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실재’는 이윤을 추구해야하는 시장 경제가 장기적으로 자기보존과 지속도 못한다는 점과 그 누구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는 더욱더 혼란해지고 국가의 기능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더 이상 우리 사회는 굳건한 참호 속에 있지 않으며 ‘항구적인 불안정’ 속에서만 존재한다.
불안정한 사회 속에서 개인들의 삶마저도 경제와 사회적 지위, 여유 등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하려는 의식 또는 행위조차 사회의 계급적 자유로부터 독립적이지 않고, 정의롭게 보호되지 않고 있다. 단순한 관심만으로 공동의 것들을 회복하기에는 개인들의 파편화가 너무 심화되어 있고, 외부로부터 보이지 않는 무수한 착취에 노출되어 있다. 오늘날 불안정한 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은 스스로를 착취하고, 무수한 강박 속에 공동의 것들을 요구 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 채 살아간다.
이러한 사회 속에서 예술의 역할은 실재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가려진 실재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사회를 아름답게 미화하는 것이 아닌 실재의 개인의 위치를 작품으로 드러냄과 동시에, 사회 속에서 예술의 역할을 재확인하고자 한다.
이번 작품들은 다른 관점들과 상황들을 대면시킴으로써 공존하지 못할 것들이 혼성된 공간으로, 안락함 이상의 것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작품은 하나하나마다 ‘파편화된 개인’, ‘개인 스스로 착취하는 상황’, ‘ 개인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믿음’, ‘ 텅 빈 행복감’ 등 불안정한 사회속에서의 개인을 숨김과 치장 없이 담고 있다. 이것은 소리, 영상, 사진, 기타 설치물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표현되며, 관람자들은 공간속에서 배치된 이 설치물들을 감상 하고 사유 하게 되면서 불안정한 공간속에 있는 개인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