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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국제적인 문화 플랫폼 도시로서의 부산에 대한 소고

발행일2023-12 발행처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국제적인 문화 플랫폼 도시로서의
부산에 대한 소고

류 성 효
독립기획자

 

 부산은 상당한 규모의 도시지만 지역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의 조합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성을 지속해서 흥미롭게 공급하기는 쉽지 않다. 오래 활동할수록 흥미요소, 동기부여 등에서 아쉬운 부분이 체감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을 즐겁게 해결해보기 위해 선택했던 것이 교류다. 교류는 단순히 만나거나 오가는 정도의 활동이 아니다. 교류를 통해 가장 먼저 얻게 된 선물은 설레임이라는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었고, 그들에게 우리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문득 잊고 있던 여러 다짐과 기억을 소환하며 스스로 선명해지는 시간을 경험했다. 그들의 시선에서 관찰된 낯선 우리를 발견하는 놀라운 경험도 있었다. 지루할 만큼 익숙해진 부산을 그들과 함께 만나는 시간에서도 비슷한 선물을 받았다. 부산이 이렇게나 다채로웠다니, 부산 사람들이 이렇게나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면서 따듯했다니, 부산이 이렇게나 많은 모험을 즐길 수 있는 도시였다니.

 다른 지역에서 부산으로 초대해 교류를 진행했던 것만큼 우리도 밖으로 나가려는 노력을 했다. 다른 지역을 만나는 경험은 편차가 있기 때문에 일반화시켜 풀어내기는 어렵지만 그들의 일상을 모험처럼 경험하며 차이와 공통점을 발견하는 시간이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그들에게도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것 을 알았다. 그리고 이러한 교류의 매력은 해외에서 다른 문화권을 만났을 때 더 커진다는 것을 알았다.

 

홍콩에서 열렸던 아시아 게더링. 홍콩, 한국(부산), 일본, 대만, 중국, 말레이시아, 싱가폴 등
여러 나라의 아티스트와 활동가들이 모였다.
(출처 : Woofer-Ten)

 

 나의 부산 기억에서 교류 기반의 활동 비중은 상당했다. 함께 일하던 동료들과 쪽방 같은 사무실을 사용할 때에도 그 작은 공간을 함께 나누며 여러 지역의 사람들과 부산을 여행했고, 우리가 부산의 안내자가 되어준 만큼 그들도 문을 열어 새로운 세상으로 우리를 초대했다. 부족한 언어도 소통의지 앞에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었고, 교류가 빈번해지자 대부분의 주변 사람들이 기본적인 언어 소통 능력을 장착하게 되는 변화까지 생겼다. 쪽방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제대로 된 공간을 만들 때 가장 먼저 확정한 것이 게스트하우스였다. 다른 도시를 방문했을 때 체류할 곳을 찾기 어려웠던 경험이 있어서 다른 지역의 아티스트들이 부산을 조금 더 편하게 방문할 수 있도록 스스로 아티스트라고 규정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시작했던 게스트하우스는 열린 공간 하나를 통해 얼마나 넓은 세상을 만날 수 있는지를 확인시켜 주었다. 환영해주고 함께 자고 먹는 노력만으로도 그들이 얼마나 부산에 대해 큰 호감을 가지게 되는지 알았다. 그 호감이 서로의 세상을 연결하는 힘이 되고, 새로운 작업의 가능성과 작업을 선보일 더 넓은 세상을 약속하게 해 준다는 것도 알았다.

 

독립문화공간 AGIT의 게스트하우스 풍경
(출처 : 지루한 세상을 향한 재미난복수_호밀밭출판사)

 

 나는 부산을 떠나 활동을 하게 된 이후 조금 더 부지런하게 여러 나라를 다니기 시작했다. 국제교류를 진행하는 전문가 네트워크에 속해 관계망을 확장시키기도 했고, 프로젝트를 통해 작업을 하며 여행을 다니기도 했다. 여러 나라, 여러 도시의 친구들을 통해 그들의 생태계를 관찰하기 위한 리서치도 직접 자주 다녔다. 만나기만 하면 끝을 모르고 계속했던 대화를 통해 부산에서 경험했던 교류와 그 교류를 통해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를 정리하고, 기회가 된다면 부산에 제안하고 싶은 국제교류의 방향에 대한 생각을 메모했었다.

 개방성, 혼종성, 다양성이 부산 문화의 특징이라는 것을 책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체감했던 나는 국제적인 교류의 플랫폼으로 작동할 수 있는 도시로 부산만한 곳이 있을까 하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부산 안에서도 지역마다 각자의 고유한 풍경이 선명하고, 대부분의 부산 사람들이 이방인들에게 보여주는 호기심과 환대, 적지 않은 도시 스케일 안에서 개척의 가능성도 곳곳에 반짝이고 있는 부산은 실천의 방향에 따라 전 세계 사람들이 구체적 목적을 가지고 방문하고 체류하고 활동하는 도시가 될 수 있다. 실천의 방향을 잘 설정할 수 있다면 말이다.

 

 주요 국제문화행사는 기관행사처럼 너무 단단하게 유형화가 되어 있고, 상상력을 기반으로 더 넓은 세상에 대한 갈증을 가지고 있는 젊은 인력들이 부산에서 기회를 발견하지 못해 고민 끝에 활동 무대를 옮기고 있는 상황, 주요한 공간 운영이나 행사 기획, 정책 수립 과정에서 지역의 문제를 파악하고 유효하고 전문적인 대응을 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진단 주체를 지역 인력 중심으로 설정하지 말고 해외를 포함해 여러 지역, 여러 분야의 전문가를 포함해 구성하고, 관례적이고 추상적인 비전과 계획의 반복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부산이라는 도시의 잠재력을 조금 더 풍성하게 만져보고 여러 주체의 다채로운 꿈을 유기적으로 조합하는 도시 문화 비전의 다른 접근도 제안해 보고 싶다. 믿기 힘들 만큼 심각한 출생률 저하와 인구 절벽 앞에서 부산을 무대로 활동할 사람들의 범위를 이전과는 다르게 구상하는 것이 시급할 수도 있다. 여전히 저비용 인력 수급 대책으로 해외 인력을 바라보는 주류 시선을 다양성과 전문성으로 전환하는 노력을 문화예술씬으로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부산을 국제적인 문화플랫폼으로 개방하고 활성화시키는 방법에 대해 다르게, 다양하게, 구체적이게, 흥미롭게 구상하고 실천하는 노력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 부산 활동을 기대하고 실천하는 여러 나라의 아티스트가 많아지는 사례와 부산에서 세상을 만나며 성장한 인력이 지역에 기반하면서도 세계 무대로 활동하는 밴드 ‘세이수미’와 같은 사례가 교차하면서 원심력과 구심력이 동시에 작동하는 문화플랫폼 도시. 서면과 광안리, 해운대, 사상, 영도, 대학가, 원도심 등 각 지역마다의 풍경 안에서 국제적인 경계를 넘나드는 활동이 일상화 된 도시 부산. 생태계가 확장되고 여러 나라의 아티스트들도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도시 부산. 단지 꿈일 뿐인가? 아니면 우리가 충분히 지향하고 만들어갈 수 있는 목표인가? 

 

밴드 세이수미
(출처: 세이수미 페이스북 페이지)

 

밴드 세이수미 2023년 월드투어 일정
(출처: 세이수미 페이스북 페이지)

국제교류, 국제문화행사, 문화교류, 글로벌 문화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