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사업자는 세금이 면제된 사업자가 아니다
배일성(서원회계법인 회계사)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명인 벤자민 프랭클린은 “이 세상에서 아무도 피할 수 없는 것은 죽음과 세금”이라는 말을 남겼을 정도로 세금은 우리의 삶에서 뗄 수 없는 주제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세법에 대해서는 모르고 살아간다. 알고자 해도 쉽지 않다. 알수록 오히려 더 어렵게 느껴진다. 그건 세법이 정말로 어렵기 때문이다. 국가의 토대가 되는 세금을 다루는 법률임과 동시에 그 범위가 삶의 전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니 세법 전문가라 할지라도 그 방대한 내용을 모두 섭렵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문제는 세법을 모른다는 것이 세금 부과에 있어서 어떠한 면죄부도 되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각자의 경제활동에 관련되는 최소한의 세법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적어도 모르는 것을 넘어서 잘못 알고 있는 경우는 막아야 낭패를 면할 수 있다. 이하에서는 문화예술 분야와 관련된 세법 규정 중 흔히 오해하기 쉬운 몇 가지 주제를 대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면세사업자
이름에서 주는 어감이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정확한 명칭은 사업자등록증에 표기되어 있는데 바로 “부가가치세 면세사업자”이다.
문화예술가 또는 문화예술단체가 면세사업자 등록증을 발급받은 경우에는 본인의 세금이 뭔가 면제가 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면세사업자에 면제되는 세금은 없다고 보는 것이 안전하다. 면세사업자는 사업자가 매출을 일으킬 때 소비자에게 부가가치세를 추가로 걷지 않아도 되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이다. 즉, 사업자에게 세금을 면제해 주는 것이 아니라 사업자에게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세금을 면제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쌀가게가 있다. 쌀가게는 대표적인 면세사업자이다. 우리는 아무도 쌀가게 사장님이 본인의 소득에 대해 세금이 면제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그렇다. 그렇다면 뭐가 면세란 말인가? 우리가 쌀가게에서 쌀을 살 때 우리에게 부가가치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부가가치세법에 의해서 모든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할 때 그 물건이나 서비스의 가격뿐만 아니라 별도로 가격의 10%를 부가가치세로 추가 지불해야 한다. 단지 가격표는 일반적으로 그 10%가 추가된 금액을 포함해서 표기되어 있기 때문에 잘 느끼지 못할 뿐이다. 편의점에서 캔커피 1,000원이라고 가격표가 붙은 상품은 실제로는 상품가격 909원, 부가가치세 91원, 소비자가 지불할 금액 합계 1,000원 이라는 내용을 줄여서 표현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면세사업자는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재화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사업자이다. 예를 들어 쌀 한봉지 909원인 상품은 소비자에게도 909원만 청구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는 부가가치세를 부담하지 않고 구매하게 된다. 이 경우 캔커피 한개를 1,000원에 판매한 편의점 사장님이나 쌀 한봉지를 909원에 판매한 쌀집 사장님은 둘 다 본인의 수입은 909원으로 동일하고 이윤이 같을 경우 각자 납부할 소득세도 동일하게 된다. 이와 같이 면세사업자는 소비자에게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인데 본인 스스로가 무슨 세금이 면제되는 것으로 오해해서 세금신고 의무를 소홀히 하면 큰 낭패가 올 수 있다.
면세사업자 등록을 한 문화예술가 또는 문화예술단체가 범하기 쉬운 실수 중에 하나가 “세금계산서” 발급이다. 문화예술 공연 등의 대가를 지불하는 기업에서 지불 증빙으로 꼭 세금계산서가 필요하다고 해서 무심코 발행하는 경우가 있다. 세금계산서는 막대한 조세수입 재원인 부가가치세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가장 중요한 증빙이기 때문에 세금계산서와 관련한 오류는 가혹할 정도로 규제가 강하다.
세금계산서는 세법상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그 중 소비자에게 부가가치세 10%를 징수했다는 영수증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면세사업자의 경우 부가가치세 10%를 가격에 포함해서 징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금계산서를 발급할 수 없다. 다만 “세금”이 제외된 “계산서”를 발급해야 한다.
만일 면세사업자가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경우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 발급에 대해 각종 가산세를 부담하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면세사업자로 등록하고 발생한 수입금이 세법상 면세공급이 아닌 과세공급으로 판명된다면 일은 더 커지게 된다. 소위 겸영사업자와 관련된 문제이다
겸영사업자
부가가치세가 과세되는 재화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사업자를 “일반과세자”라 부르고, 면세되는 재화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사업자를 “부가가치세 면세사업자”라 부른다. 한편 두 가지 성격의 재화나 서비스를 동시에 공급하는 사업자를 “겸영사업자”라 부르는데 면세사업자가 과세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업자등록 변경의 절차를 거쳐야 하고 변경된 사업자등록증은 일반과세자의 사업자등록증과 동일하다. 실제로 문화예술가 또는 문화예술단체가 공급하는 서비스는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인 경우가 많고 따라서 상당수의 문화예술 사업자는 실제로는 겸영사업자인 경우가 많다. 문화예술활동으로 창작예술 또는 영리목적이 아닌 아마추어 공연을 하는 경우는 부가가치세가 면세되나 영리목적으로 공연활동 등을 반복한다면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이 된다. 실제 문화예술 관련 매출 중 면세로 인정되는 범위는 생각보다 좁다. 그런데 면세사업자 등록을 하고 과세사업을 한 경우에는 사업자등록 범위와 불일치하는 것이고 관련 매출에 대해서 “계산서”를 발급한 경우에는 “세금계산서” 미발급과 관련한 각종 가산세가 부과되고,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경우에는 사업자등록증 변경 없이 발행한 세금계산서에 대해서 각종 가산세가 부과된다.
그러니 문화예술가 또는 단체가 면세사업자 등록을 하였다 하더라도 실제 면세로 적용되는 활동은 매우 한정적이고, 과세로 적용되는 활동이 더 클 수 있으니 본인의 활동 성격을 다시한번 확인하고 과세로 적용되는 활동이 있을 경우 사업자등록 변경을 통해 겸영사업자로서 관련 절차를 준수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간혹 문화예술단체의 경우 “우리는 국가에서 면세사업자로 등록해 주었으니 우리가 하는 공연활동이 면세인 것 아닌가, 나라에서 면세로 등록해주고서는 어떤 것은 과세매출이라고 하면 잘못된 것 아닌가?” 라고 억울함을 토로하는 경우가 있다. 면세사업자, 과세사업자(또는 겸영사업자)의 등록은 국가에서 관련된 지위를 부여하는 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사업자 스스로 사업범위를 정하여 그 범위 안에서 사업을 하겠다고 하는 약속에 가깝다. 즉 면세사업자 등록을 하였다는 것은 사업자 스스로 면세대상이 되는 사업만을 하겠다는 의사 표명이고 국가는 사업자의 의사에 따라 면세사업자 등록증을 발급해 주는 것이다. 따라서 사업자가 면세가 아닌 과세사업까지 하고자 할 경우에는 스스로 과세사업자로 변경 등록을 하고 관련 절차를 이행하여야 한다. 다시 쌀가게로 가보면 쌀가게 사장님이 캔커피도 함께 팔고 싶으면 일반과세자(겸영사업자)로 사업자등록을 변경하고 부가가치세 징수 및 납부의무를 다하면서 사업을 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이지, 편의점 캔커피는 과세로 판매되고 쌀집 캔커피는 면세로 판매되는 것은 불합리하지 않겠는가.
간이과세자
간이과세자 또한 비슷한 사례가 발생한다. 간이과세자는 과세사업자에 해당하지만 일정규모 이하의 영세사업자를 대상으로 부가가치세 신고 및 납부의무를 대폭 간소화한 예외적인 형태이다. 가장 큰 특징은 간이과세자는 세금계산서를 발급할 의무가 없는 동시에 발급해서도 안된다는 점이다. 주로 일반 소비자를 고객으로 하는 소규모 영세 자영업자를 전제로 마련된 제도이다 보니 세금계산서 관련 제도에서 상당한 예외가 적용되고 있다. 그런데 간이과세자로 등록한 문화예술가 또는 단체가 기업체를 대상으로 공연료를 받을 경우 세금계산서 발급 요구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도 세금계산서를 발행할 수 없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간혹 간이과세자로 등록 해주고서는 왜 세금계산서는 발행하지 못하게 하느냐 하는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받아들일 문제가 아님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다.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일반적인 매출활동을 하고자 할 경우에는 언제든지 일반과세자로 사업자등록을 변경할 수 있고 어떠한 제한도 없다. 다만 간이과세자로서 받는 혜택을 포기해야 하는 점은 감안해서 스스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선택할 문제인 것이다.
고유번호증
사업자등록증과 고유번호증의 가장 큰 차이는 수익사업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이다. 사업자등록증으로는 영리사업과 비영리사업을 모두 영위 가능하나 고유번호증으로는 비영리사업만 영위할 수 있다. 이를 현실적으로 말하면 고유번호증은 단체는 수익은 없고 비용만 발생하는 단체 또는 조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대표적인 고유번호증 단체인데 관리사무소의 자금흐름은 수입이 선행되는 것이 아니라 비용을 지출하기 위해 각 입주자에게 거둬들인 돈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업자의 수입과는 성격이 다르다. 따라서 고유번호증 단체는 수익활동과 관련된 세금계산서 또는 계산서 등의 발급이 논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전술한 바와 같이 고유번호증 또한 어떤 특정한 지위나 권리를 부여한 것이 아니라 해당 단체가 영위하고자 하는 활동 범위를 표방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현실적으로는 고유번호증 문화예술단체가 제3자로부터 공연비를 지급받고 이를 단원들에게 출연료를 지불하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으나 이는 세법상으로는 불안정한 처리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고유번호증 단체의 활동이 계속 반복적인 영리활동이라고 볼 수 있는 정도의 규모가 아닌 경우가 많으므로 이에 대한 과세당국의 적극적인 제재가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따라서 특정단체의 활동이 계속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고 이를 과세당국의 관점에서 수익활동으로 인정될 수 있는 규모에 이른다면 사업자등록을 통해 세무상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