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관광의 시너지효과 창출
임 호((주)핑크로더 문화·관광콘텐츠연구소장)
미술관 아트투어, 공연 및 예술축제 관람, 예술마을 탐방, 건축기행 등 지역의 문화예술 자원을 활용한 예술관광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는 자연경관과 역사자원을 주된 관광자원으로 한 대중관광 패턴에서 벗어나고 있는 새로운 관광 흐름을 반영한다. 대규모 단체관광에서 소규모 또는 개별관광이 증가하고 있고 기존에 알려진 관광지보다 숨은 관광지를 찾아가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개별적 취향의 충족과 지역적 가치를 추구하는 관광욕구가 강한 경향도 확인된다.
예술관광은 예술시설, 예술유산 집적지, 예술콘텐츠 등 예술자원을 대상으로 방문을 통해 관람, 체험, 학습하는 행태의 관광라 정의된다. 일반적으로 문화관광의 하위영역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문화관광과는 관광대상, 동기, 목적 등에 차이가 있다. 문화관광은 타 문화권의 문화유산을 감상하고 생활문화를 체험하는 것이라면, 예술관광은 인간의 표현력과 노력에 의해 창조되는 예술자원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는 차이가 있다. 즉, 예술관광은 예술자원을 대상으로 예술적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예술향유를 목적으로 행하는 관광이다.
예술관광 이전에도 예술자원을 관광의 대상물에 포함시키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예술향유를 주목적으로 하기보다는 관광과정에 부속된 관광자원으로 예술자원이 인식되는데 불과하였다. 그러나 예술관광이 성립되는 것은 예술향유가 관광의 주제가 되고 예술자원이 관광대상물이 되는 흐름이 본격화됨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서 예술과 관광은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예술은 관광거리를 제공함으로써 관광객을 유치해주고, 관광은 예술에 향유자를 연결시켜줌으로써 예술의 가치 확산에 기여할 수 있다. 지역적 관점에서 보면, 지역의 예술자원은 지역 고유의 정체성, 문화적 특성을 잘 나타낼 수 있는 분야로 관광상품에 활력을 주고 관광지에 대한 매력도를 증가시킨다. 무엇보다도 예술관광의 활성화를 통한 관광객 유입 확대는 지역의 산업과 경제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예술관광 활성화가 어떤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는 국내외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볼 수 있다.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Guggenheim Museum), 영국 게이츠헤드의 발틱현대미술센터(Baltic Centre for Contemporary Art)는 물론 국내에서도 부산의 F1963, 마산 창동예술촌 등 수많은 예술시설 및 공간들이 예술에 기반한 도시재생 성과를 창출하면서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지역의 예술시설과 스토리를 활용한 문화예술축제 역시 예술관광의 오래된 대상물로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뉴욕의 뮤지엄 마일 페스티벌((Museum Mile Festival), 영국 에딘버러 국제 페스티벌(Edinburgh International Festival)은 익히 세계적인 관광매력을 얻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한 국내의 영화제, 통영국제음악제, 거창국제연극제 등도 국내외의 예술관광객을 개최지역으로 모으고 있다.
그리고 예술가들이 집단적으로 거주 및 활동하고 있는 예술마을들도 예술관광의 대상지로 지역의 관광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경기도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 부산 원도심문화창작공간 또따또가, 태국 치앙마이 반캉왓(Bann Kang Wat) 예술인 마을 등도 예술관광 대상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러한 사례들을 두고 볼 때 부산에도 예술관광자원으로 활용성 높은 예술시설이나 공간들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문화예술에 기반한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된 곳에는 예술관광이 활성화될 수 있는 잠재력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시설이나 지역에서 예술관광이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예술가들은 창작 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에 관광객이 개입되는 것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높다. 아울러 예술시설에서도 이미지와 시설물 관리를 위해 관광자원화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술자원의 관광화에 대한 관심은 있으나 실행방안을 마련하는 데는 서툴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관광자가 얻고자 하는 관광욕구를 충족시켜줄 예술공연 및 전시프로그램이나 부가서비스의 기획과 관광네트워크를 통한 적극적인 홍보·마케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공연, 전시, 축제와 관련한 정보를 관광기업에 제공하고, 관광기업은 이러한 정보를 토대로 예술관광 프로그램을 기획한 다음 예술시설이나 단체와 협업을 진행함으로써 상호이익을 증대시킬 수 있다.
예술자원 및 시설 간 연계를 통한 관광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예술과 관광의 시너지효과는 더욱 증대된다. 영화제 기간에 미술관의 특별전시를 기획하고 관광객들에게 유인을 제공한다면 훨씬 풍성한 예술관광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의 접근이 굳이 부산지역 안에서만 충족될 필요는 없다. 부·울·경지역의 예술자원 간 연계를 통한 관광프로그램의 기획도 충분히 가능하다.
최근 부산·울산·경남을 연결하는 메가시티 구축을 향한 노력이 산업과 교통인프라 조성에 집중되는 반면 문화예술 교류·협력네트워크구축에 대한 관심은 보기 어렵다. 지역 간 관광협력을 모색하는 가운데도 예술관광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6.1지방선거가 지나면서 울산과 경남의 광역단체장은 부·울·경 광역자치단체 협력에 대해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함으로써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러나 예술과 관광은 행정적 경계를 쉽게 넘어서는 본질적인 특성을 내재하고 있다. 또한 예술과 관광의 결합이 지역에 경제적 효과를 창출한다는 점을 익히 알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만큼은 원활한 상호협력이 가능할 것이다.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하는 실질적인 교류협력프로그램의 실행이 부·울·경 메가시티 프로젝트를 촉진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기대된다.
예술을 예술이라는 틀 안에만 가둘 것이 아니라 관광객들이 보다 자유롭고 폭넓게 향유할 수 있도록 예술분야 종사자의 개방적인 관광마인드가 필요하다. 동시에 관광분야 종사자들도 지역의 예술자원을 활용한 특색있는 관광프로그램의 기획에 창의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2030부산세계박람회의 성공적 유치와 개최를 위해서도 예술과 관광의 시너지효과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예술과 관광의 가치를 모두 높이고, 부산이 세계적인 문화예술도시로 발돋움하는 밑바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