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실업자들과 그 가족의 자화상을 그린 이상섭의 소설집『바닷가 그 집에서, 이틀』. 앞선 두 권의 소설집에서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내세웠던 작가가 이번에는 그들의 아들 세대 목소리를 담아내었다. 실업자로, 백수로, 아르바이트생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실업청년들과 그들의 기원인 가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은 비정규직 은행원, 입대를 앞두고 퀵서비스 기사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제대 후 새엄마를 뒷조사하는 아들 등 이 소설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사회로 들어갈 출구를 찾지 못한 이십대 청년 실업자들이다. 성년으로서의 삶이 미루어진 인물들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청년 실업 문제를 통해 우리 시대를 다각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실업 자체보다는 실업청년 가족의 자화상을 함께 다루고 있다. 부모가 부재한 상황에서 스스로 아버지와 어머니가 되어 소통하는 과정, 왜곡된 사랑의 기원과 그 사랑이 낳은 일그러진 가족의 모습, 희망과 절망을 오가는 가족 사이의 소통 등을 그렸다. 작가는 젊은이들의 언어인 은어, 비속어, 언어유희를 통해 이 시대 비주류들의 계층성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