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문예회관 협업을 통한 문화분권 실현
서승우(영화의전당 예술경영본부장)
Ⅰ. 문예회관 현황
1980년대 들면서 정부는 지역문화의 활성화를 중요한 정책으로 내세워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의 문예회관1) 건립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80년대 까지는 주로 광역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실시되었으며, 90년대 들어서는 기초단체들까지 확산되었고 2021년 현재 전국 243개 광역 및 지자체의 107%에 해당하는 260개 문예회관이 건립되었다.2) 전국의 공연시설은 총 1,007개이며, 서울지역에 340개로 전체의 33.8%이고, 경기와 인천 지역을 포함하는 수도권 지역 시설 수가 총 498개로 전체 공연시설의 49.5%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3) 또한, 시설특성별로는 중앙정부 12개, 문예회관 260개, 기타(공공) 234개4), 대학로 지역 시설 101개, 민간(대학로 외) 400개이다.
문예회관은 설립주체가 누구인가에 따라 국립, 공립, 사립으로 구분되고, 운영주체가 누구인가에 따라 정부기구, 책임운영기관, 특수법인, 민법상의 법인 등으로 구분된다. 2020년 말 현재 운영 중인 전국의 260개 문예회관의 운영주체를 살펴보면 <표1>과 같이 지방자치단체 직영사업소가 전체의 57.3%인 149개이고, 42.7%인 111개가 위탁운영을 하고 있다.5)
문예회관의 숫자가 늘어난 만큼 비판의 목소리도 다양해졌고 커졌다. 다수의 문예회관들이 예산, 인력, 프로그램 등에 있어서 비효율적인 운영으로 인해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시설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자체 직영에서 위탁으로 운영주체를 바꿔야 한다거나 예술조직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전문인력이 배치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다른 한편에서는 재단법인과 민간위탁기관의 재정 상태가 직영과 공단보다 더 열악하다는 이유로 민간위탁보다 직영체제가 더 효율적이라고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대세는 민간 전문가 집단에게 시설을 맡겨 자율적인 운영을 통한 재정자립과 공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다. 세종문화회관은 1999년 7월 독립 재단법인으로 새로 출범했고, 국립극장은 2000년 1월부터 책임운영기관6)으로 바뀌어 운영되고 있다. 또한 예술의전당은 재단법인에서 특별법에 의한 특수법인7)으로 전환하여 그 공공성을 더 강화하고 있다.
Ⅱ. 부울경 문예회관 현황
부울경에는 현재 부산 11개, 울산 5개, 경남 23개 등 모두 39개 문예회관이 운영 중이며, 재정자립도는 부산 7.1%, 울산 4.6%, 경남 4.0%로 부산만 전국 평균 4.7%보다 높게 나타났다. 또한 공연장 가동률과 프로그램 가동률은 각각 부산이 20.4%, 17.5% 울산이 23.3%, 21.3% 경남이 11.8%, 10.2로 나타나 전국 평균 16.6%, 13%보다 부산과 울산은 높게 경남은 낮게 나타났다.8) 운영주체는 지자체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이 부산 7개, 울산 4개, 경남 13개 등 39개 기관 중 61.5%인 24개로 나타났으며, 재단법인 등 민간 위수탁 시설은 부산 4개, 울산1개, 경남 10개로 나타났다.9)
부울경 지역 대부분의 지자체에 1개 이상의 문예회관이 운영되고 있지만 그 운영 내용과 성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부울경 특별지방자치단체 시대에 맞추어 부울경 지역 39곳에 운영 중인 문예회관을 문화분권의 거점 시설로서 그 역할을 제안하고자 한다.
Ⅲ. 제안내용
1) 부울경 문예회관 연합법인 출범
현재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한문연) 부울경지회의 지위에서 벗어나 별도 법인화하여 그 위상과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다양한 사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한문연에서 전국의 문예회관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 등 프로그램 선정 시 예산의 지역할당제를 도입하여 지역의 작품은 부울경연합회에서 선정, 지역 문예회관에 우선 공급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그러면 최소한 지역의 작품이 국비와 문예회관 매칭 예산으로 지역의 관객에게 선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2) 통합 예술감독제 도입
재단법인으로 운영 중인 문예회관은 차치하더라도 시군구 직영으로 운영중안 24개 문예회관의 경우 통합 예술감독제를 도입하여 연중 프로그램에 대한 전체 컨셉과 방향을 계획적으로 정해보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프로그램 중복에 대한 논란과 예술성과 공공성 시비는 벗어날 수 있을 것이며 지역별로 프로그램을 차별화하여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3) 국내외 유명 공연 공동 유치
매년 통영국제음악제 기간이 되면 부산의 클래식 매니아들이 통영으로 공연 여행을 떠난다. 시간을 내지 못해 가지 못하는 분들은 부산에서 볼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도 한다. 그래서 간혹 사전 협의를 통해 부산공연이 성사되기도 한다. 통영국제음악제 뿐만 아니라 부산국제연극제 등 부울경 내 문예회관을 중심으로 개최 중인 국제행사의 프로그램을 사전 협의를 통해 지역 순회공연 추진하면 여러모로 이득이 많을 것이다. 이를 제도화해서 부울경 관객들에게 혜택이 골고루 나누어지기를 바란다.
4) 2030엑스포 홍보 및 축하공연 공동제작
2030엑스포 개최가 부울경 메가시티 구축과 함께 문화분권 실현의 새로운 엔진으로 도약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치 성공을 위해 부울경 문예회관 모두가 적극 협력하고 그 성과도 부울경이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부울경 문예회관 연합법인에서 연출, 배우, 안무 등 지역예술인 대상으로 엑스포 홍보용 작품을 공모해 공동제작 후 순회공연한다면 2030엑스포 유치 홍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5) 상주단체페스티벌
문예회관 공간 활성화와 창작의욕 고취를 위해 부산에서는 2013년부터 매년 8월경, 경남에서는 2011년부터 매년 11월경 개최되고 있으며 울산에서는 2014년부터‘전국 공연장상주예술단체 페스티벌’을 개최하여 전국 시도를 대표하는 20여개 상주단체가 매년 참가하고 있다. 이렇게 시기를 달리해 각각 개최되고 있는 상주단체 페스티벌을 지역을 순회하며 같은 시기에 대규모 페스티벌로 개최하고 전국의 문예회관 관계자들과 기획자를 초청해서 지역 공연을 소개하면 지역 공연 유통에 도움이 될 것이다.
6) 무대미술세트장(수장고) 건립
국내 공연예술계에서는 그동안 무대장치 보관을 위한 공간이 없어 각종 도구 및 장치 등의 조기폐기로 예산낭비 및 우수레퍼토리 축적의 어려움을 겪어왔다. 또한 무대세트, 의상 등 무대용품의 손상으로 재사용이 어려웠으며 외부 보관장소 임대에 따른 추가 예산 부담 등으로 인해 꾸준히 무대미술세트장(수장고) 건립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에 부울경 메가시티 구축과 더불어 부울경 무대미술세트장을 건립하여 부울경 문예회관의 제작공연 및 대관공연에 따른 보관장소를 제공하고 세트장 견학을 통한 창작의욕 고취는 물론 문화예술 일자리 창출에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는 파주 무대공연종합아트센터가 2021년 4월 입찰을 통해 추정가격 기준 179억원으로 경기도 파주시 법흥리에 지상 3층(연면적 1만3442.65㎡)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7) 공연 영상화 스튜디오 건립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공연의 형식과 제작 그리고 유통 방법이 다양해졌다. 이에 따라 공공 공연장에서도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스튜디오를 갖추고, 온라인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카메라, 조명, 음향 장비나 시설 등을 저렴한 비용으로 대관 대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지역 예술단체나 예술가의 좋은 기획과 콘텐츠가 온라인을 통해 관객과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체부는 예술의전당에 공연영상화 종합제작공간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고품질 공연 영상 제작, 온라인 공연 생중계, 민간단체 공연 영상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부울경에서도 이런 공간이 필요하다. 영화 세트장처럼 온라인 공연 영상 촬영이 가능한 장비를 비치하고 전문 기술인력까지 지원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1) 『2005공연예술실태조사』(예술경영지원센터, 2006.1) p57 “문예회관이라함은 국고에서 일정액의 ‘지방문예회관’ 건립 지원비를 받아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것으로서, 일반 집회시설인 시군?구민회관과 구분되는 전문적인 예술시설을 말한다.”
2) 『2021 공연예술조사』(예술경영지원센터, 2021. 12) p89
3) 예술경영지원센터, 『2021 공연예술조사』(문화관광부, 2021. 12) p85 p144
4) 2021 공연예술조사』(예술경영지원센터, 2021. 12) p7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건립비를 지원하지 않은 공공 공연시설(등록공연장에 한함)(예. 강동구민회관, 인천청소년수련관 등)
5) 2021 공연예술조사』(예술경영지원센터, 2021. 12)
6) 책임운영기관은 국공립 문화시설 운영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극장의 법인격을 그대로 유지한 채 외부에서 전문가를 관장으로 영입하는 형식
7) 특수법인이란 정부정책상이나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특별법에 의하여 설치된 공사(公私)로 사장, 이사 및 감사 등의 임원이 구성되어 운영을 하며, 대개의 경우 정부가 그 책임자를 임명하고 있다. 독립기념관도 같은 경우에 해당된다.
8) 예술경영지원센터, 『2021 공연예술조사』(문화관광부, 2021. 12) p62 p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