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장애 문화예술인 실태조사
(2018년 시행)
원향미(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연구원)
시작하며
부산문화재단에서는 2012년부터 ‘무지개다리 지원사업’을 통해 우리 사회 안 소수자들의 문화적 표현기회를 보장하고 사회적 포용성을 높이기 위한 사업들을 꾸준하게 시행해왔다. 특히 2018년부터 장애인 문화예술지원사업을 수행하면서 부산지역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에 앞서 2017년에는 부산광역시 장애인 문화예술활동 조례가 제정되는 등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 기회 보장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움직임이 장기적인 장애인 문화예술 활성화 정책으로 수렴되기 위해서는 지역 장애인의 문화예술활동 실태 파악이 우선적으로 요구되었고, 그에 따라 2018년 부산문화재단은 ‘부산 장애 문화예술인 실태조사’를 수행하였다.
조사는 어떻게 설계되었나
조사기간은 2018년 7월부터 12월까지이고, 조사대상은 14개 예술분야에서 활동하는 부산 거주 및 부산지역 활동 장애 문화예술인 330명이었다. 조사대상 선정기준은 부산을 기반으로 예술창작활동을 하는 장애 문화예술인으로, 연령과 경력 제한을 두지 않았고 전업예술인 뿐만 아니라 동아리 등 비전업 예술활동인, 중고등 학령기에 있거나 예술분야를 전공하는 장애학생들까지 포함하였다. 학교, 복지관 등 유관기관의 협조를 얻어 파악된 조사대상자들에게 문화예술활동 및 형태, 문화예술 접근성 및 공간, 교류 및 협업영역, 교육영역, 창작여건 및 인식, 인구통계학적 문항, 예술활동 관련 사회경제활동 등 7개 영역 총 47문항의 설문을 시행하였다.
주요 조사 결과
먼저, 응답자의 문화예술 활동 형태에 있어서는 응답자의 28.2%가 ‘예술을 전공하지 않았고 동아리,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고, ‘문화예술 발표나 전시를 수행한 경우’가 28% 정도로 나타났다. 응답자가 스스로 자각하는 예술적 능력에 대한 평가는 ‘대중 앞에서 발표해도 부끄럽지 않은 수준’이 28.2%, ‘가족과 친지에게 보여 줄 수 있는 수준’ 25.4%로, 예술적 성취에 대한 긍정적 자각이 높은 편이었다. 장애 문화예술인의 예술적 재능 발견 시기는 성인기 이후가 42.4%로 나타났는데, 비장애인에 비해 예술적 재능 발견의 기회가 생애주기별로 다양하게 제공되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장애 문화예술인의 예술활동 목표는 ‘개인의 행복 추구(37.2%)’와, ‘사회 참여 및 교류(21.7%)’가 높은 비율로 도출되었다. 예술활동의 의미가 개인적 성취와 더불어 사회적 활동 및 교류의 기회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창작여건의 경우 최근 3년간 지원받은 기관은 60.6%가 ‘복지관’이라고 응답하였고, 지원형태는 ‘공간지원(25.4%)’, ‘공연비/전시지원비 지원(23.9%)’, ‘강사 지원(22.4%)’ 순으로 나타났다. 지원금액은 ‘10-50만원 미만’이 38.2%, ‘10만원 미만’이 26.5%로 나타났다. 예술인패스와 부산문화재단의 인지여부 또한 ‘모른다’가 각각 86.1%, 60.4%로 나타나 예술지원 관련 정보 전달이 부족함을 알 수 있었다.
향후 장애 문화예술인이 활발히 예술활동을 수행하기 위한 요건으로 응답자의 22.4%가 ‘장애인 문화예술교육 확대’를 꼽았고, ‘연습 및 창작공간 확보(18.1%)’와 ‘사회적 인식제고(16.9%)’가 뒤를 이었다.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는 첫걸음
그동안 장애인의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전국단위의 조사는 있어왔지만, 지역 단위에서의 조사는 드물었다. 특히 지역 차원의 장애 문화예술활동 정책에 대하여 정책 당사자의 의견 수렴이 당연한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장애인복지영역에서 부문적인 차원에 머무르거나 부족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이번 조사의 응답자들이 부산지역 장애 문화예술인의 모든 상황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경로로 부산지역 장애 문화예술인의 현황을 파악한 것은 유의미한 시도라고 생각된다.
부산 장애 문화예술활동 지원 정책의 시작
문화기본법에서는 어떠한 차별도 받지 않고 문화 향유 및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문화권)를 천명하고 있다. 장애인 문화예술지원 정책도 장애인들의 문화권 보장을 위한 차원에서 전개되어야 한다. 2017년 제정된 부산광역시 장애인 문화예술활동 조례의 목적도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 활성화와 문화적 권리 증진 도모이다. 조례에서는 장애인문화예술인 육성 및 창작 지원을 비롯하여 장애인 문화예술 프로그램 개발, 역량강화 교육 추진, 장애인문화예술지원센터 설치 등이 명시되어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이러한 정책들이 정책 당사자의 실질적인 요구와 겹치는 것임을 일부 확인할 수 있었다. 향후 정기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부산 장애 문화예술활동 지원 정책이 지역 장애인의 문화예술활동 여건 개선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