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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갈무리]부산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실태현황

발행일2019 발행처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첨부파일

부산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실태현황

 

송교성 (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 실장)

 

미투운동과 함께 문화예술 분야 전반에 걸친 성희롱?성폭력 사례들이 SNS, 언론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폭로됨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를 중심으로 조사가 이루어졌다. 먼저 2017년 말 문학, 미술, 사진 분야를 중심으로 예술분야 성폭력 실태 시범조사가 추진되었다. 2018년에는 폭로된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조사하기 위하여 인권위원회와 협력해 특별조사단을 운영하였으며, 이후 공연예술계(연극, 뮤지컬, 무용, 서양음악, 전통예술)와 대중문화예술계(만화, 방송, 음악, 패션)의 성폭력 실태조사도 추진되었다.

이처럼 분야별 조사는 추진되고 있으나, 현재까지도 지역 차원에서의 실태조사는 본격화되지 못하고 있는데, 부산은 부산문화재단이 2018<예술인복지정책 수립을 위한 예술인 실태 및 예술인복지 만족도 조사> 과업의 일환으로 부산지역 문화예술계 성폭력 문제에 대한 인식과 피해 사례 조사(조사명 : 2018 부산 문화예술계 성폭력 실태조사)를 추진하였다. 오랫동안 문화예술계의 성폭력 문제들이 만연함에도, 묵인되어 왔던 것에 비해서는 뒤늦은 것이 사실이지만, 정책적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대응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는 의의를 가진다.

2018년 조사는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대면조사가 아닌 온라인 조사로 추진되었으며, 예술인 실태조사와 동일하게 부산 지역에서 활동 중인 예술인 2,000명을 조사하였다. 다만, 상대적으로 성폭력에 취약한 예비 예술인(청년, 대학생 등)을 조사대상에 적극 포함하여, 10-20대 연령의 비중이 다른 연령층에 비하여 높게 (28.5%) 응답되었다. 전체 응답자의 성비를 살펴보면, 남자 36.4%, 여자 62.3%, 예술 분야별 분포를 살펴보면, 미술이 34.4%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그 다음으로는 음악, 문학, 국악, 연극, 무용 등의 순으로 응답하였다.

우선 부산지역 문화예술계 성폭력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33.3%가 심각하다고 응답, 심각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20.1%)보다 높게 나타났다. 그런데 남자에 비해 여자가, 타 연령대에 비해 30대 이하는 심각하게 인식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미술과 연극, 영화 분야 예술인은 타 분야에 비해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문화예술계 내 성희롱·성폭력(이하 성폭력)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예술계 내의 불균형적인 권력관계로 인해 발생한다고 인식하는 비율(36.4%)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성폭력 문제를 가볍게 여기는 특유의 분위기도 큰 비중(31.4%)을 차지한다고 인식하였다. 그런데 성폭력의 주 발생 원인과 관련해서 30대 이하 예술인은 권력관계로 인식하는 반면, 50대 이상은 문화예술계 특유의 분위기로 인식하는 등 세대별로 원인에 대한 입장 차가 존재하였다. 분야별로도 차이가 있었는데, 음악과 무용, 국악 분야는 예술계 내 심각하게 기울어진 권력관계를, 문학과 연예 분야는 성폭력을 가볍게 여기는 문화예술계 특유의 분위기를 응답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10명 중 1명 정도는 문화예술계 활동 중 직접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피해 장면을 목격하였거나 그런 사실을 전해들은 적이 있는 응답 비율은 40% 이상으로 매우 높은 편으로 드러났다. 직접 경험한 경우와 피해를 목격한 경우 모두 성폭력의 유형과 가해자 직위를 유사하게 응답하였다. 유형은 주로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와 음담패설, 성적 농담 등의 언어적 성희롱 행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가해자의 직위는 주로 피해자와의 권력관계에서 상위에 위치하고 있고, 일상적으로 같은 공간에서 대면 가능성이 높은 교수/강사/교사 및 선배예술가의 비율이 높다고 응답되었다.

직접 경험한 성폭력 피해 이후에 대응방법, 목격된 피해의 해결 결과에서도 대체로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다고 여기거나, 작품 활동에서 불이익 등 가해자의 보복과 2차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인 것으로 응답되었다. 끝으로 문화예술계 성폭력 문제 대책에 대해서는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제재 및 징계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응답되었다. 이와 더불어 인식변화 캠페인 및 성평등 교육과 성폭력 해결을 위한 법/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되었다.

한 번의 실태조사로 오랫동안 쌓여있던 문제나 구조적 한계들을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지나온 길을 되짚어보고, 방향을 찾아나가는데 있어서 중요한 첫 이정표라는 점에서 2018년 조사는 의미를 가진다. 앞으로도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실태조사와 함께 깊이 있는 현장조사 등을 통하여 지역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문제를 적극 해결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더 자세한 조사결과는 부산문화재단 홈페이지 발간자료 메뉴에서 다운로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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