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불은 경북 영덕군 병곡면에 자리한 해수욕장이다. 고려 말 성리학자인 목원 이색이 고향인 영덕에서 관어대에 올라 바다를 내려다보다가 물을 내뿜는 고래를 목격하고 지은 구절이 시에 인용됐다. ‘상대산 관어대에 올라 목은이 고래를 보고 읊은 시는/큰돌고래 찬가였을까 낫돌고래 찬가였을까/고래들이 떼 지어 놀면 기세가 창공을 뒤흔드네’.
하지만 오늘날 고래불에는 고래는 보이지 않고, ‘화답 없는 인간 고래만이 와글와글’할 뿐이다. 서 시인은 “비슷한 맥락으로 표지에 흑등고래의 그림을 넣었다. 자세히 보면 로봇고래다. 환경 파괴로 고래가 로봇으로 대체되는 시대를 그렸다”고 말했다.
시인의 위기의식은 5부에 수록된 ‘기후변화에 관한 보고서’에 더 사실적으로 표현돼 있다. ‘얕은 바다로 회귀하던 눈치 빠른 물고기가 심해로 달아난다’. 서 시인은 “연안의 수온이 오르니까 물고기가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고, 더운물에 사는 물고기와 찬물에 사는 물고기가 한데 섞이는 괴현상이 일어난 걸 표현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서 시인은 ‘파도를 타고 우주로 날아가 천억 개의 푸른 별빛을 모으리’라는 시구를 통해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학자의 자세를 보여준다. [출처 국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