. 삶이 다쳤을 때, 그리하여 사무치게 아플 때, 아득한 우주의 별을 품고 있는 돌과 태고의 바다로 이어지는 소금, 그 사이에서 삶은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돌이 품고 있는 근원적 생명의 불꽃과 소금이 가진 정화와 치유의 힘을 다시 얻어야 한다. 그 생명의 불꽃과 치유의 힘은 기어코 춤이 될 것이다. 맨발로 돌과 소금을 밟는, 생명의 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