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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부산이라는 도시 브랜드의 열린 가능성의 시작 -부산문화컨퍼런스Ⅱ 지상중계-

발행일2023-12 발행처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부산이라는 도시 브랜드의 열린 가능성의 시작
-부산문화컨퍼런스Ⅱ 지상중계-

원 향 미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선임연구원

 

 부산광역시의 2030엑스포 도전은 비록 성공으로 이어지지 못했지만, 우리에게 여러 시사점을 남겼다. 해외에 부산을 소개할 때 늘 선두를 장식했던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적 명칭의 제외는 핵심적 변화였다. 또한 부산이라는 도시가 스스로 발신할 수 있는 가치와 메세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과, 더 창의적으로 우리 도시의 매력을 드러내지 않으면 경쟁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자각도 안겨준 도전이었다.

 

국제교류의 주체로서 도시의 중요성 - 부산문화컨퍼런스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는 올해 2차례의 국제 컨퍼런스를 운영했다. 문화예술을 통한 평화구축과 갈등 완화를 다룬 5월의 컨퍼런스에 이어, 10월의 부산문화컨퍼런스Ⅱ는 15분 도시의 문화적 실천과 도시 간 국제교류를 주제로 다루었다. 그간 국가 단위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던 정책의제들을 도시라는 단위가, 그것도 문화재단이라는 비정부기관이 주최했다는 측면에서 유의미한 시사점이 있을 것이다.
 특히 10월 개최된 부산문화컨퍼런스는 15분 도시를 핵심공약으로 추진하는 부산광역시의 정책의제를 문화적 측면에서 바라보고, 도시 단위가 국제교류의 적극적 주체로 어떻게 부상해야 하는가라는 시대적 과제를 담고 있다.

 

시간중심 도시 전략에 대한 도시만의 고유한 레시피를 만들기

 컨퍼런스 1일차에는 시간중심 도시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부산, 파리, 에딘버러, 포틀랜드의 사례를 공유하였다. 도시마다 시간중심 도시계획에 근거한 창의적인 전략을 소개해주었다. 부산은 근접성, 연대성, 생태성을 주요 가치로 하여 부산을 68개의 소생활권으로 구분하고 시범권역 사업을 통해 사업의 실효성을 진단하고 있었다. 파리의 경우 15분 도시를 선도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도시로서 근접성 전략 차원에서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소개하였다. 특히 파리의 대중교통 패스인 나비고(Navigo) 패스를 문화패스로 활용하여 요금 할인, 동반 무료티켓, 초대권 등 문화활동에 대한 근접성 전략을 추진하고 있었다. 에딘버러는 20분 근린도시 추진 과정에서 운송 시스템 중심의 접근으로 시민들의 반발이 많았다고 한다. 이후 문화예술이 15분 도시 운영에 기여할 수 있음을 확인하면서 적극적인 콜라보 정책을 펴고 있었다. 예를 들어 도서관의 경우 본연의 기능 외에 어린이를 위한 책읽기나 여성을 위한 바느질 모임 등 지역 커뮤니티의 니즈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동절기에 따뜻한 환대의 장소로 도서관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면서 문화예술에 대한 고정적 관념을 버리고 지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적극적 역할을 고민하고 있었다. 로컬 경제를 키우고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요가치로 두고 있는 포틀랜드는 주민의 니즈와 아이디어와 같이 보이지 않는 욕구들을 도시 디자인에 표면화하는 성공적인 경험들이 오늘의 포틀랜드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어지는 토론에서는 시간중심 도시전략에서 도시만의 고유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
다. 시간중심 도시전략은 모든 도시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만능의 해법은 없다는 것과 각자의 레시피를 찾아가는 충실한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도시 간의 협력적 연결이 이루어내는 시너지들

 2일차 글로벌 도시 연결 포럼에서는 도시가 주체가 되어 국제교류를 진행하고 있는 사례들이 공유
되었다. 세계도시문화포럼(World Cities Culture Forum)은 각 도시의 상황에 맞는 문화정책이 위기에 직면한 도시의 해결책으로 기능하는 사례들을 타 도시들과 공유하는 도시 간 상호학습의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유럽 국가 간 연합체인 유럽연합은 소속 도시들을 위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유럽 문화계 종사자들을 지원하는 크리에이티브 유럽 프로그램과 유럽문화수도프로젝트가 대표적이었다.
 스코틀랜드의 작은 도시 에딘버러는 1947년 에딘버러 국제 페스티벌로 시작해서 현재 11개의 국제페스티벌이 열리는 명실상부한 축제의 도시이다. 이처럼 에딘버러가 축제의 도시로 국제적인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서, 축제 간 협력체를 만들어 공동 마케팅을 수행하고, [모멘텀(MOMENTUM]1과 같은 해외 델리게이션 초청 프로그램을 통해 국제적 관계를 구축해가는 다양한 전략들이 유효했음을 알 수 있었다.
 부산문화재단은 조선통신사라는 시그니처 사업을 통해 부산과 일본의 조선통신사 연고 도시 간의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나가면서 새로운 한일 관계 모색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음을 발표하였다. 향후 한국과 일본 간 문화교류 플랫폼을 운영하고, 부산과 일본의 도시가 연합해서 또 다른 도시와의 연결고리를 이어내고 해양문화도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것을 제안하였다.

 

다양한 주체들에게 열려 있는 도시 간 협력의 기회가 이어지길

 두 차례의 컨퍼런스를 통해 부산이라는 도시가 수행해 온 다양한 정책적 성과들이 다른 도시에 견주었을 때 크게 뒤처지지 않음을 확인하였다. 반면 이러한 정책적 성과들의 핵심적 의미를 발견하여 꾸준히 개선하고 지속하고자 하는 장기적 관점은 보완이 필요했다. 동일한 정책의제에 대해서도 관점의 차이가 정책 결과의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
 그간 우리의 도시는 국가라는 대분류 속 중분류 속 어딘가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도시의 규모는 지속적인 팽창을 거듭하고 있다. 도시의 매력 또한 하나로 귀결될 수 없는 복잡성을 가지고 있으며, 살아있는 유기체인 도시는 이 곳을 살아가는 이들에 의해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점점 커져가고 자체적인 생명력을 확보해가는 부산이라는 도시는 여러 동료 도시와의 소통을 통해 스스로의 매력과 특징을 발견해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소통의 과정은 특정 주체에게만 독점되는 것이 아니라 도시 안의 다양한 주체 모두에게 열린 기회여야 한다. 부산을 더 나은 삶터로 진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여정에 도시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진화가 필요하다.

 

부산문화컨퍼런스, 세계도시문화포럼, 문화예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