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사회적 역할
김정주(Gachi ART 대표)
플라스틱의 역습
인류가 존재하는 동안에는 쓰레기는 계속 발생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먹고, 마시고, 입고, 물건을 사용하는 모든 과정에서 쓰레기는 계속해서 생겨난다. 심지어 단 한번도 사용하지 않고 쓰레기로 버려지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대부분의 쓰레기들은 쉽게 썩거나 분해되지 않아서 여러 가지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있다.
그렇다면 매일 쏟아져 나오는 많은 쓰레기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무턱대고 소각하거나 땅에 매립하면 거기에서 나오는 침출수, 악취, 유해물질들로 대기가 악화되고 토양과 수질에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생활 속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물건을 살 때 좀 더 신중해야 하며 사고 나면 오래 쓰도록 하고 쓸 만하지만 안 쓰게 된다면 필요한 다른 사용자에게 전해져야 한다. 일회용보다는 다회용으로 재사용되어야하고 최종으로 버릴 때는 분리수거로 자원순환의 재활용이 되도록 해야한다.
2050년이 되면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계 쓰레기가 바다에 물고기 수보다 더 많은 시점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천일염 그리고 물고기와 조개류 내장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며 각질제거를 위한 세안용 스크럽화장품이나 바디워시, 치약 속에 넣은 죽음의 알갱이라 불리는 마이크로비즈(microbeads)도 문제이다. 바다로 흘러가 떠다니는 다양한 플라스틱계 쓰레기가 풍화작용과 자외선에 의한 광화학 반응으로 부서지면서 지름 5mm보다 작은 미세 플라스틱이 되어 해수층, 해저 퇴적물, 심지어 북극의 해빙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해양 동물들이 미세 플라스틱과 조각들을 먹이인 줄 알고 먹는다는 것이다. 아주 작은 플랑크톤에서부터 해양 포유류까지 미세 플라스틱을 닥치는 대로 섭취하며, 각종 플라스틱계 쓰레기를 먹고 소화 장애를 일으켜 사망에 이르는 동물들이 매년 발견되며 결국 먹이사슬로 연결된 우리의 식탁으로 돌아와 우리의 삶도 위태롭게 한다.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인간도 매주 신용카드 한 장 분량(약 5g)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다고 한다.
Gachi Beach Combing · Plogging (같이, 가치 비치코밍 · 플로깅)
GachiART는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시민과 같이 상상하여 가치를 찾고 같이 창조하여 가치를 공유하는 커뮤니티아트로 친환경, 자원순환 그리고 가치 있는 생활 방식을 추구한다.
지난 2010년 부산문화재단의 '지역사회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지원사업'으로 생태·환경미술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아이들과 지역학습, 주변의 동식물이름과 특성, 공생공존의 방법 그리고 착한낚시 프로그램(물고기를 잡는 게 아니라 물고기 생태에 방해가 될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낚시대 제작)을 계기로 해양쓰레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뜻을 같이 하는 몇 명이 모여 매년 비치코밍을 하게 되었다. 2018년 콩레이 태풍의 여파로 해양쓰레기의 문제를 좀 더 많은 시민들과 해결하려 30여명이 같이 했다. 가치 있는 일로 의미는 있지만 시민의 노동에 문화예술서비스 같은 보상이 필요했다. 201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신나는 예술여행사업'으로 가덕도를 중심으로 하여 10여 차례 매번 70여명의 시민들과 지역을 연구하고 탐방하며 비치코밍 진행으로 쓰레기 수거 활동 후 현장에서 예술가들과 리사이클링 아트 체험 그리고 음악공연으로 문화예술 향유의 시간을 제공하여 그나마 마음이 편했다.
그리고 지역문화진흥원 공모사업인 '2020 지역문화 활동가 지원사업'으로 부산 각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예술장르의 19개 문화예술단체와 네트워크하여 부산의 포구를 중심으로 예술단체가 활동하는 권역별로 'Gachi Beach Combing·Plogging' (같이·가치 비치코밍·플로깅)을 진행하고 문화예술을 제공하여 지속성과 확장성을 가지게 되었고 생활 속 문화로의 정착을 위해 같이 고민하고 실천해주어 감사하다. 회를 거듭할수록 동참하는 시민은 증가했지만 부산의 해안가는 너무 길고 해양쓰레기는 너무 많다.
비치코밍(Beach Combing)은 해변(beach)을 빗질(combing)하듯이 해서 조개껍데기, 나뭇조각(流木)등의 표류물이나 간혹 휴가철 잃어버린 반지, 목걸이, 팔찌, 동전들을 주워 모으는 것이었지만 요즘엔 플라스틱 조각, 씨글라스, 스티로폼, 비닐, 담배꽁초, 어구, 낚시를 하다 버려진 쓰레기들을 수거하는 것을 말한다. 해양 환경정화는 물론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는 일이다. |
플로깅(Plogging)은 스웨덴어인 줍다(plock upp)와 조깅(jogging)의 합성어로, 조깅을 하다가 쓰레기를 발견하면 주워담는 운동이다. 쓰레기를 줍는 자세가 런지나 스쿼트 동작과 비슷해 색다른 피트니스로 지난 2016년 스웨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실제로 조깅만 했을 때보다 플로깅을 하면 50칼로리를 더 소모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건강과 환경을 동시에 챙기는 일석이조. 한국에서는 '줍다'와 '조깅'을 합쳐서 '줍깅'이라고도 불리지만 국립국어원의 새말모임에서 플로깅을 '쓰담 달리기'라는 예쁜 우리말로 대체어를 정했다고 한다. |
환경을 생각하는 예술.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
인류가 지구의 자연, 환경, 기후와 생태계를 급격히 변화시킨 탓에 인류가 파멸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를 지질학적으로 인류세[Anthropocene, 人類世]라고 한다. 인간은 발전을 위해 그리고 좀 편하자고 너무 많은 과오를 저지르고 있다. 자연생태계 파괴, 대기오염, 산성비, 오존층 파괴, 유전자 변형, 토양 및 수질 오염, 과잉생산으로의 쓰레기 발생. 우리가 후세에 남겨줄 유산은 변종 바이러스와 썩지 않는 쓰레기일지도···
문화로 예술로 환경오염을 줄이며 변화시킬 수 있는 고민과 행동실천이 필요한 때이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일까?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그런데 예술을 하고자 인생이 더 짧아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예술작품을 제작하는 작가의 건강은 물론 제작과정에 공해를 일으키는 재료들이 많다. 꼭 사용해야 될까? 미술대학에선 재료학적 연구로 오브제의 부착, 내구성, 견뢰도, 발색, 변색 방지 등을 위해 접착제, 화학약품코팅제, 매염제, 용매제 등을 작품의 특별한 표현기법의 발현과 작품 생애주기를 더하기 위해서 인체에 유해하거나 자연생태를 파괴하는 것에는 상관없이 표현과 보존을 위해 지도해왔고 작가들도 예술을 위해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다.
카드늄, 코발트, 수은, 비소, 크롬, 납··· 등의 안료로 만들어진 물감, 납 성분으로 된 튜브에도 환경유해물질이 노출되어 있고 조형작업의 스티로폼[styrofoam], FRP[섬유강화플라스틱, fiber reinforced plastics] 소재로 작품제작 시 유해가스 등 환경호르몬, 미세플라스틱 분진발생으로 심각한 공해를 일으키며 백혈병 유발과 폐암 등 발암가능성이 있으며 각종 피부염, 중추신경계 손상과 근육이완, 간, 신장기능, 면역계에 치명적이고 성조숙증과 생식기 기능에 영향을 주어 정자 감소, 태아발달의 악영향과 기형유발 가능성을 경고한다. 예술가들은 공해유발의 재료를 쓰지 않는 자연친화적 재료로 예술을 표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요즘 작품관람에 이 작품은 친환경적일까? 소재, 표현기법의 적절성을 우선 따지는 감상의 버릇이 생겼다.
공해를 일으키고 자연생태계를 교란시키며 작가 자신의 건강에도 해로운 예술이 과연 예술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생활 속 폐자원과 비치코밍, 플로깅으로 주워 모은 표류물과 쓰레기를 미술 재료로 하는 자원순환의 리사이클링(재활용) 아트 그리고 쓰임과 가치를 더한 업그레이드된 리사이클리으이 업사이클링(새활용) 아트 작품을 제작하는 교육프로그램과 문화예술을 통해 가치있는 삶을 공유할 아트프로젝트가 절실하다. 예술로 자연생태를 지키는 문화예술생태계 조성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