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 동료가 함께 하는
청년들의 부산을
상상하다
원향미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선임연구원
올해 고3 수험생이 된 큰아들에게 나중에 대학을 졸업하면 취업은 어디서 하고 싶냐고 물었다.
부산에 좋은 직장이 있다면 부산에 머무르고 싶다고 답을 들었지만 뒤이어 부산에 일자리가 없을
것 같다는 답도 함께 들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으니 ‘Be ambitious!’의 마음으로 고향을 떠나던 우리 세대 청년들과 달리, 요즘의 부산 청년들은 의지와 상관없이 등 떠밀려 타향살이를 시작하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자신의 전망을 찾아가는 여러 갈래 중에 지역에서의 삶을 만들고 싶어 하는 청년들의 선택지가 줄어드는 문제는 부산이 해결해야 한다.
현재 전 세계 도시들이 축소의 길을 걷고 있다. 부산만 규모가 작아지고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진행되는 부산의 속도는 자연스럽지 않게 너무
빠르다. 문화예술계도 마찬가지다. 예술활동증명 완료 예술인 통계를 살펴보면 20?30대 예술인
들의 비중이 전국 평균보다 낮다. 물론 객관적 수치로 보면 30대 예술인들이 부산 전체 예술인 중
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20?30대 예술인은 전국 평균보다 낮고 50대 이상 예술인
들의 비중은 전국 평균보다 높은 현재의 수치는 부산에서 예술인으로 진입하는 세대들이 점점 줄
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청년들이 예술하기 좋은 도시 부산을 만들어야 이 속도가 늦춰질 수 있
다. 청년 예술인들이 활동하며 머무를 수 있는 도시가 되기 위해 부산광역시는 어떠한 노력을 하
고 있는지 제도적 기반과 지원사업으로 구분해서 간단히 살펴보았다.
제도적 기반 - 부산광역시 청년 기본 조례 / 부산광역시 청년 문화예술육성 조례
2017년 제정된 「부산광역시 청년 기본 조례」에는 청년문화활동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조항들이 명기되어 있다
제15조(청년문화사업) 시장은 청년문화 육성 및 지원을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1. 청년문화 관련 전문 인력 육성 사업
2. 청년문화예술인 발굴 및 육성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사업
3. 청년문화예술 공간 조성 사업
4. 청년문화 거리 조성 사업
5. 국내외 청년문화 교류 사업
6. 청년문화 인적 네트워크 구성에 관한 사업
7. 청년문화 관련 자료 수집, 정보 제공 및 홍보에 관한 사업
8. 그 밖에 청년문화 육성 및 지원을 위하여 필요한 사업
제16조(청년문화 활성화 및 문화예술 향유 기회 확대)
① 시장은 기관 또는 단체 등에 청년문화예술 공간 제공, 청년문화예술 활동 참여 등을 권장
하여 청년문화 활성화를 위한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② 시장은 청년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업을 추진하거나 지원
할 수 있다.
청년 예술인 지원을 위한 구체적인 사항은 2023년 10월 제정된 「부산광역시 청년 문화예술육성 조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조례는 크게 기본계획 수립, 실태조사, 지원사업, 사무위탁, 협
력체계 구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원사업은 다음과 같다.
제7조(지원사업)
① 시장은 청년 문화예술 육성 및 지원을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지원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1. 청년 문화예술 관련 전문인력 육성
2. 청년 예술인 육성 및 지원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3. 청년 문화예술 창작공간 및 거리 조성
4. 청년 문화예술 창작물 공연, 전시 지원
5. 청년 문화예술 관련 창업 등 일자리 연계 지원
6. 청년 문화예술의 국내외 교류 및 협력 지원
7. 청년 문화예술 인적 네트워크 구성 지원
8. 청년 문화예술 관련 자료수집, 연구, 정보제공 및 홍보 등
청년 기본조례와 청년 문화예술육성 조례에서 언급된 지원사업들은 여러 경로로 추진 중이
다. 모든 사업이 다 추진되고 있지는 않지만 단계적으로 지원사업이 확대되어 운영될 것으로 예
상된다.
부산광역시 청년 관련 문화 분야 지원 정책
부산의 청년 관련 지원 정책은 부산청년플랫폼(https://young.busan.go.kr)에서 확인이 가능한데, 청년플랫폼에 제시된 문화복지영역 주요사업은 다음과 같다.
부산지역의 청년 예술인 지원정책은 크게 공간 지원, 창작 지원, 유통 및 교류 지원으로 구분될 수 있다. 신진예술가들의 진입 기회 제공을 위한 신진예술가 창작 지원부터, 교류 및 유통 활성화를 위한 아트페어, 작품 구독 등의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다. 부산문화회관의 경우 청년 예술인들과 시립예술단이 함께 하는 기획공연을 통해 청년 예술인들의 활동 기회를 늘리고자 하고 있다.
현재 건립 중인 오페라하우스 또한 시즌 단원제를 통해 청년 예술인들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청년층의 문화 향유 수요를 위해서 올해부터 새롭게 청년 만원 문화 패스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문화복지 영역 사업은 아니지만 청년 커뮤니티 활동 지원사업도 추진 중인데, 현재 운영되고 있는 문화공간들이 청년 커뮤니티의 활동 기지로 연계된다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된다.
기회, 동료, 롤모델이 함께 하는 문화도시 부산 만들기
과거 인터뷰를 통해 만난 청년 예술인들은 앞서 언급한 지원사업들을 통해 예술계에 진입하고
안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지원사업을 통해 전시회나 공연을 할 수 있었고,
레지던시 사업을 통해 좋은 동료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예술 활동의 기회가 많아지고, 작업을 함께할 동료들이 많아지는 것은 청년 예술인들이 부산을 기회의 장으로 인식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여기에 덧붙일 요소는 롤모델의 존재이다. 지역에서의 예술활동을 통해 성공적인 롤모델이 된 중견, 원로 예술인들을 통해 청년 예술인들은 부산에서 예술활동을 이어나가는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그릴 수 있다. 선배 예술인이 없다는 것은 결
국 자신의 미래도 이 지역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청년 예술인들이 부산이라는 도시
를 지속가능한 일터로 삼기 위해서는 그들이 중년, 노년이 되었을 때도 부산이 일터로서의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지역에서 예술을 이어나가기로 뜻을 정한 이들이 계속 활동하기 위해서는 청년예술인을 포함하여 지역 예술인 전체를 위한 촘촘한 지원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그래야 지속 가능한 문화도시 부산이 구체적인 미래의 모습을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