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어른들이 집들이 가실 때,
세제나 성냥을 들고 가시는 걸 보았다.
왜 성냥을 들고 갈까?
나름 결론을 내렸다.
어른들도 불장난을 좋아하는구나!
집에서 몰래 들고 나올 땐
성냥 몇 개피 와 성냥 긋는 종이 부분을 조금 찢어서 나왔다.
동네 공터에서 불을 지피고 놀았다.
썰매 타러 갈 때도 성냥을 가지고 간다.
얼음이 깨져 양말이 젖으면, 불 피워 놓고 말렸다.
늦은 오후 해가 넘어갈 무렵 집에 들어오면,
어머니는 귀신 같이 알아냈다.
밤에 화장실 갈때도 양초를 찾지 못하면,
성냥통을 가져가 볼 일 보는 동안 성냥불 릴레이를 했고,
타고난 성냥재가 수북했다.
군대 가서는 인천의 "성냥 공장 아가씨"를 맘껏 불렀다.
군가는 딱딱하고, 뭔가 세뇌 시키는,
아무튼 재미가 없고, 자연스럽지 못했다.
"성냥 공장 아가씨'는
현실적으로 힘든 삶이 생동감 있게 느껴지며,
솔직하고, 시원하며,
슬프기도 한 현실적인 노래였다.
언덕길을 걷다가
트럭 바퀴에 밟혀 납작하게 구겨진 성냥통을 보았다.
물에 불려 겉모습을 복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