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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부산을 ‘공연예술 국제시장’으로

발행일2023-09 발행처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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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공연예술 국제시장’으로 

이종호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 BPAM 예술감독

 

부산, 공연예술 중심도시로의 변신은 ‘정해진 운명’

 

 아무래도 부산은 공연예술 중심도시로 거듭나야 할 것 같다. 아니, 거듭날 것이 분명하다. 우선 2030 엑스포 유치에 도전장을 내민 순간, 이미 ‘대형 고품격 문화예술도시’ 혹은 ‘본격적 문화관광도시’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 아닌가? 거기에 클래식 음악 전용 콘서트홀과 오페라하우스가 2-3년 이내에 연달아 개관한다는 소식만 해도 가슴 뛰는데, 올 가을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Busan International Performing Arts Market, BPAM)이 출범하고 내년부터는 한국문예회관연합회의 공연예술마켓인 해비치축제마저 부산에서 열린다고 하니, 이제 부산의 공연예술 중심도시로의 비상은 정해진 운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그중에서도 당장 올해 출범하는 BPAM을 각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외 공연물들의 소개와 유통이라는 기본적 기능을 넘어, 부산시민은 물론 전국의 관객들, 외국 관광객들까지 끌어들일 만큼 매력적인 프로그램과 세련된 조직과 진행으로 이 행사를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BPAM이 단순한 마켓을 넘어 ‘축제형 마켓’을 지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축제와 마켓의 두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 마디로 ‘공연예술의 국제시장’이 되어야 한다. 시장이란 무엇인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 관계를 맺고,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한쪽에서 펼쳐지는 풍물놀이를 즐기기도 하는, 즉 단순한 거래행위를 넘어 모든 일이 일어날 수 있는 포괄적 공간이다. BPAM은 부산을 포함한 국내외 모든 공연물을 보여주고, 국내외 모든 바이어와 셀러들이 모여들며, 이에 따라 국내외 작품들이 국내외 바이어들에게 선택되고 팔리는 장터, 그리고 바이어들끼리 혹은 셀러들끼리 혹은 바이어와 셀러들과 예술가들이 함께 만나 새로운 공연예술의 미래를 창출하고 지속적인 교류를 도모하는 장터가 되어야 한다.

BPAM이 성장하면 우선 부산 시민들이 예술적 품격과 대중적 친근성을 동시에 지닌 작품들을 즐기면서 예술적 안목을 높여갈 수 있다. 더 나아가 한국 전체의 공연예술계 활성화와 수준 향상을 위한 첨병의 역할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한국 공연예술의 해외 진출에도 당연히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직도 우리 공연예술의 해외 진출은 체계적이거나 장기적인 기획보다는 산발적이고 개인적인 인간관계에 의해 성사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지점에서 BPAM이 기본계획과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세계 각국에 주요 인맥을 구축한다면 한국 공연예술의 세계무대 진출에 결정적 도움이 될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국내 공연장 및 예술축제들의 프로그래밍 수준을 단박에 상승시키는 효과도 기대된다. 국내 공공 공연장들이 매년 올리는 외국작품의 건수와 품질은 별로 만족스럽지 못하다. 가장 큰 원인은 예산부족이라고들 하지만 그 못지않게 외국 작품들에 대한 정보와 접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큰 요인이라고 생각된다. 

 

부산을 넘어 전세계 문화권으로 ‘획기적 프로그래밍이 필요해’

 

 특히 국제 프로그램 구성에서는 BPAM이 세계 최고의 품질수준과 문화적 다양성을 확보하고 배려하는 선두주자가 되어야 한다. 유럽이나 북미 등 이른바 선진국들의 축제나 마켓을 보면 대부분 자기 지역의 예술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가까운 주변에 이미 좋은 작품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발주자로서 BPAM이 존재를 부각시키려면 유럽, 미주 등 공연예술 주류국가들은 물론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중동, 오세아니아 등 5대양 6대주의 작품들을 골고루 참여시킴으로써 명실상부 글로벌 마켓으로 키워야 한다. 단언컨대 전 세계 공연축제나 마켓 가운데 이처럼 세계 모든 지역, 모든 문화권의 작품을 균형 있게 보여주는 곳은 없다. 부산이 그 역할을 한다면 세계 공연예술축제의 판도가 달라질 것이다.

 그렇게 해서 부산을 글자 그대로 국제시장으로 만들어보자. 내 물건 하나를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장 전체를 소유하거나 운영할 경우 기대되는 가시적, 비가시적 효과는 엄청나다. 올림픽이나 엑스포를 개최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이미 선례를 보여주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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