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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생명평화미술행동”, 사회적 문제에 미술로 행동하다.

발행일2022-10 발행처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첨부파일

생명평화미술행동”, 사회적 문제에 미술로 행동하다.

 

성효숙 (화가)

 

#들어가며

  하늘이 투명하고 빛나는 날엔 마치 우리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듯하다. 비 개인 후 씻겨나간 마알간 얼굴들, 초록빛 바다와 나뭇잎은 바람에 넘실거리고 달의 인력에 의해 춤추듯 출렁거리는 파도는 깊은 숨을 쉬고 있다. 별들은 지구별에 어떤 메시지를 전송하는 듯 끊임없이 반짝이고 있다. 귀 있는 자 들으라는 것처럼.

  하늘이 어둡게 내려앉았다. 우리가 눈 막고 귀 막은 것처럼. 보다 못한 하늘은 툰베리라는 어린 아이를 보내 깜빡이기도 한다. 지구가 몇 개라도 되는 듯 다음 세대는 없는 것처럼 마구 파헤치고 퍼 쓰고 있는 인간들에게 끊임없이 마지막 경고를 하며 깜빡인다.

  천천히, 이웃과 자신을 살피며 살아가야 하지만 요즈음의 삶은 더 할 일이 많아지고 이 원고를 써야 하는 날 연안환경미술행동으로 삼척을 가게 되었다. 삼척에서 석탄화력발전 반대행동으로 지역의 하태성, 성원기, 김덕년 집행부와 김지영 연구위원님께서 생명평화미술행동 작가들을 초대하여 미술행동과 전시를 하게 되었다. 삼척은 요즈음의 기후위기가 자행되는 하나의 원인인 듯 모순의 축소판인 것 같다. 생명평화미술행동이 2020년 새만금 미술행동으로 부터 시작되었듯이 현시기의 모순들이 집약된 곳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것이 자본의 시스템 아래 움직이니 이 체제 안에서 움직임의 한계를 느끼다가도 갈등의 정점에 있는 곳으로 가게 된다.

 

#환경에 대한 관심의 시작, “새만금

  생명평화미술행동이 시작된 2020 새만금문화예술제의 제목은 새만금 코이노니아였다. 코이노니아는 영적 사귐, 나눔이다. 2020 새만금문화예술제에서 문규현 신부님은 우리와 더불어 살고 있던 풍요의 땅에 백합과 동죽, 바지락과 뚱장어, 실뱅장어와 주꾸미, 전어와 숭어가 함께 어우러진 공간, 철새들의 군무가 장관을 이루어졌던 땅에 33km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가 들어선 후 방조제 안쪽 담수호는 썩은내가 진동하고, 하얀 껍데기만 남는 백합의 시체는 산더미처럼 쌓이고, 해마다 물고기의 떼죽음은 늘어가며, 군무를 펼치며 날던 철새들은 사라져버렸습니다. 풍요의 땅, 축복의 땅이었던 이 곳은 더이상 사람들이 살 수 없는 황량한 사막이 되어버렸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재앙을 가져온 것입니다. 그렇게 새만금은 회한의 갯벌, 상실의 바다가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땅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행했던 잘못과 어리석음을 고백하고, 오만함에 대한 뉘우침을 통해 다시 새만금이 생명의 바다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뭇 생명의 희생에 대한 용서를 청하고 우리 함께 생명과 상생, 공존의 땅으로 새만금을 변화시켜 나갑시다...” 라고 간절한 소망의 말씀을 전하셨다.

  홍성담 화가는 대지의 어머니의 자궁이 바로 새만금 땅인데 사람의 자궁이 막히면 육체의 생명이 위험하듯, 땅의 자궁인 새만금이 틀어 막히면 우리나라가 병이 드는 절체절명의 순간인 것입니다. 생명의 자궁인 새만금을 살려야 한다는 취지에 많은 예술인들이 미술행동에 동참한 운동이 바로 새만금문화예술제라 하였다.

  생명평화미술행동, 연안환경미술행동은 새만금을 포함하여 남한의 바다를 다니며 연안의 오염을 목격하고 플라스틱 바다가 되어가는 폐해도 알리고 뭇 생명들과 함께 살아가기를 원하는 작가들이 모여 움직였다. 작가들 중에는 연안환경미술행동 이전부터 환경에 대한 이슈를 가지고 작업해오던 작가들도 있고 미술행동을 하며 합류한 작가들도 있다. 연안환경미술행동은 그동안 신안 앞바다,군산, 울산, 인천, 삼척 두 번, 부산, 순천, 목포, 새만금 두 번 외에도 흑산도를 다니며 플라스틱의 폐해와 멸종위기를 알리고 작업으로 발언하였다.

 

#생명, 평화, 환경을 생각하는 예술인들의 행동

  생명평화미술행동의 작가들은 지금 여기의 환경생태 문제를 안고 출발하였는데 작가들의 면면을 보면 주로 세 부류라고 할 수 있다. 지역 미술행동과 전시에 거의 빠지지 않고 참여한 작가들 중에 두 부류는 80년대 광주항쟁으로부터 세례를 받아 시작된 광주, 목포 작가들, 홍성담, 홍성민, 전정호, 박태규, 김희련, 주홍, 김화순 작가와 80년대 미술운동과 노동 현장에 함께 한 미술동인 <두렁>의 성효숙, 정정엽 작가, <시대정신>의 박건 작가가 있다. 이천년대의 화두인 생태환경 문제에서 새만금의 둑을 트고 물을 흐르게 하라는 취지에서 제1회 새만금문화예술제에서 첫 발을 내민 것이다. 작가들은 해창갯벌 근처의 초등학교 강당에 모여 만장을 그리기 시작하였고 해창갯벌, 수라갯벌 일대에 만장을 걸고 바다가 들려주는 신음, 바람 소리와 함께 하며 다음

  세대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어야 하는지 고민하였다. 세 번째는 80년대의 정신을 이어받은 후배 세대들과 환경생태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작가군으로 강민구, 박성우, 천현노, 전혜옥, 주라영, 권계영, 서진선, 이소담 작가이다.

  연안환경미술행동은 비단 바다에 관한 행동만은 아니다. 삼척에서 보여주듯이 에너지의 문제, 기후위기의 문제와 한 배를 타고 가는 것이다.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환경 생태문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몇가지 방법을 나누어 보고 공공의 지원책도 생각해 본다. 지역마다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시민단체들과 함께 하는, 예를 들면 2021년에는 새만금 문제를 보다 많은 시민들과 나누기 위해서 전주의 광장에서 문화예술제를 하였고 전주의 70여개 단체들이 함께 하였다. 인천에서는 인천환경운동연합과 인천민예총이 결합하여 시민들과 함께 하였고 목포에서 목포환경운동연합과 예술가들이 목포의 초등학생들과 만나며 커뮤니티 아트, 미술행동과 전시를 한다.

  이러한 움직임에서 첫 시작의 내용과 형식이 중요하므로 재원은 작가들이 직접 호주머니를 털어 작업해왔다. 관과 결합할 때 부작용의 사례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이나 재단이 예술가를 지원할 때 지원은 하고 간섭을 하지 않는 사례를 많이 만들 필요가 있다. 지역마다 존재하고 만들어지고 있는 재단들이 이 시대에 필요한 아낌없는 지원들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인천의 구 단위 재단에서는 오히려 재단이 주도하여 기후위기 환경생태 문제를 시민들과 만나는 지원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지역의 마을 활동가들을 모집하고 지역의 전문가들을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사례들도 있다.

 

2021년 인천에서의 미술행동

 

#나가며

  지금까지 만든 세상에 책임을 져야 하는 기성세대가 된 이 시대에 이런 황폐한 세상을 물려주게 되어 한없이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다. 80년대부터 우리의 노력이 제대로 되었다면 이런 세상일 리가 있겠는가. 전국의 연안이 있는 지역을 다니며 미술행동과 전시를 하는 우리의 힘은 거대한 자본의 힘보다 미약해 보이지만 우리는 그동안 독재정권이 무너지는 것도 보았고 시민과 노동자들의 권리도 쟁취하였다. 현재가 부끄럽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으며 움직이고 발언할 것이다. 우리가 민중들, 시민들과 함께 이루어낸 그 힘으로 희망의 세상의 꿈을 놓지 않고 갈 것이다. 생명평화미술행동의 동지들이 있음으로 이 황폐한 시대를 따뜻하게 건널 수 있다고 생각하며 짧은 졸고를 마친다.

부울경, 문화공동체, 기후위기, 기후정의,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