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라는 신분을 벗자 나는 아무것에도 속하지 않게 되었다. 나를 '무엇' 이라는 한 단어로 설명 할 수 없게 되었다. 나는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 이 되어버릴 까봐' 불안했다. 불안의 나날들에 날마다 다른 불안의 형태를 기록했다. 이전의 작업들이 나를 표현하기 위함이었다면 이번 “불안의 기록과 형태”들은 내가 나 자신을 확인하고, 나를 지킬 수 있기 위함이다.
*기획의도
지난 몇 년간 나는 부산의 길 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집중 했다. 그리고 그것들이 나에게 끼치는 영향들을 작품으로 표현 해왔다.(석사학위청구전: 일상의 무늬)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나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고찰하고 이를 통해 발견한 심상을 작품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나는 오래 전 부터 “고래”의 형태를 빌려 나의 내면을 표현해왔다. 힘겨운 현실을 피해 뭍에서 바다로 도망쳐 버린 고래는 의욕적이지 못하고 불안에 떠는 나의 모습을 대신한다.
이러한 고래의 형태를 2014년 말 부터 오늘까지 하루에 한 마리씩 스케치 해왔다. 그 스케치를 토대로 작품제작을 하고자 한다.
고래 스케치는 지난 1년간 긍정적인 변화를 겪어왔다. 나는 1년간의 스케치를 100일 간격으로 3분할하고, 각자 다른 기법과 재료를 통해 작품으로 표현할 계획이다.
(1)1일~100일
고래의 정직한 형태를 유지하고자 애썼다. 이는 현실에서 변화를 두려워하는 나의 불안감을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이 불안의 형태를 그대로 천에 옮겨 바느질 하는 작업을 하였다. 나의 불안의 형태들을 실로 바느질 하여 옮기는 작업을 통해 불안의 원인과 나 자신에 대해 고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작품은 100점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 70%이상 완성 되었다.
(2)101일 ~ 200일
고래 스케치가 형태나, 크기 면에서 자유로워 졌다. 때론 그날의 기분에 따라 춤을 추거나 형태가 일그러지기도 하며, 나의 스케치에서 색감을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형태 변화를 캔버스 위에 아크릴로 자유롭게 표현할 계획이다.
(3)201일 ~ 현재
조금 더 다양한 형태 변화, 여러 모습의 스케치를 시도 하고 있다. 이제는 하루에 하나, 각자의 형태가 아닌 매일 스케치하는 모든 감정의 형태가 가지는 유기적인 관계에 대해 고찰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모든 불안, 감정의 형태들이 모여 있는 표면적 표현에 대해 연구 하고자 한다. 본인의 전공인 섬유공예를 활용한 패턴디자인과 다양한 재료를 융합하여 작품제작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