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인의 그림을 처음 만나는 이는 극사실로 그린 도자기 그림에 잠치 멈칫하게 된다. 유화 작품이 아니라 갓 가마에서 구워져 나온 도자기를 마주하는 듯 도자기의 섬세한 색감과 질감에 잠깐이지만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
태인은 도자기를 만들지 않고 그린다. 오브제로서의 도자기는 낯설지 않다. 그러나 작가에게 도자기는 단순한 오브제 이상의 그 무엇이다. 작가의 부모님이 도자기 공장을 운영하셨기 때문이다. 경기도 여주 도자기마을에서 도자기를 구우며 평생을 보낸 부모는 경외의 대상이자 부정의 대상이었다. 어릴 때부터 흙과 불과 도자기라는 환경에 둘러싸여 성장한 작가에게 도자기는 가장 익숙한 존재이자 어떤 근원일 것이다. 오래 세상을 떠돌며 상처 입은 후 돌아간 고향에서 작가는 그녀를 키운 근원을 새롭게 만난다. 그녀의 화폭에 자연스럽게 도자기가 스며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