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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지방청년, 멸종위기종이 될 것인가

발행일2022-12 발행처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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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청년, 멸종위기종이 될 것인가. 

 

김은주(거제섬도 대표)

 

  청년이란 무엇일까? 청년의 사전적 정의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한창 성장하거나 무르익은 시기에 있는 사람, 어린이에서 성인으로 전환하는 시기를 말한다. 성인으로 전환되는 시기의 위태로워 보이는 이들에게 주목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강하게 이야기하는 요즘, 그중에서도 지방에 거주하는 청년은 거의 멸종위기종과 유사하게 취급받는다. 개체수를 늘리기 위한 노력, 그들의 본성을 찾아주려는 활동, 야생으로의 복귀 전 유사한 환경을 경험하는 연습 등은 정말 효용성이 있는 것일까, 지방 청년들은 지금의 행정이 만든 정책적 방법론을 통해서 멸종하지 않을 수 있을까.

 

#청년을 위한 공간에 청년이 없다.
   2022년 12월 3일, 경남 청년센터의 운영이 중단되었다. 그 이유는 운영비는 많이 드나, 저조한 이용실적, 시와 군의 청년센터와의 역할이 중복된다는 이유였다. 청년센터는 운영이 중단되지만 2022년 812억보다 215억 원이 증액된 1,027억 원을 편성(26.6% 증액)하여 청년들이 체감할 수 있는 청년 지원정책을 마련한다고 한다. 예산은 증액되었지만, 센터는 문을 닫는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 혹은 경남도청의 행사는 대부분 창원에 집중되어 있다. 창원이라는 도시가 다른 도시와의 연결성, 이동의 거리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며, 관의 특성상 모두를 아우르는 일을 해야 한다는 설정값 때문으로도 여겨진다. 창원 인근의 양산, 김해와는 다르게 남해, 거제에 있는 이들은 청년센터를 이용하는 일은 거의 없다. 공간을 이용하기 위해서 왕복 3시간이 넘는 거리 운전해야 한다. 특별한 행사에만 창원 밖의 청년들은 한 번 혹은 두 번 정도 공간을 방문했을 확률이 높다. 올해 경남도민의 집을 어떤 식으로 활용하면 좋겠냐는 진흥원과 경상남도의 질문에 다른 공간들과 같이 대관 등의 목적으로만 운영이 된다면 이곳은 경남도민의 집이 아니라 창원시민의 집일뿐이라고 답변했다. 경남도민들과 외부인이 창원을 찾는 이유는 기관, 기업과의 미팅을 위한 출장의 이유가 크다. 비즈니스 목적의 출장 중에 공간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경남 청년들이 창원을 찾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안다면 공간의 목적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며, 성과라는 것을 낼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드웨어를 만들기 전에 정말 그 공간을 적절하게 이용할 대상자를 고민하고, 그것에 맞게 만들어져야 한다. 공간은 사람이 이용해야 힘과 성격을 가지게 된다. 공적 공간뿐만 아니라 지역 정책 역시 상업적인 방면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공간과 내용을 소비할 고객층을 세분화하고, 적절한 표적화와 홍보가 필요하다.

 

#거제시의 청년 기획가로 살아가기
   거제시는 2020년 청년친화도시로 선정되면서 다양한 청년정책과 사업을 만들었다. 이 지점에서 아쉬운 것은 정책의 수립을 진행할 때 내부 청년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였다기보다는 청년친화도시로 선정되어 정책자금은 내려왔고, 사업을 해야만 하는 환경에 내몰려 진행한 느낌이다. 이미 만들어진 유사한 사업을 거제도 내에서 그대로 진행했다. 사업을 참여하였을 당시(섬도는 민간청년활동공간과 거제 청년 한 달 살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제대로 된 행정 서류 양식이 만들어져 있지 않았다. 참여한 사업 중간마다 예정되어 있지 않은 보고 자료를 당연하게 요청하였다. 문서 역시 직접 만들어서 전달할 것을 일방적으로 전달 받았다. 지방의 행정이 민간과 어떻게 일했는지 적나라하게 느꼈다. 당신들을 관리, 감독할 의무가 있다는 말은 잊히지 않는다. 거제시 변화의 흐름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는 행정의 하청업체로 끝났다. 어떤 일이든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사람이 하는 일은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조율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배려는 필수적이다. 행정에서 만든 정책의 성과는 담당자의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 행정은 민간의 참여가 필요하고, 민간은 행정의 도움이 필요하다. 공무원과 시민이기 전에 같은 동네에 사는 주민이 아닌가. 시민이 없으면 공무원도 없다. 지방 소멸은 먼 이야기가 아니다. 동네에 사람이 떠나면 세금도 줄어들고 공무원도 결국 멸종한다. 우리는 같은 생태계 구조에 있다.
   관에서는 여러 가지 요청을 해온다. 특히 홍보 관련 자료나 영상 촬영 요청이 대표적이다. 거제도라는 공간에서 우리들은 이렇게 잘 지원받으면서 살아남았어요 를 지역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홍보하는 것인데, 촬영을 진행하면서 비용 포함 다른 지원은 없다. 10분 내외의 영상을 만들기 위해 거의 하루 혹은 반나절 촬영을 진행한다. 그리고 지방 미디어를 통해서 나를 목격한 연락을 받는데, 그럴 때마다 얼굴이 붉어진다. 그래도 참여하는 이유는 담당자의 일을 줄여주고 싶은 것,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일이 생길 거라는 두 가지 마음으로 참여한다. 정책을 수립하기 전에 의견을 전달하는 자리에도 참여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 경우는 참여비가 책정되어 있다. 패널로 참석하게 될 경우 길게는 10분 정도 의견을 말할 수 있다. 몇 시간을 운전하여 도착하고, 대기한 뒤 겨우 몇 마디를 하는 것이 정말 정책 수립의 방향성에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의견을 전달해도 반영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없으니 회의적인 입장이다. 이런 아쉬운 태도를 가지게 되는 것은 약속의 문제이다. 정책을 실행함에 있어 간극이 크며, 쉽게 관계자들을 잘라낸다. 필요에 의해 사용되거나 소비되는 경험은 행정이 수립한 정책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된다.
  청년정책에 걸쳐 말하는 것은 지방 청년 작가들은 더욱 소수의 그룹으로서 정책적 혜택의 사례에서 더 멀어져 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다. 보편적 청년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지방 청년 창작자는 아직 차례도 오지 않은 기분이다. 거제시의 경우 문화예술과는 많은 지원을 핵심부서가 아니기 때문에 내부 청년 작가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조차 힘들다. 또한 근본적인 의문이긴 하나 작가의 기준은 무엇일까. 지방에서 활동하는 지금, 어려웠던 그 경계를 개인적으로 다시 정의하는 일은 더 어려워졌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청년 사업 공모에 참여한 적은 없다. 초기에는 사업자등록이 3년이 넘지 않아서 참여할 수 없었고, 이후에는 사업의 단위와 필요도를 고려하니 참여할 기회가 없었다. 지역에서 보고 싶은 풍경을 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없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움직였다. 절실하면 정책과 지원을 넘어서 방법을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직접 경험하면서 알 수 있었다. (그 와중에도 행정적 절차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필요한 자원이 다 모였을 때, 적절한 단계를 통한 지원은 너무 늦다. 지금과 앞으로의 시간은 과거와는 빗대기 힘들 정도로 아주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홍보가 필요할 때, 홍보를 해주는 것, 관련 프로젝트의 성장 가능성이 있다면 그를 위한 행정적 조례 및 발판을 빠르게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관내의 개인이 스스로 튀어낸 싹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우리가 설계한 사업이 아니니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태도가 아니라. 공모 시기를 기다리고, 공모 내용에 따라서 하고 싶은 일을 잘라 내거나 구겨 넣는 일은 없어야 한다. 앞으로는 넓은 의미의 지원보다는 좁은 의미의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 제주도의 뿔소라가 동해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자신에게 맞는 환경을 찾아서 본능적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적절한 환경이 아니라면 맞는 곳을 찾아 떠나는 것이 섭리이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인데, 그 법칙이 당연하게 적용되지 않겠는가.

 

#청년의 다양한 실패를 응원하자
   청년 그룹의 다양한 실패를 경남문화예술진흥원과 경상남도가 도와야 한다. 행정이 임의로 지정하는 것이 아닌 추경 사업의 성격으로 다양한 파일럿을 지원한다면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그것 자체가 그들의 지방 청년들의 중요한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다. 직접 설계한 파일럿 사업을 통해 성장하고, 경력을 쌓는 성취의 순간이 필요하다. 행정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지만, 독창적인 시도들을 홍보하고, 지원하는 용기를 내야 한다. 개인 사업자인 청년들이 다른 기관에 협조를 구해야 할 때, 든든한 공적 보증인이 되어주어야 한다. 청년들은 만들어지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환경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원과 투자는 다르다. 사후에 따르는 책임도 다르다. 공적자금을 통한 성장은 한계가 있다. 상업적 행위를 전적으로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원을 통해 인상적인 포트폴리오를 쌓은 다음, 행위를 상업화하고, 소비되는 형태로 가공하여 정기적인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문화예술의 영역에서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비이성적이며 추상적인 가치를 현실의 가격으로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붕 떠있는 것에 적절한 중력을 더하는 일, 구름 같은 문화에 현실의 무게 추를 대입하여 수평을 맞춰야 한다. 적당한 무게를 유지하며 상업적 행위로 영리하게 치환한다면 지방에서 지금의 현실과 미래에 살아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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