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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창의·공감이 대세인 세상에 걸맞은 전략부터

발행일2022-06 발행처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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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이벤트에서 지역 예술인의 역할

창의·공감이 대세인 세상에 걸맞은 전략부터

 

조봉권 국제신문 기획에디터부국장

 

   예측하는 일은 어렵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관해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때는 관련 있는 사례를 찾아 참고하는 방법을 흔히들 쓴다. 새로운 각도에서 보려는 시선을 갖추고 핵심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전제로, 이는 써봄직한 방법이다.

   부산은 2030 월드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다. 부산이 재도약해 세계 최고 수준 도시 반열에 들자면, 월드엑스포 같은 메가 이벤트 유치는 긴요한 과제라고 부산시가 판단했기 때문이다.

   부산시가 유치 경쟁에 일찌감치 뛰어든 월드엑스포는 등록박람회다. ‘인정박람회였던 2012년 여수 엑스포보다 훨씬 크다. 많은 부산 시민의 바람대로 부산이 월드엑스포를 유치하는 데 성공한다면, 이와 관련된 많은 일은 대체로 세계 정상급’ ‘최첨단’ ‘월드 베스트수준이나 기준에서 이뤄질 것이다.

   동시에 명백한 부산 지역 이벤트로서 부산이 감당하는 기획참여책임의 영역이 주어질 것이다. 그중 부산 문화예술계가 맡아야 할 일이 있을 것이다. 월드엑스포는 전 세계가 한 도시에 운집해 자기 존재를 드러내고 뽐내며 소통을 모색하고 이익도 얻기 위해 치열하게 뛰는 현장이다. 그런 자리에 예술을 중심으로 한 창의 콘텐츠, ‘한류로 상징되는 문화 콘텐츠, 예술문화를 활용하는 첨단 콘텐츠가 없을 수 없다.

   당신이라면, 창의문화첨단 콘텐츠가 예술적으로 결합해 새로운 아름다움의 세계를 보여주지 못하는 월드엑스포에 비싼 참가비 내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내서 가겠는가? 아마 그 돈이면 BTS 콘서트나 블랙 핑크 공연 티켓 구입 경쟁에 뛰어들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부산의 지역문화가 바로 그런 분야에 참여해 상당한 역할을 당당히 할 것이라는 기대가 월드엑스포 유치를 바라는 시민의 마음속에는 있다. ‘부산시가 사활을 걸고 유치에 나선 부산월드엑스포이기 때문이다. 이런 기획이 없다면 만들어야 하고 적다면 늘려야 한다.

   메가 이벤트와 지역 예술이 결합한 사례를 몇 가지 떠올려보자. 그 원조는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1988년 서울올림픽이다. 이 두 행사는 한국이 세계 무대 중심부로 나아간, 상징적 메가 이벤트였다. 한국 곳곳에서 관련 행사가 펼쳐졌다. 여기에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과 같은 해 한일 월드컵을 연계해 살필 수도 있다.

   꽤 오랜 세월 부산지역 대학 무용학과 교수나 춤 예술가 명함과 공연 책자에는 올림픽아시안게임 개폐막식 안무와 관련한 경력이 새겨져 있었다. 이때의 경험은 메가 이벤트가 펼쳐짐에 따라 지역 예술계에도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대규모 기획에 도전하고 실행할 기회가 올 수 있음을 각인시켰다.

   공연예술계를 중심으로 살피면, 대형 작품이 창작돼 시민을 만났고 그 이후 재공연되기도 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공식 문화축전 작품으로 허황후가 제작됐다. 이 작품은 2009가야 허황후라는 대형 집체극으로 재공연됐다. 2003~2004년에는 부산시립예술단 6개 단체가 연합공연 형태로 대거 참여한 즐거워라 무릉도원이 여러 차례 공연돼 꽤 인기를 끌었다. 2015년 부산시립예술단 5개 단체가 동참한 종합예술공연 부산 맥 아리랑2012아리랑이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기념하는 의미도 있었다. 메가 이벤트와 연계된 대규모 예술행사는 이것 말고도 다수 시도됐다.

   그 의미와 성과에 관해서는 높은 점수가 나오지 않는 게 사실이다. 나는 메가 이벤트를 계기로 대형 기획이 이뤄지고 큰 작품이 만들어져 재공연까지 이어진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대체로 그것은 부대 행사 성격을 못 벗어났고, 일회성 시도(재공연을 포함한다 해도)에 그쳤으며, 지역 예술 생태계 변화나 발전으로 이어지지 못 했다.

   한 공연 전문가는 그렇게 메가 이벤트를 계기로 태어난 작품 가운데 시민 곁에 오래 살아남았거나 지역 예술계에 강력한 충격을 준 작품이 과연 얼마나 있는가하고 되물었다나는 즐거워라 무릉도원은 시립예술단의 대형 연합공연이 가능하다는 전례를 남겼고 작품 만듦새도 좋아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고 여기지만, 대체로 이 공연 예술가의 비판에 동의했다.

 

   공연예술계 쪽 사례에 치우친 한계는 있지만, 지금까지 살핀 사례를 종합해보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메가 이벤트가 열리면, 그와 연계된 새로운 기회계기가 지역 예술계에도 열린다. 그러나 이 계기를 지역 예술계예술인이 활용해 뜻 있는 성과를 거두는 것은 별개 문제이자 과제다. 그렇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첫째는 역시 전략적 사고와 전략적 접근이다. 아마 월드엑스포를 부산이 유치한다고 해도 주최주관 측이 지역 예술계알아서배려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국가세계 차원 행사임을 강조하면서 지역이 숟가락 얹을 행사가 아니다는 식의 반응이 나올 것도 예상해야 한다. 월드엑스포에서는 분명히 예술문화 분야의 참여 공간이 생길 텐데, ‘첨단최신대규모를 앞세워 자원이 풍부한 중앙(결국, 서울이란 얘기다)에서 기획실행인력장비의 핵심이 모두 올 수 있다.  이런 흐름이 대두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부대 행사찬조 출연하는 식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아마 철학적 대결을 해야 할 것이다. 지금 시대는 지역로컬구체성사람창의력참여가 생명력인 시대라는 점을 바탕으로 월드엑스포에 관한 전략적 사유와 접근이 지역 예술계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이정재와 BTS가 나서야 할 장면이 있고, 지역 예술계가 감당해야 할 일이 있으므로 조화수용개방 태도를 지니되 지역 시선도 필요하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둘째, 월드엑스포 자체에 관해 지역 예술계가 상당히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금 세상에 과연 예술문화가 뿜어내는 창의력공감력을 활용하지 않고 성공할 문화적 성격의 메가 이벤트가 있겠는가? 극히 드물 것이다. 이각규 박람회연구회장이 국제신문에 연재 중인 엑스포 세대교체 전환점 2030 부산세계박람회에 따르면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같은 최첨단초대형 플랫폼 기업은 엑스포에 별 관심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엑스포 자체가 시시해지지는 않겠지만, 왜 이런 변화가 생기며 앞으로 방향은 어떨지 학습하거나 꿰지 않으면 지역 예술계는 지긋지긋하게 겪어온 수동태의 함정에 또 빠질 것이다.

   셋째, 주체를 어떤 식으로 형성할지는 아직 잘 알 수 없지만(부산문화재단이 주도할지 예술단체가 맡을지 연구교육 쪽에서 나설지 등), 기획 단계부터 결합하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판을 다 짠 뒤에는 결합이나 참여가 어렵지 않겠는가.

 

   이를 종합해 결론을 내리면, 지역 예술계가 지역 예술 생태계 활성화변화발전을 위해 월드 엑스포 같은 메가 이벤트의 어떤 점을 어떻게 활용할지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다. 어떤 개인 또는 특정 단체에 이익이 돌아갈 그림이 나오느냐, 지역 예술계 전체의 상승과 지역 발전으로 연계되는 전략을 갖느냐에 따라 설득력과 실행력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껏 이뤄졌던 메가 이벤트+지역 예술 결합 사례를 살피는 방법도 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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