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로 시작해 도시와 국가를 연결하는 문화외교 프로그램
‘모멘텀(Momentum)’
원향미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선임연구원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부산의 노력은 유치 성공 여부에 관계없이 도시 차원에서 새로운 전환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의미하다고 판단되는 관점의 전환은 적극적인 외교 주체로서의 도시의 발견이다. 그동안 도시 차원에서도 해외 도시 간 연결이나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노력이 있어왔지만, 외교의 파트너는 늘 국가를 우선시하다 보니 도시 차원의 창의적인 연결에 대한 고민은 다소 부족했었다. 그러나 2030 부산 엑스포라는 큰 과제를 준비하면서 도시가 주도적으로 해외 도시와 연결하고 협력할 수 있는 주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하기 시작한 것 같다.
다양한 축제의 도시 에든버러에서는 2011년부터 에든버러 페스티벌 기간 중 해외 델리게이터를 초청하는 ‘모멘텀’ 프로그램을 운영해오고 있다. 현재는 에든버러 페스티벌, 스코틀랜드 영국문화원, 크리에이티브 스코틀랜드와 협력하여 운영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도시 차원에서 해외 문화 교류를 어떻게 꾸려나가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축제가 쏘아올린 도시 간 문화외교의 시작
2011년 에든버러 페스티벌 기간 동안 3개국에서 40명의 게스트를 초대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2013년 크리에이티브 스코틀랜드, 스코틀랜드 영국문화원, 스코틀랜드 정부 및 에든버러 시 대표자들의 정기적인 문화 외교 파트너십으로 발전되면서 ‘모멘텀’이라는 브랜드로 공식화되었다.
이 프로그램의 구체적 목표는 다음과 같다.
- 해외 예술가, 프로듀서, 정부 기관, 자금 제공자 및 에든버러 페스티벌 간 장기적인 관계 구축
- 폭넓은 스코틀랜드 문화 소개
- 에든버러 페스티벌, 스코틀랜드 예술가, 스코틀랜드 예술작품의 국제적 협력 기회 제공
- 참가자 간 상호학습 및 이해, 관계 설정 및 협업을 위한 새로운 기회 구상
델리게이터 맞춤형 교류 프로그램 ‘모멘텀‘ 참가기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는 지역문화재단으로는 처음으로 주최 측의 초청을 받아 2023년 8월 5일간의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사전에 관심 분야, 협력 경험, 교류 희망기관 등을 주최 측에 알려주었고, 이를 토대로 주최 측은 사전 온라인 미팅을 통해 교류할 수 있는 기관들을 소개해 주었다. 문화재단과 유사한 조직인 크리에이티브 스코틀랜드와의 지속적인 협력관계 구축과 장애예술, 예술교육, 커뮤니티 아트, 15분 도시 등 현재 우리 재단의 주요 의제들을 제안하였고 관련된 기관들을 소개받았다. 15분 도시 주제의 경우 20분 네이버후드 전략을 추진 중인 글라스고로 이동하여 현지 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는 스케줄을 따로 준비해 주었다. 또한 비슷한 시기 방문했던 베트남 문화관계자들과도 델리게이션 미팅 프로그램을 통해 교류하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5일간 만났던 기관들은 다음과 같다.
· 유관기관 : 크리에이티브 스코틀랜드, 글라스고 라이프, 크리에이티브 카본 스코틀랜드
· 공공기관 : 에든버러 시청(문화와 웰빙 파트, 문화 다양성 파트)
· 예술단체 : Vanishing Point, Cove Park(레지던시 운영), Unlimited(장애예술), Tricky Hat(커뮤니티 아트)
· 축제 관계자 : Imaginate(에든버러 어린이 축제 주관), 에든버러 과학 축제
‘모멘텀’에 참여한 기관 관계자들과의 미팅을 통해 지역적 여건은 달라도 문화행정과 관련된 도전과제들은 공통적인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 또한 문화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끊임없이 외부적으로 증명해 내고, 타 영역과의 협업을 위해 조직 간 칸막이 행정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모멘텀’은 공통의 문제를 인식하고 지혜를 공유하는 경험을 통해 더 넓은 차원의 동병상련과 동료의식을 일깨워 주었다.
올해 한국 방문단은 공연관계자 2명, 문화재단 2명, 영국문화원 1명으로 구성되었는데 각각의 관심사와 욕구에 맞게 프로그램을 개별적으로 구성해 주었다. 이런 운영방식이 주최 측으로서는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방문단 입장에서는 최적의 맞춤형 서비스를 받기 때문에 스코틀랜드 관계자와의 지속적인 교류에 대한 의지가 불타오를 수밖에 없는 감동적인 환대로 작용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공연 관계자의 경우 에든버러 축제 공연의 초청 등의 즉각적이고 구체적 성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축적된 경험으로 진화를 모색하는 ‘모멘텀’의 미래
실제로 이런 감성적 환대에 대한 결과는 시간이 지나면서 목표의 성실한 이행 결과로 이어졌다. ‘모멘텀’ 10주년 기념 리포트(MOMENTUM PROGRAMME: 10TH ANNIVERSARY )에 의하면 이 프로그램의 성과로 장기적인 관계 형성, 축제도시로서의 에든버러의 위상 제고 및 스코틀랜드 문화예술의 확산, 스코틀랜드 예술가들의 국제적인 협업 기회 제공 등을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언어 장벽, 시간 부족, 델리게이터의 일회적 참여 등으로 안정적인 관계 형성에 대한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후속조치의 경우 델리게이션의 자유의지에 달려있기 때문에 공고한 관계 유지에 대한 숙제가 늘 남아 있는 셈이다. 해외 델리게이션들의 90%가 한 번 참석하는 경우에 그쳐 이 또한 지속적인 관계 성장에 대해서는 한계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모멘텀’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현재까지 방문했던 1,800여명의 델리게이터들의 향후 조치들을 지속적으로 파악하는 후속 조치 시행, 안정적인 전담 직원 확보, 사업 예산의 장기적 운용 등을 고민하면서 ‘모멘텀’이 스코틀랜드와 교류가 시작된 진정한 모멘텀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을 이어나가고 있다.
성공적인 도시 간 문화교류를 위한 협력의 태도
‘모멘텀’은 국제 문화 교류의 플랫폼을 만드는 주체로서 도시의 가능성을 확인하게 해주었다.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델리게이터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은 디테일한 고민과 배려에 기반하고 있다. 이러한 디테일이 가능한 이유는 이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세 기관 간의 긴밀한 협력관계일 것이다. 세 기관이 함께 하나의 프로그램을 유기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데에는 오랜 기간동안 축적된 신뢰와 적절한 균형이 작용했을 것이다. 에든버러 페스티벌 네트워크 세미나에서는 페스티벌 주체 간 협력 관계의 성공적인 유지의 비결로 ‘공통의 목표를 발견하되, 협업의 가능성과 한계를 명확히 하고, 협력해야 할 지점과 경쟁해야 할 지점을 슬기롭게 파악하는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모멘텀’ 또한 10여 년의 기간 동안 지속되어온 조직 간의 슬기로운 역할 분담과 거리두기에 대한 고민이 이어져 왔기에 계속 진화하고 있을 것이다. 다양한 주체들의 적극적 협력이 반드시 필요한 도시 차원의 프로그램에는 이러한 비결이 유효한 명제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 Creative Industries Policy & Evidence Centre, 『MOMENTUM PROGRAMME: 10TH ANNIVERSARY』 ,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