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립예술단 청년 예술인 육성 프로그램의 시사점
이상헌(춤 비평가, 부산시립무용단 운영위원)
부산시립예술단(이후 ‘예술단’)은 (재) 부산문화회관(이후 ‘문화회관’)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부산 대표 공공 공연단체로, 1962년 시립교향악단(이후 ‘시향’)을 시작으로 72년 시립합창단(이후 ‘합창단’), 73년 시립무용단(이후 ‘무용단’), 84년 시립국악관현악단(이후 ‘국악단’), 98년 시립극단(이후 ‘극단’)을 창단하면서 5개 상임 단체 체제를 완성하였다. 현재 소년소녀합창단과 청소년교향악단을 포함해 7개 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부산시 출연 문화예술기관 중규모가 큰 두 곳은 (재) 부산문화재단(이후 ‘문화재단’)과 문화회관이다. 두 기관의 예산 규모는 300억 원대로 비슷하다. 문화회관 예산의 절반 이상(185억, 22년도)이 시립예술단 운영비이고, 대부분은 인건비로 사용된다. 시립예술단이 부산의 세금을 가장 많이 쓰는 예술 단체임이 분명하다. 시립예술단 운영은 부산시가 문화회관에 수탁하는 방식이다.
두 기관의 설립 목표는 다르다. 문화재단은 ‘지역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 창작 기반 조성과 시민을 위한 문화서비스 확대’가 목표이고, 문화회관은 ‘시민의 문화 향유 기회 확대’이다. 문화재단은 지원을 통한 지역문화 활성이 주 사업이고, 문화회관은 질 높은 공연예술을 공급하는 것이 주 사업이다. 이렇게 두 기관의 지향점은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으로 ‘청년 예술인 육성’을 들 수 있다. 예술인 육성 면에서 본다면, 문화재단은 예술가의 창작을 구현할 수 있게 지원하고, 시립예술단은 예비 예술가나 신진 예술가가 더 안정적으로 기성 예술계에 안착할 수 있는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역량을 키워준다.
#부산시립예술단의 청년 예술인 육성 방안
시립예술단은 청년 예술인 육성 프로그램을 오래전부터 운영해 왔다. 시향과 국악단은 지역 청년 예술인 중 협연자를 선정해 무대에 함께했고, 무용단은 객원만이 아니라 비상임 단원을 뽑아 청년 예술인 육성에 한몫을 담당했다. 극단도 객원 단원을 뽑아 공연에 함께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 예술인들은 높은 기량의 기성 예술가와 공연하는 기회를 얻고, 최고의 스태프, 기획, 홍보 시스템과 극장을 경험하게 된다. 코로나로 대학교까지 비대면 수업을 했던 시기에 대면 수업을 하지 못했던 청년 예술인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2019년 시작해 격년제로 개최하는 ‘부산 신진예술 페스티벌’도 만 39세 이하를 대상으로 한 일종의 청년 예술인 육성 사업이다. 이 사업에 선정된 단체가 다른 지원 사업 공모에 선정된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시립무용단은 매년 비상임단원을 뽑아 공연에 투입하는데, 비상임단원 중에 상임 단원 공채에 선발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지난 8월 공연한 <슈퍼 타이거>는 부산시 ‘신진 청년 예술인 인큐베이팅 및 경력 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문화회관이 맡아 기획, 제작한 작품이다. 애초 39세 이하 부산에 거주하는 국악, 무용 관련학과 졸업예정자, 졸업자 중 60명(무용 20명, 국악 40명)을 선발할 계획이었는데, 1차 공모에서 인원을 채우지 못해 울산·경남까지 지역을 넓혀 재공모를 했지만, 결국 인원을 채우지 못했다. 현재 지역에 남아있는 청년 예술인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수퍼 타이거 Super Tiger>는 석 달의 연습과 공연 기간에 월급으로 사례를 지급해 참가자가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었다.
슈퍼 타이거 공연 장면(출처 : 예술의 초대 22년 11월호)
#부산 청년예술인 육성의 중요성
“부산의 청년 예술인을 육성하는 일이 왜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반드시 정리해야 하고, 그래야 청년 예술인 육성에 적합한 지원 정책을 구체적으로 세울 수 있다. 부산의 예술 기반은 서울에 비해 약하다. 이유는 많지만, 결정적인 배경은 대한민국의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할 수밖에 없도록 짜인 사회구조이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에 관한 성찰이 없으면, 금방 사라지는 단발적이며 단기적인 정책만 나온다. 청년 예술인 육성은 한두 번의 시도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장르를 막론하고 지역 청년 예술인들은 수도권이라는 블랙홀로 빨려들어 가는데, 부산에서 견딜 지지 기반이 약해서이다. 예술로 먹고살 수 있는 기반이 있다면, 이런 현상이 덜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기댈 수 있는 학교 바깥의 시스템이 필요하다. 카페나 편의점 알바를 하지 않고도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청년 예술인들이 졸업 후에도 부산에 남아 있을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축구에는 U23(23세 이하)부터 초등학교 리그인 U12까지 세분되어 있다. 기량이 바탕이 되어야 하고, 연령에 따라 필요한 기량을 조금씩 달리하면서 발전시켜야 하는 점에서 예술과 스포츠가 비슷하다. 사회에 발을 갓 디딘 신진 예술가나, 대학생 예비 예술인을 위한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육성 프로그램을 짜야 한다. 예를 들자면, 유스 오케스트라, 유스 무용단 등이 그것이다. ‘유스’ 프로그램으로 안정적이고 장기적으로 청년 예술인 육성 계획을 실현할 수 있다.
몇 년 후면 오페라하우스가 완공되고 국제아트센터까지 개관한다. 부산 공연계의 준비가 절실한 시기이다. 그 준비 가운데 중요한 한 가지는 청년 예술인을 키우는 일이다. 물론 지금까지 청년 예술인 육성을 위한 많은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그것 때문에 부산의 청년 예술인이 성장했다는 증거가 뚜렷한 경우는 흔치 않았다. 반면 시립예술단의 청년 예술인 육성 프로그램은 성과가 비교적 뚜렷하다. 부산 청년 예술인들에게 절실한 예술로 먹고살면서 경력을 쌓고 기량을 키울 기회를 주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부산 공연예술계의 자생적 선순환 구조가 튼튼하다고 아직 말할 수는 없지만, 시립예술단의 객원과 협주, 협연 프로그램, 청소년교향악단 같은 희망의 씨앗이 꾸준하게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