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보고서 톺아보기:「부산광역시 공공 공연장 실태파악 및 운영개선방안 연구」
김수정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연구원)
지난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는 2030년까지의 중장기 문화정책 계획인 ‘문화비전 2030’을 발표한 바 있다. 4차 산업에 따른 사회적·경제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①개인의 자율성 보장, ②공동체의 다양성 실현, ③사회의 창의성 확신을 목표로 삼으며 ‘사람이 있는 문화’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47개의 대표과제와 186개의 추진과제를 제시했다.
그 중에서도 ‘지역 문화 분권 실현’을 추진전략으로 삼고 있는 ‘공동체의 다양성 실현’에 관한 내용을 살펴보자. 지역 문화가 지닌 고유한 특성을 발전시킴과 동시에, 지역 스스로가 문화를 통한 발전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중앙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부산광역시 공공 공연장 실태파악 및 운영개선방안 연구」가 의미 있다. 중앙집권에서 자치분권으로의 전환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부산지역 공공 공연장의 운영 현황을 시설 건립연도, 각 공연장별 주요 프로그램, 조직 인력, 재정 등을 통해 분석하며, 부산 내 공공 공연장의 자생력에 대해 향후 과제를 점검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부산광역시 공공 공연장 실태파악 및 운영개선방안 연구」는 크게 국가의 문화정책 흐름, 부산의 문화예술 향유 일반 현황, 시민 대상 설문조사, 공공 공연장 세부 추진전략, 종사자 면접을 통해 부산 공공 공연장의 운영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1장과 2장은 공연장과 관련된 국내 문화정책 흐름과 국내외 공연장 운영 사례 연구를 통해, 동 연구를 실시한 근거를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사례 연구가 개요 정리에서 그쳤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해당 파트에서는 각 공연장들의 운영 방식과 공연예술을 활성화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는 프로그램 및 정책을 나열하고 있는데, 글의 흐름상 부산 지역에 참고하여 적용해볼만한 점들을 찾고자 했던 것 같다. 만약 각 사례들을 관통하는 공통점을 추출하거나, 시사점을 도출했다면 본 보고서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일지 도입부에서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연구의 후반부에서는 시민 대상 설문조사 및 부산지역 8개소(문예회관 6개소, 시민회관·문화회관 2개소) 공공 공연장 종사자 의견조사를 병행했다. 이를 통해 부산 시민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량적으로 알아볼 수 있고, 공연장 현장에서 필요한 사항에 대해 종합적으로 정리하여 현실적인 운영 개선 방안을 도출하고자 노력한 점이 돋보인다. 두 설문 결과를 살펴보면, 이 보고서가 꾸준히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느낄 수 있다. ①다양한 장르의 공연과 기획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에게 공연장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친밀감을 향상시키는 것. ②공연장 내 전문인력 양성 및 배치, 노후화된 시설 보완, 재정 관리 시스템 개편 등을 통한 공공 공연장 운영 효율성 재고. 이 두 가지는 결국 문화예술 향유 기회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반복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연구 방법론을 활용하여, 부산지역 공공 공연장 운영 개선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필요하다고 제언하며 끝을 맺고 있다.
- 시 구별 문화회관 간 역할 분담 - 대관 중심에서 벗어난 기획 중심의 운영 - 지속 가능한 공연예술 생태계 조성을 위한 민간단체와의 협력 |
전반적으로 다각도에서 조명해보고자 여러 연구방법론을 활용한 점에 있어서는 충실히 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이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조사를 통해 시사점을 도출해 설명하는 방식이 보완되어야할 필요성이 있다. 특히 시민 대상 설문조사와 종사자 대상 면접조사의 경우가 그러하다. 동일한 내용의 반복적인 서술보다, 중첩되는 중요 키워드를 추출하는 등의 시각화 자료를 활용했다면 동 연구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안해본다.
동 연구가 말하는 것처럼, 공공 공연장을 비롯해 지역에 존재하는 공연장들이 지속가능한 공연장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주체 간 노력이 필요하다. 특정 장소에 대한 지역민의 기억 축적이 지역의 힘을 키울 수 있을 것이며, 그에 힘입어 다양한 예술장르가 오래도록 유지되고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 누구나가 편히 찾아올 수 있는 시설을 갖추어야 함은 물론, 자체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과 각 지역의 특성(인구 특성, 사회적 환경 등)을 반영한 공연 프로그램을 비롯한 문화 프로그램이 마련되는 공연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제는 더 나아가 디지털 시대에서의 공연장의 역할에 대해서도 논의해 볼 시점이 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문화예술이 디지털로의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시기에, 공공 공연장을 어떻게 운영해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 다양한 관점의 논의가 필요하다. 동 연구는 2020년 2월에 발간된 자료라, 코로나19가 변화시킨 문화예술 환경을 분석한 내용은 담겨있지 않다. 후속연구로 디지털 시대에 공공 공연장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후속적으로 연구가 진행된다면 보다 풍부한 논의거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