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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부산시립극단 '언챙이 곡마단' 14.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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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14년 2월 27일~3월 2일
시간 :  오후 7시 30분(평일), 오후 3시·7시 30분(토·일요일)
장소 : 부산문화회관 소극장
티켓가 : 1만원
문의 : 051-607-3100

부산시립극단이 지난해 9월 초연한 '언챙이 곡마단'을 오는 27일부터 단 나흘 동안만 무대에 올린다. 황산벌 전투 전후 시기를 배경으로 한 극작·연출가 김상열의 작품이 원작이다.

극 중 인물 캐릭터는 강하게 대비된다. 태종무열왕(김춘추)은 역사의 주인공이 되고자 전쟁을 불사하고, 법민 태자는 전쟁의 최면에 빠진 왕과 장병들을 안타까워하며 끊임없이 설득한다. 의자왕은 바꿀 수 없는 미래는 일찌감치 포기하는 현실 순응주의자로, 계백은 가족보다 나라와 왕을 위해 자신과 가족의 목숨을 기꺼이 버리는 애국주의자로 등장한다. 김유신은 전쟁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극에서 전쟁은 삼국통일이나 나당연합의 부조리 같은 각각의 주장을 내세우지 않는다. 과장된 캐릭터는 그 명분들의 덧없음을 더 명징하게 드러낼 뿐이다. 오히려 전쟁의 참화 속에 아무 잘못 없이 죽어간 삼천 궁녀와 계백의 가족, 화랑 관창 등이 더 조명된다. 전쟁을 승패의 결과로만 재단해 온 역사와 그에 익숙한 우리의 시각에 근원적인 의문을 던지는 것이다. 전쟁 속에 백성들은 수없이 죽어 가지만, 한편으로는 왕조와 나라가 바뀌어도 큰 변화 없이 그들의 삶은 계속된다. 한없이 약하지만, 결코 스러지지 않는 들풀과 같다.

 또 등장인물들은 사소한 습관을 반복적으로 보여 준다. 습관처럼 역사도 되풀이되는 것임을 이야기하려는 모양이다. 나아가 사소한 습관이 주장과 명분보다 개인을 가장 잘 드러내는 요소일 수도 있다는 점, 개인과 사회의 작은 습관을 재구성하는 것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될 수 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일지도 모른다. 극 전반을 흐르는 음악 '봄날은 간다'는 계절이 바뀌듯 역사적 상황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변주된다.

문석봉 시립극단 예술감독이 연출한 초연에서 회전무대와 액자식 배치로 화제를 모았던 이 작품에, 이번에는 오세준 동서대 뮤지컬과 교수가 공동연출로 힘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