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들어와 수필은 새로운 전환 국면을 맞이한다. 디지털 시대의 문화적 특징이 수필이 성장하는 데 최적의 여건으로 작용하면서 수필 창작은 놀랄 정도로 확대한다. 수필 창작 인구, 수필문학 동인 단체, 발표 매체 등이 급격히 늘어나 수필의 시대가 열린다. 수필의 양적 팽창은 새로운 세기에 일어난 문학계의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작품 생산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이로 인해 대중의 글쓰기 수준이 크게 향상되었지만, 이에 대한 이론 생산과 비평적 평가가 제대로 뒤따라주지 않았다. 또한, 시와 소설 중심의 엘리트 문학관은 여전히 수필에 관한 선입견을 지우지 못했다. 여기에다가 디지털 매체가 문화를 주도하는 현실에서 문학은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독자 이탈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결과로 수필가는 늘어나는데 독자는 오히려 감소하는 불균형 현상이 두드러진다. 30여 개가 넘는 수필 잡지가 있으나 대부분 고만고만한 작품을 모아 발표하는 데만 급급하고 수필문학에 대한 반성적 검토에는 손놓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현재 수필문학의 현실과 문제점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반성적 시각이다. 작품의 꽁무니를 따라다니는 일차원적 비평에서 벗어나 오늘의 수필문학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새로운 활로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필에 관한 이론과 자의식의 장을 꾸준히 펼칠 필요가 있다. 이 비평집에 수록된 글은 대체로 이 같은 뜻을 구현하려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