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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예술가가 소외받지 않는 사회안전망의 시작

발행일2020 발행처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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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가 소외받지 않는 사회안전망의 시작
- 정희섭(한국예술인복지재단 상임이사)

 

인터뷰어: 차재근(문화소통단체 숨 대표)

 

차재근 / 대표님, 반갑습니다. 2018년 2월 이후에 취임 2년차를 맞이하셨는데 그동안 추진하셨던 사업성과와 아쉬운 점을 말씀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정희섭 / 2018년도 2월 23일으로 취임을 했으니까 이제 2년이 되었는데, 성과라면 재단 사업이 양적으로 굉장히 커졌습니다. 2018년 재단 예산이 300억 정도였고 2019년도 400억, 올해는 700억 정도가 되어 예산으로만 봐도 굉장히 늘어났지요. 
 그리고 예술인들로부터 많은 요구를 받은 융자사업인 예술인복지금고가 있는데, 기재부 예산 배분과정에서 ‘예술인생활안정자금(융자)’라는 명칭으로 바뀌어 2019년도에 시범사업을 거쳐 올해 본 사업으로 시행을 하게 된 것이 주요한 성과일 것입니다. 하지만 원래 융자 사업과 더불어 예술인 실업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예술인들에게 고용 보험이 적용되는 취지의 사업이 있었는데 아쉽게도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못해 실현되지 못한 것은 아쉽습니다.

 

차재근/ 예술인복지재단이 처음 생겼을 때 여러 가지 논란들이 많이 있지 않았습니까? 기존 복지와의 차별성 논란도 많았는데 8년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안정기에 들어서고 있는 것 같아 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으로 반가운 생각이 듭니다. 최근 들어 문체부와 국토부 등이 협력해서 예술인 마을을 만들어 창작지원뿐만 아니라 주거도 지원하는 등 예술지원방식이 다각화되고, 새로운 지원사업들이 생기고 있는데요. 예술인복지재단은 예술인 주거에 대해서는 어떤 형식의 지원이 있습니까?

 

정희섭 / 현재도 공공임대 주택 입주자격에 예술활동증명을 마친 예술인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한 경우도 있고 주택 구입은 아니지만 예술인생활안정자금(융자)사업 중에 전세 보증금 상품도 포함되어 있고, 보증금의 한도도 올해는 1억으로 늘었습니다. 주택문제는 기존의 공공사업에 예술인들이 입주 자격을 갖게 되도록 노력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힌 것 같습니다.

 

차재근 /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소장을 오랜 기간 하셨는데 예술인 복지 정책 중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 방향과 선결과제들은 무엇이 있는지요?

정희섭 / 예술인복지법이나 예술인복지재단이 출발한 계기도 그렇고, 예술인들의 어려운 상황들이 자주 언론에 비춰지면서 일반 사회복지처럼 가난한 예술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으로 비춰지는 측면이 다소 있습니다.

 

<차재근 문화소통단체 숨 대표>

<정희섭 대표이사>


 그러나 예술인복지사업은 예술인들의 직업적 권리를 보호하는 역할이 주된 방향이 되어야 하는데, 고용 보험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죠. 예술이라고 하는 직업은 대부분의 경우 프리랜서 형태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직장이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설계된 한국의 사회 안전망으로부터 배제된 측면들이 많습니다. 일을 하면서도 노동자로서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예술인들이 많은 것이죠. 그래서 예술인들의 권리를 실현하고, 저작권으로 대표되는 예술인의 직업적 권익을 옹호하고 확장하는 것이 주된 방향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차재근 / 가장 중요한 부분은 예술 활동이나 예술적 가치가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지원을 받는 구조로 전환이 필요한데, 예술인복지재단이라는 명칭에서부터 취약 계층을 지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잖아요. 그러면 향후에는 복지재단이라는 명칭도 예술인권리재단 등과 같이 전환이 필요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희섭 / 적극 동의합니다. <예술인권리보장법>이 국회에서 추진되다가 중단되어 있는데요, 이 법이 제정된다면 우리 재단의 명칭도 예술인권익지원재단 등으로 가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언젠가는 명칭변경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우리 재단의 정체성이 더 명확히 드러나겠지요.

 

차재근 / 예술가의 경우 프로젝트에 따라 단기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새로운 계약이 있기까지 짧은 기간 동안이라도 실업 급여를 받을 수 있는 등의 제도적 보완 장치가 있으면 생활여건이 안정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여건이 충족되지 못해서 예술가들은 투잡을 해야 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안정적인 수익이 없으니까 계속 다른 일을 찾아야 하는 구조가 되어 요즘은 연극의 경우 배우들 연습 시간을 맞추기가 너무 어렵다고 합니다. 그러면 충분한 연습이 어려워지고, 자연스럽게 창작품의 수준도 떨어질 수 있겠지요. 예술의 창작 환경을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12개월 이상 납입해야 실업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고용보험에서 예술분야는 다르게 적용되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희섭 / 이 문제도 계속 논의 중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실업 급여의 원래적인 뜻은 실업 기간 동안 다른 수입이 있으면 안 되는데, 실제로 예술인들은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든 뭐든 끊임없이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소득이 잡혀 있는데 이를 왜 실업으로 보아야 하는가와 같은 문제들을 설득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실업급여가 자신의 수익만큼 불입을 하고 납입 금액에 비례하여 일정 기간 동안 급여를 받는 식인데 과연 현재 예술인들이 얼마나 납입을 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가 있습니다. 거기에 물론 공적인 보조가 일부 들어가겠지만 급여수준에 따라 상한액이 정해져 있죠. 예를 들어 급여의 50% 수준에서 실업급여를 180만원 받는다면 350만 원 정도의 소득이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한 달에 50만원씩 받으려면 100만 원 정도의 소득 있어야 하는데 과연 이것이 가능하겠는가 하는 문제가 있죠.

 

차재근 / 요즘은 생활 임금 제도가 적용되는 지역이 있습니다. 생활 임금 조례 제정을 통해서 급여가 적더라도 생활임금제도에서 나머지 부분을 보전해 주는 방식 등은 어떻습니까?

 

정희섭 / 고용노동부에서 ‘고용보험제도 개선 TF’를 운영하고 있는데, 재단에서 회의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예술인의 노동환경이 복잡하고 불명확한 점이 있기에 도입단계에서 검토되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차재근 / 현재 지자체하고 매칭하는 프로젝트들은 있습니까?

 

 정희섭 / 국비가 거의 대부분이고 예술인생활안정자금(융자) 사업은 복권 기금이 문예진흥기금을 통해서 들어오고 있습니다.

 

차재근 / 그 외 지자체하고 매칭하는 프로젝트들이 좀 있습니까?

 

정희섭 / 지금 준비 중인데 각 지역마다 예술인 복지 지원 센터 개념으로 일종의 전달 체계를 정비한다 할까요? 작년에 기재부를 통해 예산 신청하면서 우리가 일정 부분 예산을 만들고 지자체에서는 공간이나 인력을 배치하는 형태의 사업을 설계, 추진했었는데 잘 안됐습니다. 올해부터 <예술인 파견지원사업-예술로(路)>의 일정 부분을 지역문화재단과 연계해서 진행할 계획입니다.

 

차재근 / 복지재단 사업 설명회를 열어 예술인들한테 새로운 사업을 제안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런 계획이 있으신지요?

 

정희섭 / 좋은 제안인 것 같네요. 예술인 복지 정책과 관련해서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논의 창구를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재단에서는 작년에 예술 현장과의 높이를 맞출 수 있도록 예술인복지위원회를 만들었고, 그 산하에 몇 분야의 소위원회를 만들었어요. 이 소위들을 중심으로 해서 내부 논의나 예술 현장과의 간담회도 추진하고 있고 다양한 형태의 사업 아이디어 제안들도 자연스럽게 받고 있습니다.
 또한 복지재단 뿐 아니라 다른 영역에도 예술인들이 참여 통로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원이나 노동 부분 등 다양한 분야의 자문 위원회나 어떤 사안을 결정하는 위원회에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데, 예술계 대표가 참여하는 경우는 드문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 예술계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될 수 있도록 예술계가 참여하는 장이 더 열려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차재근 / 예술가들이 법무부 위원회 같은 곳에 참여하면 저는 교도소환경을 바꾸거나 제소자들을 위해 예술가들이 제안할 것들이 많아질 것 같은데 그런 창구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예술인복지재단에서 정부 부처 위원회 등에 들어가셔서 예술의 중요성을 많이 알려주시면 좋겠네요. 저는 복지 재단이 하나의 창구가 돼서 시민들과 예술가들이 자주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런 면에서 <예술로(路) 사업>도 직장인과 예술가가 만날 수 있는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남은 임기 동안 프로그램이든 제도든 꼭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정희섭 / 예술인 고용보험도 국회 입법 후 시행령 준비 등의 과정이 차질 없도록 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 취임 전부터 지역을 많이 다니면서 수도권 집중성에 관한 지역 예술인들의 얘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에 지역 예술인들에게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함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지역 설명회도 추진했는데 안타깝게도 코로나 사태로 잠정 연기되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창작준비지원금에 농어촌 거주 예술인들에게 가점을 주는 체계를 처음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수도권, 비수도권 개념으로 접근했었지만 정확한 근거가 부족하고 역차별 문제도 있고 해서 농어촌 지원법에 근거해서 제도를 일부 수정하였습니다. 그리고 표준 계약을 중심으로 저작권이나 예술인의 권익 교육활동, 세무 교육 등을 했었는데요, 예술인들이 수입이 적어도 개인사업자로 활동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세무 교육에 대한 반응이 매우 좋았습니다. 그래서 다음에는 노동법 등 예술인의 권리에 대해 예비 예술인인 예술대학 재학생들에게 강의를 하거나, 금융 교육이나 전세자금 융자에 따른 부동산 정보들처럼 생활 관련 교육들과 국민연금공단과 연계한 보험 관련 교육 등을 고민 중입니다.

 

차재근 / 연세가 있으신 원로예술가들에게 저작권 같은 교육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작품에 대한 계약서 작성 등에 대해서 복지재단이 교육이나 계약 대행 등을 지원하면 예술가들에게 학습도 되고, 언제든지 쉽게 찾을 수 있고, 예술가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기관으로서 복지재단이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정희섭 / 좋은 제안입니다. 예술가로서 당연히 누려야 될 직업적 권리 부분은 확대하고 보호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아티스트피(artist fee)처럼 예술가의 노동과 작업의 댓가를 제대로 받기 위한 많은 케이스가 현장에서 만들어져야 합니다. 공공기관의 역할 중 하나로 아티스트 매니지먼트까지 생각을 해 봤는데 이해관계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예술인의 권리를 옹호할 수는 있지만 우리 재단이 이해 당사자가 되기는 어렵다고 봤습니다. 최근 프리랜서를 고용하는 형태의 사회적 기업이 생겨나서 매니지먼트 권리 옹호도 하고, 개별 예술가가 행정적으로 할 수 없는 행정 기관과의 접촉을 수행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예술계에서 스스로 방법을 찾아내면서 공공 기관이 가지는 행정적 제약을 넘어서는 방법들이 나오고 있어 굉장히 흥미롭게 보고 있고, 향후 잘 발전해서 예술가들이 자기 권리를 확보하고 매니지먼트까지 이어지게 되기를 굉장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차재근 / 마지막으로 예술인 복지에 대해서 한 말씀 해 주시죠.

 

정희섭 / 예술인 복지가 새로운 정책 이슈로 많이 떠오르는데 각 지역마다 정책적 방향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한 복지 지원이 아니라 권리, 권익 지원 쪽으로 갈 수 있도록 하고, 예술인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선별 복지가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해당되는 사회 안전망으로부터 예술인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사회 안전망을 확대하는 개념으로 가야합니다. 예술인 복지를 강조하다보면 예술인들을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특별한 존재로 자꾸만 몰고 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그것은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지금 어린이집 사업을 하는데 출발은 공연을 하는 예술인들의 공연이 늦게 끝나거나 주말에 열리니까 어린이집의 통상적인 오픈시간을 예술가들의 활동에 맞추기 위한 취지였습니다. 그래서 서울에 대학로와 마포 두 군데에 어린이집을 개설했는데 다른 곳에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계가 분명히 있습니다. 일부라도 국공립어린이집의 경우에 운영시간을 탄력적으로 해서 예술인들의 생활 리듬에 맞는 어린이집 사업을 하면 되는데 어린이집 모델이 전부 맞벌이 부부용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용 시간이 맞지 않는 면이 있었고, 또한 종일반을 이용하려면 재직증명서를 내야만 신청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예술인들은 재직을 증명받기 힘든 구조이기에 재단의 예술활동증명서를 재직증명서로 갈음하는 방안을 계속 추진해왔습니다. 다행히 올 3월부터 관련 지침을 개정해 예술인이라면 누구나 예술활동증명서로 재직증명서를 대체할 수 있게 되어 예술인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산업재해 같은 문제도 예술인을 위한 산재 시스템을 별도 운영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기존 산재 시스템에 예술가들이 포함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현재는 급한 대로 산재전문병원인 녹색병원과 직영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근로복지공단과 MOU를 맺어서 예술가들이 치료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만, 예술인만의 별도 복지사업이 아니라 기존의 복지정책에 예술가들을 어떻게 포함할 수 있는가, 행정적인 제도적 장벽을 어떻게 완화하거나 폐지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차재근 / 예술이 직업으로 당당하게 인정받고 일반적인 노동자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들을 같은 차원에서 접근해서 예술가들이 불평등한 처우를 받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예술인복지재단이 굉장히 큰 역할을 해주시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술가들이 당당하게 자기 직업으로서의 예술을 지속하고 많은 시민들이 인정해줄 수 있는 역할들을 재단에서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정희섭 /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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