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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문화예술과 세법

발행일2021-04 발행처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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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과 세법

김소영(한미회계법인 회계사)

 

 세법은 어렵다. 힘들게 공부하고 연구하여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싶었는데, 어느 순간 다시 들춰보면 개정되어 있다. 게다가 불친절하다. 분명히 한글을 읽고 있는데, 문장이 끝나도 이해가 안 될 때가 있다. 필자는 회계와 세무를 업으로 하고 있음에도 이러한데, 일반 납세의무자, 그리고 예술인에게는 오죽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과 세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진화(?)되어 왔다. 이미 많은 문화예술단체들이 사업자로서 문화예술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라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을 신고·납부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 꼭 사업자가 아니더라도 보조금을 받아 사용하는 경우 세금계산서, 계산서와 같은 지출증명서류나 원천세 신고·납부 등을 챙기지 못하면 불인정, 반납조치라는 쓰라린 불이익을 안게 된다. 또한 최근 공익법인에 대한 과세체계가 크게 변동됨에 따라, 과거 ‘지정기부금단체’로 불리던 공익법인으로 지정받지 못할 경우 기부금 모금활동에 중대한 차질을 초래하게 될 수도 있다.
 

 물론, 세법에는 문화예술활동 및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각종 조세지원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통상 문화예술 관련 세제를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하나는 문화예술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를 지원하기 위한 세제이고, 다른 하나는 문화예술서비스를 향유하는 소비자로 하여금 더 많은 문화예술서비스를 구매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내 문화예술산업의 진흥을 이끌어내기 위한 소비 촉진 세제이다. 

 공급자 지원 세제의 경우 조특법상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사실 이러한 공제·감면제도는 문화예술분야 관련 업종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은 아니므로 문화예술분야 세제로 칭하기에는 다소 민망하다. 그나마 조금 더 문화예술분야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세제라면, 문화예술단체가 문화예술사업에 직접 사용하기 위하여 취득하는 부동산에 대한 취득세·재산세 면제, 지방문화원 등 일부 문화예술단체의 고유목적사업준비금 설정한도 특례, 공공박물관 등에 유증하는 재산에 대한 상속세·증여세 면제 등이 있다. 

 그러나 취득세·재산세 면제 규정의 경우 납부할 취득세·재산세가 있어야 면제도 받을 수 있는 것이므로, 부동산이 없는 문화예술단체에게는 아무런 실익이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고유목적사업준비금 설정한도 특례 또한 수익사업을 영위하지 않거나, 수익사업은 영위하고 있지만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문화예술단체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이다. 게다가 당해 특례는 지방문화원, 예술의전당, 기획재정부장관이 지정한 일부 국립단체에게만 적용된다. 
 

 한편, 문화예술서비스 소비 촉진 세제로는 문화비 소득공제, 문화접대비 손금산입특례, 기업의 미술품구입비 손금산입, 예술창작품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세 등이 있다. 각 세제가 소비 촉진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 필자 또한 매우 관심이 큰 부분이기도 하나, 사실 각 세제의 소비 촉진 효과를 측정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국세청에서는 매년 국세통계연보를 발간하고 있지만, 공개 대상 국세통계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쉽게 확인하기 어렵다.  

 이처럼 현행 세제상 문화예술서비스 공급자 및 소비자를 위한 세제지원제도가 몇 가지 마련되어 있기는 하나, 공급자인 문화예술단체들이 직접적인 세제지원 효과를 체감하는데 한계가 있고, 문화예술서비스에 대한 소비 촉진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세제도입 전후로 공급자인 문화예술단체들의 매출액 실제로 증가되었는지를 파악하기 어렵다보니, 간접적인 효과를 숫자로나마 확인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세법은 창작활동을 방해할 뿐, 도움 받을 게 하나도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하지만 필자 시각에서 보건대, 세법이 잘못 만들어진 탓은 아니다. 굳이 원인을 따져본다면, 우선 문화예술서비스 공급자 상당수가 납부세액이 발생할 만큼의 충분한 소득을 창출하지 못하다보니, 감면받을 세액도 없는 경우가 많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인데 어딘가 씁쓸하게 느껴지는 건, 필자 뿐만은 아닐 것이다. 

 

 문화예술서비스 소비 촉진 세제도 분명히 기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그 효과가 언제, 어떤 장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혹은 어떤 경우에 전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지 파악된다면, 훨씬 더 효과적이고 정교한 세제로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세법 제·개정이 만만한 일은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매년 다양한 공제·감면제도 등을 담은 조세지출건의서를 기획재정부에 제출하고 있지만, 모든 제도가 입법화되지는 않는다. 현장의 예술인들이 요구하는 세제개선안들이 실제 법령으로 시행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여기서는 필자가 그간 문화예술분야 세제개선방안 연구 등에 참여했던 경험을 토대로, 문화예술 현장에 필요한, 그리고 그 효과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간에 예술인 스스로 세제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세제를 마련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기본원칙을 제시해보려 한다. 
 

첫째, 현행 법령을 정확히 이해하여야 한다.

 현행 법령에 대한 이해 없이 제·개정의 칼을 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부가가치세 면세인데, 특히 요즘 문화예술단체를 지원하기 위해 부가가치세를 면제해달라는 요구가 많다. 하지만 부가가치세는 소비자에게 부과하는 세금이지, 공급자에게 부과하는 세금이 아니다. 공급자인 문화예술단체는 소비자로부터 부가가치세를 징수하여 납부하는 역할을 수행할 뿐, 문화예술단체 스스로 부가가치세를 부담하는 것이 아니다. 개정을 통해 부가가치세를 면제하게 되더라도 이는 소비자가 부담할 세금을 면제하는 것이지, 공급자를 위해 면제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공급자인 문화예술단체를 지원하기 위해 부가가치세를 면제해달라’는 취지의 조세지출건의서를 제출한들 통과될 리가 없다. 조세지원 목적과 대상자가 애초에 잘못 설정되었기 때문이다. 현행 법령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중요한 이유이다.
 

둘째, 세제지원 목적이 일반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간혹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강력한 세제지원제도를 요구하면서도, 왜 그런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예술은 가난하니까, 영세하니까, 순수예술은 모객이 어려우니까 세제지원제도가 필요한 것일까? 하지만 얼마나 영세한지, 얼마나 모객이 어려운지에 대한 근거 없이, 막연한 주장만을 근거로 세법을 제·개정할 수는 없다. 한편, 문화예술의 비영리성을 이유로 세제지원제도를 요구하기도 하는데, 비영리분야에는 문화예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복지, 의료, 교육, 종교 등 다른 비영리분야에 우선하여 문화예술분야를 지원해야만 하는 강력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적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고, 그 공감대를 발판으로 국회를 통과하여 입법화 되는 것이다. 
 

셋째, 문화예술분야와 관련된 다양하고 충분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

 보통 조세지출건의서를 통해 조세특례제한법상 각종 공제·감면제도를 제안하는데, 여기에는 조세지출 목적, 정책효과, 연도별 세수효과 및 관련 통계자료를 기재하여야 한다. 이 때 문화예술분야와 관련된 각종 통계자료를 활용하여 현황 분석, 향후 추이 예측, 문제점 진단 및 개선방안을 도출하고, 그 결과를 조세지출건의서에 담게 된다. 여기에 활용되는 통계자료의 구체성, 적시성이 높을수록 정확한 예측과 진단이 가능하다. 
 문화예술분야 통계자료 중에서는 공연예술조사, 예술인 실태조사,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한국 미술시장 정보시스템 등이 주로 활용된다. 다만, 조사항목의 한계로 인해 의미 있는 결과를 이끌어 내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다양한 가정과 전제를 덧붙여서 어떠한 수치를 뽑아내기는 하지만, 아쉬울 때가 많다. 물론 이러한 통계조차 없었다면 문화예술분야 세제개선 작업이 더 큰 난관에 부딪혔을 것이라는 점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현장의 요구사항을 보다 빠르고, 구체적으로 반영하려면 조사항목을 다양화하고 적극적으로 수집·공개하여야 한다. 

 

넷째, 사전 작업이 중요하다.

 세법도 결국 법이기 때문에, 광범위한 국민적 합의만 뒷받침된다면 빠르게 국회를 통화하여 입법화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완화하기 위해 각종 공제·감면제도가 단시간 내 입법화 된 것이 그 예이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제·개정안은 외면당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문화예술 각 분야에서는 세제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사전에 파악하고, 현황 조사, 통계자료 축적, 선행연구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예술인들의 끊임없는 공부가 필요하다.

이는 문화예술의 특성 상 법조문만으로 풀어낼 수 없는 부분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예술창작품’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세 규정이 대표적이다. 이 규정에서 예술창작품은 ‘미술, 음악, 사진, 연극 또는 무용에 속하는 창작품’으로 정의된다. 그리고 여기에 언급되지 않은 장르는 예술창작품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이외의 장르, 예를 들어 다원예술은 예술창작품에 해당하지 않는 것일까? 또, 행위예술은 연극일까, 무용일까? 혹은 둘 중 어느 하나에도 해당하지 않는 것일까? 창작 연극을 관객 앞에서 실연하는 것이 아니라, 촬영하여 영상물로 제작하면, 예술창작품에 해당하지 않는 것일까? 이 뿐만이 아니다. ‘창작’의 범위도 정의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사진작품은  작가가 원한다면 무제한 인쇄할 수 있는데, 어디까지 창작품으로 인정할 것인가? 50에디션까지? 100에디션까지?

 현행 법령에 대한 문제의식과,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는 결국 예술현장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국세청 혹은 기획재정부에서 알아서 개선해주기만을 바랄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인 또한 세법에 대한 공부가 필요한 것이다. 
 

 서두에 언급했던 바와 같이 세법에 대한 이해 부족은 예술인 그리고 예술인이 속한 단체에게 크고 작은 금전적 손해를 가져올 수 있기에, 미우나 고우나 이 불친절한 녀석을 이해하려 애쓰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현행 법령의 ‘이해’단계에서 더 나아가, ‘현명한’ 제·개정을 통해 예술인의 창의성을 발현하고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는 조세지원제도가 구축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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