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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미술의 미래가치를 위한 두 가지 주문

발행일2021-04 발행처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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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의 미래가치를 위한 두 가지 주문

 

정종효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정상적인 순환 작용으로 생태계의 균형 있는 성장

  미술계의 생태는 작가가 작품을 생산함으로써 성립된다. 작품의 유통과 순환 구조는 일방적이거나 상호작용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작가를 둘러싸고 있는 갤러리, 미술관, 기획자와 같은 직접적인 관계 그리고 그것들과 연결되는 옥션, 아트페어, 컬렉터 등 간접적인 관계구조에서 각각의 역할과 방식은 정해진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포함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아트마켓의 논리에 입각한 유통구조는 <그림 1>과 같이 일방적으로 작용하는 유형의 시너지도 있으나 작가 또는 작품의 가치에 대한 무형의 시너지나 미학적 평가에 기준을 두자면 모든 구조는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다. 무형이든 유형이든 상호작용은 미술 생태구조에서 신체의 혈전과 같고, 정상적인 흐름을 통해 균형적인 성장과 상생이 이루어져야 마땅하다. 따라서 동시대 미술의 가치 척도는 아트마켓 중심으로 편중되어 흘러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경제 원리의 방식에서 아트마켓도 순환되고 구조가 활성화되어야 하는 것도 자명하다. 그러나 지나친 마켓 중심의 기형적인 생태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수년 전 서울의 한 공립미술관에서 아트페어와 같은 기획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역할과 기능에 대한 혼선을 초래할 수 있은 아주 위험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림 1> 미술품의 유통구조

 

작품에 대한 비평이 약해지고, 작가의 사상과 철학에 대한 작가론이 생략되는 대신 기술적 결과에 대한 결과물이 우선시되고, 시대적 담론의 장이 축소되고, 미술사의 조명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등 미학적 가치 평가를 받지 못하는 현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오래된 일이다. 기형적 성장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국내뿐만 아니다. 이론적 비평 대신 수치를 통해 새로운 레코딩에 촉각을 세우고 가격이 가치의 중심인 양 부추기는 아트마켓 현장, 누가 많은 베팅으로 작품을 차지하는 최후의 승자가 되느냐에 대한 경쟁 방식의 유통에서 옥션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옥션이라는 성격의 특수성상 당연한 현상이다. 경쟁을 통해 어느 쪽이 획득하느냐에 대한 이분법적인 방식은 초기 인류사회의 단순하고 원시적이라는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우도 있지만 자본주의 경제 논리 위에서 당연시된 현대사회의 문화이다. 문제가 되는 미술품이 경쟁적 방식으로 수치화되는 사이에 가치에 대한 평가 기준이 가격에 편중되거나 아트마켓 전반에 혼란을 야기시키는 현상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편중은 생산자와 소비자 이외의 제3자의 관점에서 충분한 오해의 소지를 내포하고 있다. 미술품에 대한 세법 적용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국세청은 조세 공평의 원칙에 근거해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라는 명목과 과세 논리를 앞세워 2013년부터 양도차익과세를 적용하게 되었다. 과세 적용이 수면 위로 오르던 2008년 당시 한국의 미술시장은 유례없이 연간 6,000억을 넘나들던 일시적인 호황기였고,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이 수십억대의 비자금과 관련된 최대 이슈였다. 그러나 다시 2010년부터 현재까지 4,000억대를 초중반을 맴돌고 있다. 이는 세계 미술시장의 0.5%에도 못 미치는 열악한 규모의 현실이다. 최근에는 미술품 물납제가 이슈로 등장했다. 고 이건희 회장이 컬렉션 한 작품 13천여 점에 대한 가치를 평가하고 13조에 이르는 상속세 일부를 작품으로 대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미술계 안팎의 시선은 예민하게 주시하고 있다. 양도차익 과세이건 물납제이건 세법을 적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형평성에 맞추어 적용해야 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문제는 미술에 대한 인식과 관점이다. 양도차익과세의 경우, 얼마 되지 않는 세수확보보다는 고가의 미술품에 대해 구입, 판매, 상속, 증여 등에 대한 흐름 즉, 과세 정보체계를 만들어 감시하기 위한 또 다른 목적이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최근 물납제의 경우, 고 이건희 컬렉션의 경우에는 예술작품을 통해 탈세, 세습에 악용할 가능성이 있기에 불가능하다는 것이 반대 여론의 이유이다. 피카소미술관이 대물변제로 만들어지고 사치 컬렉션(Saatchi Collection)이 런던시에 천문학적인 가치의 전 컬렉션을 기부하고자 하는 서구의 문화와 비교하면 너무 씁쓸한 현실이다. 더구나 형평성이 예술품의 가치에 대한 평가 기준이 부재하고 왜곡된 시각으로 판단돼 이를 억제하기 위한 방식의 세법은 과연 누구에게는 약이 되고 누구에게 독이 되어야 하는가.

 

  동시대의 국내외 작품가격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세계적인 작가라고 거론되는 작가의 작품 한 점도 구입할 수 없는 예산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이하 한국의 공립미술관은 무엇으로 수장고를 채워나가야 하는가. 작품 구입 예산은 해외 미술관도 처지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들의 환경은 기부문화에서 전혀 다른 수준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 개인과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어마어마한 작품들이 미술관으로의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기부에 대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안정화된 법이 있기에 가능하다. 작품 기부에 대한 세제 감면 혜택도 열악한 한국의 현실에서 고 이건희 컬렉션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다는 기대가 수포가 되는 오류가 없기를. 제재를 위한 독선적인 세법이 아닌 조세 공평의 원칙에 따라 상호작용 할 수 있는 법안으로 기부에 대한 새로운 문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미술계의 바람, 미래의 자원이다

  문화기반 시설은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인프라로 작용한다. 미술관, 도서관, 박물관, 문화회관 등 8개 분야의 문화기반시설은 전국에 3,017건이다. 이는 2013년의 2,182건에 비해 약 28% 성장한 수치이며 미술관의 경우 267(국공립 73, 사립 179, 대학 15)2013171개에 비해 약 90건 정도가 늘어났다. 국민의 문화 활동에 대한 활동과 참여는 나날이 고조되고 미술 분야에 관한 관심도 다르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국민문화예술활동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문화 활동 분야는 영화 75.8%, 대중음악 21.1%에 이어 미술전시 15.3%로 영화나 대중음악의 비중이 미술보다 압도적이다. BTS가 빌보드차트의 반열에 올라가는 등 K팝의 영향이 글로벌 무대에서 인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고,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상과 골든글로브상에서 인정받고 이어 미나리도 주목받는 등 당연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대중의 영향을 크게 받지 못하는 미술 분야이지만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의 추이를 보면 타 장르는 감소세지만 미술 분야는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유일한 장르로 그 가능성을 본다. 그리고 미술품을 구매하거나 전시를 관람하고자 하는 의향 역시 영화와 대중음악 그리고 뮤지컬 참여에 비해 낮은 편이나 추이가 상향곡선을 유지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추이에서 미술계의 밝은 미래에 대한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문화예술에 대한 참여와 관심에 대해 나이별 조사에서 20~30대의 연령층이 가장 높다는 점은 향후 문화예술에 대한 성장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고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고무적인 결과다. 국내 미술시장에서 2009년 약 300만 건의 작품 거래가 2019년에는 약 38백만 건으로 증가했다. 이는 중저가의 작품 거래가 많이 이루어졌다는 것이고 젊은 컬렉터가 그 수요층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결과다. 최근 다른 조사에서 거래금액 기준의 고객은 경제권을 쥐고 있는 60~70대가 많지만, 거래 작품 수를 기준으로 했을 때 30대 전후의 젊은 층이 많다는 결과도 고무적이다. 이러한 중저가의 작품을 구매하는 고객층, 온라인으로 국내외의 작품을 구매가 증가하고 있는 현상, 미술관 전시를 찾는 관람객 중 비중이 높은 연령층 역시 젊은 층이다. 이들의 관심사가 되는 작품의 대상도 다양해졌다. 장식성이 강한 팝 성향의 작품이나 하이퍼리얼리즘 성향의 작품에서 60년대의 단색화나 실험미술, 미디어작품 등 관심 영역이 다방면으로 확장되고 있다.

 

  새로운 세대들의 바람에는 몇 가지 이유가 감지된다. COVD19로 인해 세계의 미술관, 갤러리, 옥션, 작가 등 VR을 이용한 새로운 노출 전략으로 인해 온라인을 통한 향유방식에 다양화되고 있다. 심지어 온라인상의 미술품거래를 위한 플랫폼이 등장하고 투자회사가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 플랫폼에서는 작품을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10만 원 또는 100만 원 등 투자할 수 있는 액수를 다양화시켜 놓고 고객이 가능한 액수를 선택해 투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유통하고 작품을 소유하지 않고 이미지만으로 투자하는 등 단기적인 투자 결과로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소유에 대한 개념도 변화되고 있다. 구입한 작품을 장기간 소유한다는 개념보다 언제든지 교환 또는 판매한다는 단기적이며 소유보다 향유방식의 개념이 강하다.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언제든지 소유물에 대한 노출과 거래가 개별적으로 가능한 온라인 시스템이 활성화되고 있다. 미술품 소유에 대한 개념과 문화가 변화되고 있다. SNS를 넘어 메타버스(Metaverse)시대가 도래하고 정치, 경제, 교육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변화를 차세대가 주도해 나갈 것이다. 급변하는 현실에서 미술문화도 다르지 않다는 것과 기성세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정착되리라는 관측을 해 본다. 오프라인에 의존했던 기성세대는 바람의 방정식을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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