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소멸과 청년유출에
대응하는 대학,
그리고 글로컬리즘
김주현
경성대학교 글로컬문화학부 교수
최근 우리는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지역소멸’, ‘청년유출’, ‘수도권 집중화’와 같이 ‘쇠락’을 연상시키는 용어들을 흔히 마주할 수 있다. 수도권 인구 유입의 가속화와 그로 인하여 야기될 수 있는 사회적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예전부터 제기되어왔으나, 최근 더더욱 빈번하게 관련 문제들에 대한 소식을 접한다고 느껴진다. 그렇다면 실제로 비수도권 지역에서의 지역소멸, 청년유출과 같은 문제들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최근 발표된 한국고용정보원 자료에 따르자면, 전국 시·군·구(228개)에서 52%(118개)가 소멸 위협 지역으로, 22%(51개)가 소멸 고위협 지역으로 분류되었다. 즉, 국가의 74%가 소멸 위기에 처해있으며 30년 후에 해당 지역들이 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국내 제2의 도시로 불리었던 부산도 이러한 문제들에 직면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자면, 수도권으로 이주한 부산 인구는 약 11,260명으로, 이는 비수도권 지역 중 최대치이다. 특히 25-34세 청년 중 7,623명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다. 수치화된 자료들을 확인하자니, 문제의 심각성이 피부로 느껴지는 듯하다.
본인은 대학에서 근무하며 학생들의 새로운 출발을 함께 준비할 수 있음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으며, 그들이 각자의 길을 명쾌히 걸어갈 수 있도록 차별화된 주제의 연구와 교육 과정의 운영을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에서의 연구는 지역과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이론적·실무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함이며, 교육은 학생들이 각자의 삶에서 스스로 행복과 성취감을 찾을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기 위함이다. 하지만 본인이 속한 대학을 포함한 다수의 비수도권 지역 대학들이 인재 확보에 대한 문제에 시달리고 있으며, 많은 이들은 비수도권 사회·문화·일자리 등 인프라의 부족만을 근본적인 원인으로 이야기한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자면, 대입을 앞둔 입시생의 관점으로 ‘비슷한 내용의 교육이라면 아무래도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을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겠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비수도권 지역 대학은 어떠한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인가.
글로컬리즘은 글로벌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는 동시에 지역의 특성, 지식, 문화, 경제 등을 촉진
하는 개념이다. 교통수단·온라인 환경·대량생산 시스템 등의 급진적 발달로 야기된 전 세계 시장획일화는 어떤 이들에게는 커다란 부를 안겨주었지만, 문화적 융화와 소멸, 노동력 이동과 실업,환경 파괴, 불평등 증대 등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켰다. 이에 사회적 균형을 강조하는 동시에 차별
화된 가치를 추구하는 세방화(世方化), 글로컬리즘 개념이 주목받기 시작하였다. 글로컬리즘이라는 용어는 글로벌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이 전 세계를 휩쓸자, 위기를 느낀 지역 음식 산업군과 마케팅 연구 분야에서 초기에 사용하였다. 현재는 지역 균형을 이야기할 때 항상 등장하는 개념이 되었으며, 최근 각 대학의 지역연계 특성화를 지원하는 사업명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위에서 이야기한 글로컬리즘 개념의 등장 배경을 보자면, 현재 비수도권 지역과 대학이 처한
상황과 매우 중첩되어 보인다. 과거 베이비붐 세대는 대학 교육의 수요를 증가시켰으며, 전국 대학기관의 수는 급격히 늘어났다. 소수의 특성화 대학을 제외한 대다수 대학은 몇 년 전까지 큰 문제없이 유사한 교육 과정을 운영하며 지역 출신 학생들을 모집하고 학위를 취득시켜왔다. 전체적인 인구수가 감소하는 동시에 청년들의 지역 이탈률이 급증하는 지금, 대학은 글로컬리즘 용어를 앞세우며 인재를 확보할 방안을 찾고 있다. 늦었지만, 여기에서부터 지역 대학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중요한 과제를 현명하게 풀어내야만 한다.
가. 대학은 진정한 의미의 글로컬리즘 기반 교육 과정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는가?
나. 교원들은 차별화된 관점으로 각자의 연구 주제를 다루고 있는가?
다. 교원은 지역의 사회, 문화, 경제, 정책 등의 발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을
하는가?
라. 지·산·학 연계형 프로젝트를 꾸준히 운영하며 향후 지역에서 학생들이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있는가?
마. 졸업생들은 차별화된 관점을 바탕으로 사회적 역할을 활발히 찾아낼 수 있는가?
혹은 대학 교육을 통하여 형성된 높은 지역 애착을 바탕으로 지역 내 취·창업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는가?
지역의 소멸과 청년의 유출은 거대한 사회적 문제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사회의 모든 구
성원이 협력해야 한다. 몇 가지의 단서를 통하여 해결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들이 아니기 때문이
다. 대학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이겠지만, 학생들이 대학에서 행복하게 미래를 설계할 수 있
도록 각자의 위치에서 차별화된 ‘교육’, ‘연구’, ‘봉사’를 진심으로 실천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