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2년 반 동안 겪은 금정문화회관 20돌과 리모델링 관련 이야기
강창일(금정문화회관장)
부산의 관문인 경부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나 구서IC에서 동래, 금정구청방향으로 들어오면 약 3분도 지나지 않아 만남의광장이 나타난다. 광장을 왼쪽에 끼고 본격적으로 중앙대로를 가로질러 체육공원로 길을 걷기 시작하면 ‘금정문화회관’이 나온다.
회관 인근, 금정구에는 부산대학교를 비롯해 4개 대학이 있고, 사방으로 고개를 돌리면 부산예술중·고등학교, 브니엘예술중·고등학교, 음악연습실, 예술기획사, 악기사 등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금정산성과 온천천, 그리고 회동호(수원지: 약 75만평) 주변 공원도 이어져 있어 자연을 즐기는 데도 불편이 없다. 이 인근에는 오시게시장과 대형마트도 있어 늘상 동네가 북적인다. 부산도시철도 1호선-종착깃점, 노포역에서 온천장역까지 8개 역이 지나가며 가까운 초역세권 입지에 있다. 필자는 이 모든 자연과 도시환경 조건이 부산에서 으뜸으로 본다.
금정문화회관은 부산영락공원 조성과 관련하여 부산시의 금정구에 대한 약속사업으로 3년 6개월의 공사 끝에 2000년 5월 19일 개관했다. 구서동 481번지 일원에 부지 4천 800평, 연건평 4천 970평, 지상 4층으로 건립된 금정문화회관은 대공연장과 소공연장, 야외공연장, 생활문화관, 전시실 등을 갖추고 부산 동북부권의 복합문화중심센터로서의 역할을 야무지게 해내며 금정구를 비롯해 부산 전역의 시민이 이용하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였다.
2000년 개관 이후 금정문화회관은 여느 문화공간 부럽지 않은 전문예술을 선보이고 있다. 금빛누리홀, 은빛샘홀이라는 반짝이는 이름을 가진 880석의 대공연장과 394석의 소공연장은 관객이 찾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다. 코로나19 이전, 2016년에는 95회 기획공연을 포함해 총 449회 공연에 관람객이 총 107,477명에 달할 정도였다. 이쯤 되면 국내 최장수 클래식 프로그램 <금정수요음악회>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2004년 9월 8일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진행되는 음악회로, 2013년부터는 출연자 공모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2021년 12월 29일 제768회를 기록한다.
또 하나 교육·지원시설인 생활문화관의 전면 실내공간을 변모시켜 향후 구립 공공미술관으로 등록예정인 전시실이 3곳으로 꾸며졌다. 지난 8월까지 리모델링을 마치고 9월 해외문화예술교류전 <새로운 시작 라트비아>, 11월부터 진행 중인 첫 기획전 <다시 연결하기 RE-CONNECT> 등으로 시범 전시기간을 갖고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올해 5회 기획전시, 147일 전시 기간 동안 약 4,500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관객들을 공연과 전시로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예술교육 프로그램도 코로나19 발생 이전까지는 각종 배우기 문화강좌 중심으로 활발히 운영된 바, 25개 과목에 분기별 450여 명이 등록수강하는 실적을 보유해 왔다. 올해 11월부터는 특화된 문화예술아카데미로 시범 운영하여 클래식, 현대미술, 차와 인문학, 위로받는 성악 등 구민들의 다양한 관심사를 충족시키며 문화회관의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새로운 눈높이 서비스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부울경지역에서는 처음으로 금정문화회관에 개방형 임기제 관장직으로 부임한 2019년 7월, 필자는 몇 가지 점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먼저 문화예술사업 규모에 비하여 이를 담당하는 전문인력 부족이라는 문제에 봉착해있었다. 시설은 20년이 경과, 낙후되어 전면적으로 재건축 설계를 거쳐 기술설비부터 교체와 보완, 공간 재배치 등 극장 외관을 제외한 전면 재건축을 통해 새로운 극장으로 변신을 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공연과 사업프로그램 수준은 보통의 구 단위 사업소 중에서는 조금 나은 모습이었다. 결국 2020년은 금정문화회관 개관 20돌이기에 시기적으로도 변화가 필요했다. ‘안정된 인력, 좋은 공간, 예술가와 관객에 대한 정성’에 초점을 맞춘 도전이 그렇게 시작됐다.
우선 예술행정역량을 강화했다. 금정구를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공연과 전시분야 전문인력(임기제 2명)을 보강했다. 전문성을 갖춘 직원들이 계속 연구·도전하고 고민한 결과물은 관객에게 알맞은 눈높이-서비스를 높이고, 이것이 문화회관의 존재 가치를 높일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대대적인 리모델링도 2019년 8월부터 2021년 8월까지 2년에 걸쳐 감행했다. 먼저 880석의 대공연장(금빛누리홀) 1층 530객석을 국내 기술력으로 단가 37만원 정도에 전량 교체했다. 2층 350석은 일부 교체하고 일부는 리폼으로 단장했다. 소공연장(은빛샘홀)은 코로나19 팬더믹 사태가 발생 후, 관람객의 위생환경 안전을 개선했다. 객석과 무대상부에 비산먼지제거용 미스트장치와 객석에 50개의 음이온 제균기를 국내 최초로 설치완료했다.
공연장 기술공간 이외에 예술가와 관객이 상존하는 곳곳에는 시각예술을 입혔다. 개관 20돌 기념 [‘블링블링 20(Bling Bling Twenty)’ 아트 프로젝트]라 불리는 이 예술공간 마무리 작업에는 지역예술인 4명이 참여하여 대기+휴식+편의공간의 진면모를 갖추게 하였다.
금빛누리홀 2층 로비를 들어서면 회관의 역사를 상징하는 22개 색의 스테인글라스 작품 ‘시간을 녹이다(Melting Time)’가 관객을 반긴다. 이곳은 공연자와 관객이 만나는 격려와 환호의 파티장소로 활용될 수 있게 부대시설까지 구비하여 아트센터의 명소로 자리매김되길 바라고 있다. 지하 1층 분장실 복도는 유리거울과 환상적인 색채디자인으로 꾸민 ‘상상정원(Imaginary Garden)’으로 만들었다. 주차장에서 진입하여 분장실문을 열면 ‘꿈-길(Dreaming Carpet)’이 나타나는데 기하학적인 추상기호와 선명한 색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개관 당시부터 사용한 시설명칭인 대공연장과 소공연장과 전시실의 재단장은 2020년 9월에 부산시민들이 공모로 참여하여 ‘금빛누리홀’, ‘은빛샘홀’, ‘금샘미술관’이라는 새 이름을 붙이며 완성 마침표를 찍었다.
‘새로운 도전의 적기’라 여기며 개관 20돌 기념사업에는 좋아진 공연장에 걸맞은 ‘더더더’ 좋은 예술을 보여주자는 사명감이 붙었다. 부산을 대표하는 금정산성에 관련된 금어(金魚) 설화를 기반으로 한 창작음악극 <금어기행> 제작, 명품 공연장 두 곳의 재탄생도 알리기 위한 클래식음악축제 <부산클래식음악제(Busan Classic Music Festival, BCMF)> 창설과 그밖에 상생협력 공동제작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코로나19 팬더믹 시기에도 만만찮은 일을 벌였다.
2020년 10월, 두 번의 순연 끝에 2회 공연을 과감히 시도한 <금어기행>에는 부산작곡마당의 작곡가 4명의 공동창작, 부산의 합창단과 연주단이 참여하며 금정문화회관이 제작극장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제1회 <부산클래식음악제>는 2021년 3월 2일~17일, 16일 간 7회 공연을 올리며 코로나19 상황에서 80여 명의 예술인이 참여, 지역기업체 10개 기업이 후원협찬, 1,200명의 유료관객을 끌어모았다. 기대하건데, 이 음악축제는 전 국민이 매년 부산을 찾을 문화예술관광의 매력거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전략적으로 새로운 변화는 이끌었으나 고착을 해소하기에는 모자람이 있다. 20돌을 지난 구립 문화회관의 성과를 정리하며, 2년 여를 금정문화회관을 운영총괄하면서 몸소 느낀 점을 중심으로 요약하면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먼저, 구 단위 사업소로 직할 운영되는 금정문화회관은 개관 20돌을 맞아 2년여에 걸친 재건축 수준의 리모델링(예산 95억+수선유지관리비 10억 투입, 약 105억 규모)은 잘 완료했고 결과물도 양호한데, 이에 따른 소프트웨어의 보강이 절실하다. 미래형 복합문화공간으로의 변신을 꾀하려면 과감한 기구조직의 개편과 전문인력 충원과 적절한 사업예산이 필요하다.
금정구는 6년 전에 출범한 (재)금정문화재단(생활예술/축제/교육사업 중심의 기초문화재단)과 구청사업소인 금정문화회관(공연장 2곳+미술관/교육동 1곳 운영)이 한 지붕 두 가족 형태로 공존·존립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지자체이다. 향후 여타 기초 지자체처럼 문화회관과 문화재단의 합병, 재단법인형으로 통합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사료된다.
금정문화회관은 그간 2년 반 동안 매년 적은 예산으로도 공동주최 공연콘텐츠 5~6건씩, 비예산사업으로 공연공간대여/지원방식의 춤축제 공동주최, 공동기획·주최 방식의 다양한 전시콘텐츠를 확보하는데 힘써 왔다. 이때 늘 모자란 예산과 조건 속에서 제작을 착수하고 고민하게 되는데, 가능한 동종업계와 상생협력 방안을 강구하면서 기획 단계부터 공동제작방식을 꾀할 것을 권하고 싶다. 국가지원 문예진흥기금도 콜라보레이션 방식의 지원방안도 눈에 띄게 많아졌고 이미 강한 사업파트너들끼리 사전협의하여 부담을 나누는 방식의 순수예술 기획제작방식이 상용화되었다. 늦은 감이 있지만 부산메세나협회도 2021년 11월 공식 출범하였는데, 그 역할도 기대해 볼 만하다.
부산광역시는 분명 우리나라의 제2도시이다. 태평양을 향해있는 막강한 해양수도이고 대륙의 기운이 뻗쳐 바다를 향해있는 관문도시로서 물류의 대부분이 이곳을 거쳐 해외로 수출되는 전진기지이다. 1등을 달성하는 종목도 상당한 해양수도-부산은 좀 더 문화예술로 자부심을 갖는 매력도시가 되길 빌어본다. 그 이유는 충분한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유하고 부산-울산-경남은 원래 하나의 땅이었고 한뿌리로 여겼었다. 부산시민이라면 이제는 미래 2040년대를 그리며 부울경의 맏이 역할로서 부산의 시공간을 20년 후의 부울경을 대표하는 시각으로 확장하여 바라보는 문화예술에 대한 안목을 길러 나가야 할 때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