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공간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
–영도 거청 조선소 사례를 중심으로-
홍순연(삼진이음 이사)
도시는 우리가 만든 무수히 많은 규칙과 규범들이 있다. 결정적으로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생기는 문제들을 해결하게 만들 것들이 바로 규칙들이다. 이러한 도시 속에 이루어지는 서로 간의 약속들이 도시는 성장하고 때로는 통제되기도 한다. 특히 땅과 건축물용(用) 문제는 아주 민감하다. 얼마 전 뉴스에서 많이 보았듯이 부동산 공시지가와 시세 그리고 개발의 논리로 형질을 과감하게 바꾸었더니 특혜와 이권 등이 개입되는 것을 우리는 보았을 것이다. 특히 토지이용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용도가 결정되고 코스트 즉 경제적 논리에 의해 사람들의 마음이 요동치는 모습들도 우리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림 1> 거창조선소 용도지구현황 (토지이용규제정보서비스)
사실 건축물에는 다양한 용도를 결정하는 땅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내가 아무리 멋있게, 아니면 유용하게 사용하는 가치를 가지고 있더라도 땅에 성질을 알지 못하면 우리들의 상상력이 물거품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최근 들어 영도 거청조선소가 이슈가 된 기사를 보았다. 조선 산업의 쇠퇴에 따라 폐공간이 되었지만 문화인들에게는 장을 펼치기에 가장 좋은 공간으로 활용되었다. 1998년부터 2017년까지 조선소의 기능을 해왔고 문화적 공간으로 활용되었지만 현재는 임대계약을 통한 운영권이 너머 간 상태이다. 더욱이 문화적 관점에서 아쉬움은 부산국제사진제, 영화영상부산 로케이션 장소로 주목을 받은 장소이기 때문이다.
결국 문화예술에서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과 딱딱하지만 냉정하게 정해진 용도의 건축물과 공업지역이라는 땅의 성질이 충돌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사실 이러한 건축물을 다양하게 활용하기위해서는 다양한 건축, 도시적 검토를 수반하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그럼 그간에는 가능했던 이유는 지속성이 아닌 이벤트로서 공간을 활용되었기 때문이다.
거청조선소의 땅의 성질을 한번 확인해 보자.
거청조선소가 있는 영도지역은 토지이용계획상 전용공업지역이다. 그리고 중요시설보호지구 (항만), 전용공업지역이라 함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주로 중화학공업, 공해성 공업 등을 수용하기 위하여 필요한 지역을 말한다. 이에 따라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일부 근린생활시설(카페), 공장, 창고, 자원순환시설, 기숙사, 문화집회시설 중 산업전시설장 및 박람회장으로 한정되어 지을 수 있는 땅인 것이다. 즉, 거청조선소가 있는 땅의 성질을 바꾸지 않는다면 어떠한 형식이든 간에 임시적인 방법으로 문화적 활용만 가능한 운명의 땅이기도 하다. 그럼 혹자들은 땅의 성질을 바꾸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도 말을 한다. 종상향이라고 하는 이 방법은 주변 전체를 바꾸는 일이니 도시계획가,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고 이를 위한 제반적 준비도 문화적이라는 측면이 아닌 일반적인 측면으로 필요성을 어필해야만 가능하다. 완전하게 공업지역의 큰 틀을 바꾸는 것은 도시계획적 처방이니 더욱 어려운 일다. 정말 몇 단계를 뛰어넘어 문화시설용도의 땅으로 바꾸는 일은 개인이의 이득보다는 공공성과 당위성을 무엇보다 요구되는 작업이다. 그건 바로 땅값과 특혜와 밀접하게 관계됨에 따라 합의를 이루는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거청조선소만 꾸면 안 돼? 가능은 하다. 이러한 방법을 흔히 지구단위계획적 처방이라 한다. 이러한 방법은 일반적으로 도로를 내거나, 공공의 목적으로 거점시설이 필요한 경우로서 우선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여기에도 공공의 목적성을 가지고 있어야하고 이 또한 사적인 공간을 공공재로 바꾸는 일이기에 주변보다는 건축주와 공공의 의지가 반영 되어야 하고 운영에 대한 문제를 깊숙하게 고민해야한다. 정말 공공재로서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와 합의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암울한 이야기를 하려고 이 화두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이러한 현실적인 벽을 인식함으로서 앞으로 이러한 일들을 활용측면으로 안타까움 보다는 좀 더 냉정한 논의를 하기위한 시작으로 생각하였으면 한다.
이러한 공간, 문화재생을 위한 활동이 필요한 시점에 우리는 좀 더 깊숙한 준비를 해야 하는 시점이 된 것이다. 지금부터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이해와 동의하는 접근방법을 찾는 것은 어떨까? 이해와 동의는 일부 문화적 활용 목적보다는 말하는 것보다는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이해의 파생력을 사회적 경제적 파급효과라는 것을 분석하고 파악 그리고 제안하는 판단적 지표를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위한 거점이 공유의 목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부분도 이해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미 주변에는 공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기존의 입주민들이 삶의 터전으로 삼아 운영을 하고 있는 분들의 동의와 합의가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주변에는 참으로 많은 이해관계자가 존재한다.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의 어떻게 만들어 합의를 이룰 수 있는가는 참으로 어렵고 긴 시간이 필요한 작업지만 어려운 작업도 아니다.
큰 틀에서 각 역할을 준비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 생각한다. 예를 들면 표면적인 거버넌스의 활동이 아닌 포지션별 그룹으로 나누어 움직이는 방향은 어떨까? 예를 들면 문화적콘텐츠, 공유자산법률, 클라우드펀딩, 행정지원 거버넌스 등 전문가와 주민들이 함께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는 장에서부터 시작하였으면 한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해결 솔루션그룹을 만드는 것을 이제부터 시작했으면 한다. 지금의 아쉬움이 좀 더 냉정하게 바라보는 계기를 만들 수 있어야 하고 다시 공공의 목적으로 필요함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10년 전만하더라도 부산시에서 근대기 역사문화자원에 대한인식이 없었다. 당시에는 근대기 역사문화자산을 보존과 활용방법의 논의를 한다는 것은 일제의 잔재로 보던 시기였다. 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자원들이 지역에 랜드마크가 되고 학교 박물관, 카페 그리고 인터스트리얼 공간 브랜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당시에 남선창고는 시대적 인식이 다름에 따라 철거되었지만 지금은 살아남은 자산들은 이제 경제적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는 시대이다. 이제는 역사인식의 문제보다는 역사자산이고 활용의 가치로 평가되고 있는 건축물로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진 것만 보더라도 지금이 바로 이러한 지역가치평가를 바탕으로 용도를 더해 토지의 이용을 유연화하게 만들 수 있는 계기가 아닐까 싶다.
10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북항 재개발이 10년이 지나도록 아직도 땅만 메우고 있지 않는가? 앞으로 도시는 쇠퇴할 것이고 무수히 많은 폐 시설들이 생겨날 수도 있다.
지금은 딱딱한 법적인 부분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참으로 답답하지만 사실 도시에 무수히 많은 규칙과 규범을 한순간에 깨뜨리는 것은 참으로 어렵지 않다. 왜냐하면 그 힘을 발현하는 주체가 시민이기 때문이다. 결국 정책이라는 것은 불편함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부분을 찾는 것에서 시작된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거버넌스 활동들이 디테일해 진다면 분명 정책과 의지는 움직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우리가 지금 준비할 때다.
* 최근 (2020.11) 영도구 청학동 공업지역 내 (한국타이어부지) 공업 지역 활성화 시범사업 기본계획수립 및 사업타당성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니 새로운 형식의 복합기능도입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으며 향후 어떠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