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의 확장
이 승 진
영화의전당 영화예술본부장
획일적이고 정형화된 국가주도형 도시 개발 방식에 문제점을 지적해 오던 미국의 도시이론가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는 저서 『도시와 국가의 부』(Cities and the Wealth of Nations)를 통해 “창의도시”(Creative City)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론적 배경에 따라 “창의도시”에 관한 정의와 주장은 다를 수 있지만, 창의도시는 도시의 문화적 자산을 기반으로 다양한 도시 구성원의 상호 유기적 관계에서 형성되는 창의적이고 혁신적 시도를 유연하고 포용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도시로 이해 볼 수 있다.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UNESCO Creative Cities Network)는 2004년 10월 ‘문화다양성을
위한 국제연대사업’(Global Alliance for Cultural Diversity)의 일환으로 시작되었으며, 문학, 영화, 음악,민속예술, 디자인, 미디어아트, 미식 총 7개 분야로 이루어져 있다. 가입을 희망하는 도시는 문화적 특성에 따라 이들 분야 중 하나를 선택해 신청할 수 있으며, 최종 유네스코의 지정 승인을 받아 이 네트워크에 가입할 수 있다. 부산은 2014년 영화창의도시로 지정되었다.
부산이 유네스코 영화창의도시로 지정된 배경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영화를 상영한 극장 행좌, 우리나라 최초의 주식회사 형태의 영화제작사 “조선키네마주식회사”의 설립이라는 영화사적 이정표와 더불어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로 시작된 부산의 문화지형의 변곡점이 있었다. 이후 국내최초의 영상위원회 설립, 영화촬영스튜디오, 후반작업기지, 아시아영화학교, 부산영화박물관, 영화의전당 등 영화관련 주요 인프라시설이 완료하게 된다. 이러한 기반시설 조성은 영화진흥위원회, 영상물등급위원회, 한국영화아카데미등 국립기관등이 이전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부산국제단편영화제,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부산독립영화제 등 다양한 영화축제와 더불어 영화제작지원프로그램, 영화교육 프로그램 등이 본격적으로 실행되면서 아시아 영화 영상 허브도시로써의 위상을 구축하며 영화도시로써의 흐름을 이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도시의 문화를 기반으로 시민 지향적 창조성을 활용하여 지속 가능한 도시 발전에 기여하는 것, 그리고 도시들 간의 협력과 경험을 공유하고 궁극적으로 유네스코가 추구하는 문화다양성 증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도시가 가진 문화적 잠재력을 알려내고, 그 잠재력을 기반으로 도시간 연대를 구현하는 것이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적극적 방안이 아닐까 한다.
네트워크에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의 경우 연중 연례회의, 7개 클러스터별 서브네트워크 회의, 각 도시별 포럼 및 워크숍 등 다양한 온 오프라인 이벤트가 펼쳐진다. 이곳에서는 유네스코의 정책적 방향, 창의도시정책, 도시별 도전적 과제와 해결 노력 등 교류의 근간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취합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에 능동적이고 지속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관계 형성은 네트워크를 연대를 굳건하게 하는 힘이 될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안의 역할을 확대할 수 있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지역 인재와 기관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도시 미래를 위한 발전 전략의 하나로 개최되는 도시별 세미나, 포럼 등 이벤트들이 연대의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논의주제에 따라 다양한 인력풀, 기관들의 실천사례가 요구되어지게 되고 자연스레 추천을 네트워크안에서 공유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도시에서 추천한 인재나 기관이 소개되면서 보다 적극적인 네트워크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일본 야마가타현에서 개최된 커뮤니티 시네마 대회에 “모퉁이 극장” 김현수 대표가 부산의 커뮤니티 시네마 발제를 통해 일본 커뮤니티 시네마 관계자들과 직접적인 교류를 형성하게 된 계기가 된 점, 그리고 참여로 공유된 일본 커뮤니티 시네마 다시 국내 커뮤니티 시네마 활동협회의 설립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유사 기관들간의 새로운 연대가 필요하다
어떤 도시이건 시민들의 문화적 삶을 도와줄 공공재 시설과 장소가 필요하다. 부산에도 영화의전당을 비롯하여, 문화회관, 미술관, 국악원 그리고 곧 들어설 오페라하우스, 아트센터 등 다양한 문화거점 공간들이 시민들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해외에도 다양한 문화시설들이 존재하고, 그 설립의 목적이나 운영방향이 국내 유사 시설들과 비슷한 경우가 많다. 유사시설 또는 기관들간의 연대는 다양한 공감대를 기반으로 창의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성을 무엇보다 요하게 된다.
네트워크를 활용한 세계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가 필요하다
네트워크의 장점 중 함께 하는 홍보일 것이다. 네트워크를 통해 형성된 관계망을 통해 각 도시의 시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이벤트들을 구현하는 것 역시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포스터 공모전”이 한 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매년 개최되는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포스터에 들어갈 그림들을 영화창의도시 네트워크를 활용해 각 도시에서 공모를 받고, 시상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처럼 네트워크망을 통해 공동의 홍보를 수행하고 같이 참여하는 이벤트의 개발 역시 적극적인 네트워킹을 위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