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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생활문화센터는 우리 마을에 왜 있어야 할까

발행일2021-12 발행처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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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센터는 우리 마을에 왜 있어야 할까?

 

홍철영(전 두송생활문화센터장, 현 달뚜기 예술기획 문화기획자)

 

최근 10년 사이에 생활문화라는 말이 많이 쓰이고 있다. ‘생활문화라는 친숙한 말들이 합쳐져서 굉장히 오랫동안 써온 듯 자연스러운 느낌이지만 이 두 단어를 합쳐서 쓴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지역문화진흥법이 처음으로 시행된 것이 2014년이고 그 이전부터 논의가 진행되었다 해도 언어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자리 잡기에 많은 시간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생활문화"란 지역의 주민이 문화적 욕구 충족을 위하여 자발적이거나 일상적으로 참여하여 행하는 유형·무형의 문화적 활동을 말한다. (지역문화진흥법 제22), "생활문화시설"이란 생활문화가 직접적·간접적으로 이루어지는 시설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을 말한다. (지역문화진흥법 제25). 이 조항들이 지역문화진흥법에 정의된 표현이기는 하나 이런 법조문이 일상의 언어에서 큰 힘을 얻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하여 지금의 문화예술계에서 생활문화라는 말에 대한 혼선이 다소 있는 듯하다. 일선에서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생활문화센터나 생활문화 동아리 연합회에서 쓰는 뜻이 다를 때가 많아 보인다. 정리되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해 보인다.

 

생활문화센터를 5년 동안 운영하면서 느낀 생활문화를 정의해 본다면, 생활문화는 여태까지의 엘리트 중심의 문화예술교육과 기술적으로 잘 단련된 문화예술가 양성을 위한 시설 건립 중심의 문화예술 정책에서 기초 지역 단위에서 일반 시민들의 문화적 창작과 향유를 위한 행위, 요즘 흔히 쓰이는 말로 문화적 힐링에 보다 초점을 맞춘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순수성 및 아마추어리즘의 비공식 예술이 중심인 생활문화는 기초 지역에 밀착하여 형성되는 지역 중심적 문화와 그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조성된 생활문화시설이 중심에 있다.

 

이런 시설 중에서 생활문화센터가 지역 내에서 해야 할 일은 지역적 특성에 따라 다르며 그리고 달라야 한다. 이 말은 생활문화센터가 지역민들의 자발적인 주도적 참여로 운영되고 지역 내 생활문화의 거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극히 이상적인 이야기를 조금 더 현실에 맞게 구체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의미이다. 생활문화센터가 있는 지역의 특성과 지역민들의 요구(needs)는 당연히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필자가 있었던 두송생활문화센터의 경우 센터 개관 이전과 센터 개관 이후 설문과 대면 조사 등을 통해 지역민들의 생활문화센터에 대한 요구를 조사한 결과, 주민들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에서 진행하는 문화센터의 문화 강좌형 프로그램 수강에 대한 역할을 기본적으로 원하고 있었다. 이는 서부산 지역 내 대형 백화점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고 그나마 있는 대형마트 등에서 진행하는 문화센터 역시 수가 적고 지역에서 가기에는 거리가 멀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두송생활문화센터가 있는 부산 사하구 지역은 지역 특성상 공단과 물류 창고 등이 많고 넓은 지역에 문화예술 기관이 띄엄띄엄 흩어져 존재하고 있어 그런 기관들이 각 개별 지역별로 종합 문화센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특징이 있다. 센터는 20155월 개관한 이래 주민들의 요구가 있는 기초적인 강좌형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더불어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주민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마중물 사업으로 어린이나 어른들을 위한 서로 다른 프로그래밍으로 타겟층을 확실하게 구분한 영화 상영 프로그램, 체험 프로그램 등을 주변 기관들과 차별화해서 구성했었다. 그리고 국비 공모 사업 등을 통해 조금 더 풍부한 예산을 가지고 융·복합 프로그램으로 주민들에게 다가갔었다.

 

다소 다른 지역적 특성이 있는 부산 수영구 생활문화센터의 경우 수영문화원과 같은 건물에 있어 문화 강좌형 프로그램의 경우 수영문화원에서 기획하고 진행하며 생활문화센터는 접근성이 좋은 입지적 조건으로 인하여 지역 문화예술 동아리들의 대관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차이점은 생활문화센터가 자리하고 있는 지역적 특성에 따라 다르게 운영될 수밖에 없는 점을 잘 보여 주고 있다.

 

문화 수요자인 지역민들의 입장에서는 생활문화센터든 문화원이든 평생학습관 같은 이런 기관들, 공급자들의 입장에서 분류해 놓은 구분은 중요하지 않다. 나에게 필요한 것이 있는 곳을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공급자들이 정해 놓은 각 기관의 정의보다 중요하다. 문화 공급 기관들은 개념과 분류와 용어에 있어 수요자 중심이 아니라 공급자 중심으로 되어 있다. 문화의 저변 확대를 위해서라도 공급자 중심의 개념과 용어들은 수요자들의 입장을 반영한 것들로 바뀌어야 한다. 일부러 알기 어렵게 해 놓은 보험사 관련 언어들처럼 쓰지 않으려면 말이다.

 

최근의 문화 거점 공간들은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플랫폼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 디지털을 통한 문화 커뮤니티나 공동체 형성에 기여하고 지식과 정보를 교류하고 소통하며 이용자들의 문화예술 창작 활동을 활성화하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역 밀착형의 생활문화센터 같은 공간의 경우는 이런 플랫폼 역할을 요즘의 경향인 디지털과 4차 산업혁명도 중요하지만, 아날로그적인 레트로 문화공간으로서의 기능도 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하여 IT 기술과 문화를 결합한 교육 및 매칭 사업 등도 중요하지만 디지털의 빠른 속도를 따라잡기 힘든 노령층과 경제적 소외 계층들의 최후의 보루로서 지역밀착형 생활문화센터가 그 역할을 담당해야 하고 이를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인간에게 감동을 주는 문화예술 컨텐츠는 예술적 기술의 세련미로만 평가할 수 없듯 아날로그적 문화예술의 창작과 향유 공간으로서 생활문화센터 같은 지역밀착형 생활문화공간은 당연하고도 충분히 존재 가치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요즘의 생활문화센터 건립은 도서관이나 카페, 기타 문화 시설이 공존하는 생활 SOC 복합문화공간 시설로 편입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분명히 장단점이 있다고 보인다. 사업 예산과 각종 홍보와 운영에서 선택과 집중이 쉬운 점, 세대 간을 아우르는 공간 구성으로 통합의 용이성도 있지만, 전문적이고 세밀한 공간 구성과 사업 운영이 없으면 시너지 효과보다는 이도 저도 아닌, 이용 효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공간으로 전락할 수도 있고 디지털에 대한 소외를 보이는 계층은 여전히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그들만의 리그에 있는 딴 나라 이야기로 계속해서 소외감만 주는 공간으로 남을 가능성도 크다. 이런 복합 SOC 생활문화센터가 지역 사회에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건립과 같은 기반 시설 지원 즉 하드웨어적인 측면의 지원도 더욱 세밀하게 설계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의 시설 및 지어질 시설들이 어떤 식으로 지속해서 운영되고 발전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정책과 방안, 소프트웨어적인 기획과 운영을 발전시켜나갈 휴먼웨어, 즉 인력에 대한 지원이 더욱 중요하고 필요한 부분이다.

 

현재 부산은 전국에서도 가장 많은 수준의 생활문화센터가 생겼으나 대부분 지자체 직영으로 전문 문화기획자를 고용해서 운영하는 몇 곳을 제외하면 공무원들이 대관 관리 정도만 하며 주민자치회 프로그램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수준으로 전용 및 왜곡 운영되는 곳이 많다. 센터 시설 만드는 것에 국비를 지원받아 지역 주민센터나 리모델링 해보자는데 주안점을 두지 말고 지속적인 운영과 운영 인력 및 프로그램에 대한 예산 확보와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런 공간에 대한 지원에 대해 프로그램 개수나 이용객 수 등 단순한 정량적인 목표로 성과를 보려고 해서는 안 된다.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기관에서 예산 대비 사용자들의 숫자와 같은 데이터는 물론 중요하다고 하겠지만 조금 더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는 지표들을 개발해야 한다. 예를 들면 지역에 생활문화센터가 운영되고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나서 지역 내의 우울증 환자의 수가 변화가 있더라 든지 하는 그런 의미 함축적인 조사가 장기적으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지역문화진흥법에 나오는 생활문화시설로서의 생활문화센터는 어쨌든 지역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과 답변에는 공간의 필요성에 대한 부분은 꼭 나오고 있는 편인데 이는 공간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지역민들 개개인의 취향에 맞는 공간은 언제나 부족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특히 생활문화에 있어서는 생활권에 밀착된 작은 공간들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특히나 경제적 문화적 소외 지역에서는 지역 내 문화적 삶의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정량적 정성적 평가지표 같은 것으로 지역 생활문화시설을 평가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은 발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생활문화센터가 추후 자신의 꿈을 이루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어린이 한 명, 살아생전 접해 보지 못했던, 바쁘게 살아가느라 돌아보지 못했던 문화예술의 향기를 느끼고 내 삶의 마무리에 아름다운 쉼표로 존재했다고 하는 어르신 몇 분이라도 있다면 생활문화센터는 지역에서 그 역할을 충분히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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