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부산광역시 문화지표를 손에 들고
이수진(경성대학교 글로컬문화학부 교수)
많은 이가 지역의 문화생산능력치를 지역의 경쟁력이자 시민사회를 구성할 수 있는 하나의 축으로 설정하고 있다. 2014년 지역문화진흥법이 발의된 이후로 지역은 말 그대로 지역문화를 진흥하는 구체화 전략에 골몰해 왔다. 문화현장 혹은 문화현황을 파악하고 문화생태계의 비전을 설정하여 지역문화를 진흥할 조건을 찾아내는 작업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그럼에도 이 작업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문화정세가 이미 형성되어 버렸다. 그리고 이를 어느 지역도 피해갈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관건은 오랜 동안 묵혀 왔던 이 숙제를 먼저 누가 얼마나 적절하게 잘 펼쳐내는가이다.
가만히 서 있는 과녁도 가만히 서서 맞추기 힘든데 움직이는 과녁을 궁수가 움직이면서 맞추는 일은 거의 기예에 가깝다. 문화가 특정한 환경에서 특정한 이들에 따라 만들어지면 결과물이 아니라 사람들이 삶터에서 살아가면서 벌여온 자기 활동이라는 이해해서 출발한다면 문화연구도 이와 다르지 않다. 어떻게 하면 변화하는 현실을 덜 왜곡되고 적절하게 담으면서도 사람들에게 유용할 수 있는 연구를 할 것인가? 문화를 연구하는 작업에 들러붙은 이 질문으로 많은 이가 골머리를 앓는다. <2020 부산광역시 문화지표>연구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먼저 팔을 걷어 부친 연구팀에서는 먼저 “지역문화 현황을 체계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여 “부산지역 내 구, 군 단위로 현황** 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일을 진행했다.
보고서의 두께만큼이나 녹록하지 않았을, 연구의 결과물을 들었다. 연구자만큼은 아니지만 이 연구를 어떻게, 어떤 태도로 읽어야 하나 고민에 빠진다. 연구팀은 부산 문화환경 전반의 순환 구조를 분석하려는 의지로 부산문화현황을 조사하고 분석을 진행했다. 먼저 2013년 부산문화지표를 바탕으로 현재에 맞게 좀 더 적절하고 체계적으로 영역을 구분하고자 했다. 2013년 작업에서는 연구영역을 인문사회환경, 문화자원(역사/해양/생활문화), 문화시설, 문화산업, 문화자원(재정/행정), 문화활동으로 구분했는데 문화자원이 중복되어 있는 것을 보면 문화현황을 분류하는 작업이 무척이나 어려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3작업의 경우 문화활동영역을 조사할 때 주로 문화·예술인들 기준으로 그들의 활동을 정리했다면 2020작업에서는 이 영역을 생활문화활동, 시민문화예술 교육, 문화복지활동으로 구분하여 정리했다. 또한 국제사회의 공동목표인 SDGs(Substainable Development Gols)***을 고려하여 조사항목을 설정하였다. 2020연구에서는 문화와 예술을 특정한 이들의 특별한 활동이자 결과물로만 이해하던 방식을 벗어나 지역민과 문화인력, 행정시스템이 함께 호흡하는 지역문화 생산이라는 큰 흐름에 주목했다. 부산시민의 “여가시간을 확대”하고, “문화활동 패턴 변화”를 파악하며 “예술인 창작 및 복지환경 개선”하고 “예술의 사회적 가치 실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연구 영역을 인문문화환경, 문화기반, 문화인력, 문화시장, 문화활동, 문화행정, 해양문화로 구분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했다(아래표 참조).
고려항목 |
지표목적 |
조사내용(#의미고리) |
인문사회 환경 |
생활, 행정, 교육, 경제환경파악 |
연령별 인구비율 (#황혼의 도시 부산) 다문화구성비율(#함께 자라는 문화다양성 도시) 연령별 1인가구 현황(#홀로 살아도 외롭지 않게) 다행복학교(#온마을이 만드는 배움의 현장) |
문화기반 |
문화재 및 문화기반시설의 물리적 규모와 인력, 예산, 프로그램 등 실제적인 활용 및 성과 규모 파악 |
부산미래유산(#오늘의 기억이 내일의 유산으로) 공연장 분포현황(#공연을 보려면 원도심으로), 공공도서관 및 도작은 서관(#도서관이 살아있다) 서점 및 공방수(#슬세권에서 문화를 누려요) |
문화인력 |
전문문화예술인 및 매개인력현황, 교육기관 현황파악 |
전문예술법인, 단체 수(#예술로 사회를 아릅답게) 문화예술분야 대학 재학생 수(#예술가의 꿈 키우기) 예술활동증명 완료자 현황(#이웃집 예술가) |
문화시장 |
문화예술관련사업체 및 사회적 경제조직 현황파악 문화예술작품의 생산 규모 및 유통경로 파악 |
문화예술산업체 성별 종사자 현황(#모두에게 기회를) 사회적 경제조직(#새로운 예술생태계를 만듭니다) 문화예술작품 유통량비교(#골고루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구군별 개최 축제 수(#축제의 도시 부산) |
문화활동 |
시민문화예술교육 및 생활 문화활동 현황조사 |
평생학습관 생활문화프로그램(#마을에서 생활문화배우기) 통합문화이용권 장르별이용률(#문화누리카드로 문화를 누리다) |
문화행정 |
문화정책 제도적 기반으로서의 조직, 인력, 법체계와 예산 규모 파악 |
문화 및 관광 예산액 세부항목 비중(#문화예술 살림살이 엿보기) 전체조례대비,문화예술관련조례비율(#문화예술가꾸는 법) |
해양문화 |
부산의 해양문화 도시적 특화 전략 파악 |
지역별 바다해설사 현황(#바다의 알쓸신잡을 알려드립니다) 구군별 자매도시현황(#세계와 연결된 부산) |
연구영역을 중분류와 소분류를 구분하고 각 영역마다 지표설정방향, 지표현황을 정리하고 소분류마다 지표정의, 자료출처, 조사결과를 정리하였다. 대부분 기록자료에 근거하여 자료를 취합하고 정리하다보니 연구에 한계가 많았을 것이다. 기록자료가 없는 영역도 많았기에 연구팀이 직접 데이터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제한된 연구기간, 연구원 등으로 제대로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한 영역, 앞으로 더 연구해야 할 항목에는 조사의 한계를 덧붙여 연구의 객관성을 유지하려 했다. 문화시장의 영역에서는 연구팀이 발품을 많이 들였다. 아트페어나 갤러리 수, 부산지역출판현황, 문화작품 유통량을 자체 조사였지만 전수조사에서 누락된 부분도 있고, 향후 전수조사가 더 필요한 부분도 있음을 밝힌다. 조사의 한계를 기입한 곳은 문화기반 영역의 공방, 문화인력 영역의 장애문화예술인 수, 문화시장 영역 문화작품 건수, 문화활동 영역의 생활문화 프로그램/생활무화동아리 회원 수 항목이다. 예를 들어 생활문화동아리의 경우, 정량집계가 아닌 새로운 차원의 정성조사가 필요하고 장애문화예술인의 경우, 전국 및 지역차원에서 장애예술인에 대한 정의 및 실태 파악이 미진한 현실적 문제를 반영하고 향후 장애 면밀한 현황 파악 및 창작 여건에 대한 의견수렴을 지속적으로 시행할 것을 첨언하였다.
또한 총제적으로 연구팀에서는 “문화지표 특성상 객관적인 자료 확보가 쉽지 않아서 자료 취득 과정이 원활하지 못했”고 “중앙 단위의 다양한 조사 체계가 있으나, 구군 단위까지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하여 구군 단위 문화현황에 대한 한계가 많았”고, “또한 시대적 가치를 반영한 문화다양성, 사회적 가치 등을 드러내는 지표의 경우 조사과정에서 자료 부족으로 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하였”으며 “향후 체계적인 문화지표조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조사가 시행되어 시계열적으로 자료누적과 분석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제언영역에서 밝힌다.
2020 부산문화지표 보고서에는 부산문화현황이나 실태를 담고 있다. 현재 부산지역의 문화생산 조건과 문제점까지 딱 현재의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다. 각 지역이 해결해야 할 숙제를 먼저 잘 펼쳐다. 관건을 잘 터트린 것이다. 이 관건을 누가 이어 받을 것인가. 그것이 앞으로 문제다.****
*2020 부산광역시 문화지표 보고서에 따르면 문화지표연구가 진해된 곳은 다음과 같다. 지역문화실태연구 (2017), 인천,(2008/2012),부산(2010/2013), 제주(2012/2017)대구(2014), 서울(2015/2017), 광주지역(2016).
**<2020부산광역시 문화지표>는 부산광역시 전체를 구군을 대상으로 2018년부터 2020년까지의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2016년 부터 2030년 까지 새로 시행되는 유엔과 국제사회의 최대 공동목표다. 인류의 보편적 문제 (빈곤, 질병, 교육, 성평등, 난민, 분쟁 등) 와 지구 환경문제 (기후변화, 에너지, 환경오염, 물, 생물다양성 등), 경제 사회문제 (기술, 주거, 노사, 고용, 생산 소비, 사회구조, 법, 대내외 경제) 를 2030년까지 17가지 주 목표와 169개 세부목표로 해결하고자 이행하는 국제사회 최대 공동목표다(인터넷 위키백과 사전 중에서).
**** <2020 부산문화지표 보고서>를 부산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아 보시기를 권장한다. 부산 지역의 문화현황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마치 막막한 어둠 속에서 희미한 등장불의 희미한 그림자에 비추인 세상을 만나는 기분이 들 것이다. 어둠에 익숙한 눈이기에 처음에는 시릴 수 있다. 그럼에도 여러 번 들여다보시길. 눈에 익숙해지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점차로 들어올 것이다. 그때를 꼭 만나서 눈도 트고 입도 터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