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현실을 소재로 한 예술작품은 많다. 나의 작업 또한 의식이 무의식에 어떻게 침투하는지, 또 무의식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현실에서 드러나는지 분석하기 위해 꿈과 현실의 경계를 작업의 모티브로 구성한다. 위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현실과 비현실의 전이현상을 관찰하고 그 속에서 내가 발견한 ‘반의식’에 대한 사유를 구체화 하고자 한다. 환기된 기억의 실재성과 비실재성을 가늠하고 현실과 비현실의 모호한 경계와 의식과 무의식의 연쇄적인 관계를 밝히는데 있어 예술적 표현의 유효성을 토대로 ‘기억의 사진적 재현’의 가능성을 밝히고자 한다. 또한 기억의 환기를 통해 과거의 기억을 재해석할 필요성을 설명하고 그 자체가 스스로 삶을 고찰 할 수 있는 유의미한 시간임을 말할 것이다. 이는 모두 ‘내 안에 있는 타인과의 대화’이기에 스스로에게 빌린 이야기임을 설명 하고자 한다.
이러한 ‘잠재적인 빈 공간’을 표현하기 위해 일어나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보게 되는 공간인 천장을 현실과 꿈이 투사되는 화면 같은 것이라고 설정했다. 실제로 나의 방안 천장에서 부터 지인들의 거실과 방안의 천장, 각 지방 여인숙을 돌아다니며 천장을 찍었다. 동시에 어린 시절 겪은 몽유병을 모티브로 하여 즉흥적인 행위를 하는 셀프 포트레이트를 만들었다.
사소하며 지극히 일상적인 풍경 속에서 일순간 모든 지각대상들이 낯설어지는 순간이 있었다. 나는 이러한 내적 환기를 재현하기 위하여 연출방식을 선택한다. 이것은 ‘다시 읽기’와도 같은 것이며, 다시 읽혀진 기억은 새로운 의미를 낳아 갔다.
풍경에서 오는 즉각적인 연상의 반복 속에서 단발적인 기억에 매달리고 그 인상을 포착하기 위해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모든 감각과 심상을 기록한다. 나의 환상 속에서 기이하고 낯설어진 현실은 심리적 갈등과 혼란을 만들어내고 이를 꿈처럼 남겨진 기억으로 재현한다. 나에게 있어 ‘몸짓’은 지극히 개인적인 사건에 뿌리를 두고 있다. 「빌린 이야기」에서는 자기 공격적이거나 무기력한 몸짓들이 반복된다. 기이한 행위들의 열거는 혼란스러웠던 시간의 재현이기도 하며, 논리적이거나 명확하지 않는 기억의 재현이기도 하다.
나는 기억의 ‘환기’를 통해서 의식과 무의식의 ‘사이 체험’, 즉 ‘반의식’의 상태를 경험하게 되었고 그 속에서 ‘잠재적인 빈 공간’을 탐구하였다. 실제로 작업을 진행하면서 대면하게 된 공간들을 통해서 지나간 기억이 환기되고 동시에 과거의 기억이 다시 재구성되어 연결되는 경험을 했다. 이는 ‘체험의 사실’보다도 앞서 중요했던 ‘체험의 주관적 기억’을 상기하는 과정이었다. 기억의 환기는 보존된 과거의 재현이 아니다. 그것은 언제나 변태 속에 있으며, 쇄신을 준비하고 있는 창조인 것이다.
시각 매체 예술은 바로 이러한 특이점을 강점으로 활용 했을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예술가의 상상과 집념과 열정은 예술가의 손끝에서 하나의 물질성을 획득 하게 되고 이어 관람자의 시선을 매어 놓으며 사고의 확장과 시공간을 초월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전시 작품 수와 작품 세부 크기
총 111점 전시 (12x20cm 100점 / 70x105cm4점 / 80x120cm 1점, 90x135cm 1점 / 110x165cm 5점)
*전시디스플레이와 작가와의 대화, 도슨트 프로그램의 성과 평가 :
전시작품은 총 111점으로 신작 12x20cm 사이즈 100점과 110x165cm 사이즈 2점, 70x105cm 2점과 기존작품 7점으로 구성되었다. 빌린이야기 시리즈의 그 전 전시를 관람한 관객들에게도 이번의 전시는 기존 시리즈의 구성방식과 차별화되어 새로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작품 진행과, 기획, 디스플레이, 프로그램 구성을 모두 주체적으로 진행하였기에 더 뜻깊고 발전을 느끼는 전시였으며, 부산문화예술의 기반과 정서에 일조를 하고 있다는 의식은 부산작가로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본 전시 중 진행된 작가와의 대화와 도슨트 프로그램에서는 반의식의 경험을 기억의 환기방식과 연결하고 일상의 사소한 경험이 사유를 증폭 시키고 사진적 재현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작업과정을 설명하며, 정신세계를 관찰하는데 있어 예술적 접근과 표현이 가지는 의의를 논의해보고자 했다. 사회자와 작가 그리고 관람객이 질문과 응답을 하는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참여관객이 있었고 다양하고 풍요로운 질의응답 속에서 기억을 환기하고 재해석하는 것이 우리의 삶에 필요한 행위임을 이야기하는 담론의 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