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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생명체로서의 마을을 마주한 아카이빙 - 하단포구, 문화路 잇다.

발행일2024-06-01 발행처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생명체로서의 마을을 마주한 아카이빙
- 하단포구, 문화路 잇다.

탁경아
커뮤니티 아트센터 ‘숲’ 대표

지역성을 담은 문화예술교육을 기획하기 위한 고민
부산의 사하구에 거주지를 두고 이곳에 정착한지 18여 년이 되었다. 지역민들과의 커뮤니티와
소통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 사람, 역사, 놀이, 치유 등의 다양한 접근을 시도해왔고
항상 ‘지역성’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들이 기획에 꼬리표처럼 따라 다녔다. 이즈음 지역민들과의 만남을 통해, 2019년 하단1동 행정복지센터의 주민자치회 마을사업으로 이곳 마을 곳곳에 흩어져 있던 옛 이야기들을 주민들이 직접 수집하고 기록하여 『하단을 담은 이야기』라는 책자가 발간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마을활동가, 학부모, 통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주민들의 참여로 주민 편집단이 구성되어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이후 사업의 확장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몇몇 참여한 주민들로부터의 못내 아쉬운 이야기들을 접하게 되었다. 지역을 어떻게 담을것인가? 지역을 어떻게 이야기 할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접근은 주민들의 아쉬움으로부터 그 답을 찾게 되었다. 흔적만 남은 ‘하단포구’를 주제로 지역을 지역민이 직접 이야기하고 지역에 대한 연구를 위한 ‘아카이빙’으로 문화예술교육을 기획하게 되었다.

흔적만 남겨진 하단포구
하단포구는 조선시대부터 낙동강 수운을 이용하여 내륙 지방에 운반되던 물류의 중심지이자
낙동강을 거슬러 올라가 구포를 거쳐 안동까지 이어지는 뱃길의 출발지였다. 인근 명지 염전에서
생산되던 소금과 갈대를 이용한 제품 등을 모아 상류로 보내던 포구이기도 했다. 이곳을 출발점으로 조선시대의 물동량이나 사람들의 왕래로 인한 장(場)이 섰던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2일, 7일이 되면 꽤 큰 규모로 오일장이 서는 ‘하단상설오일장’의 근원이 되었던 포구였다. 하지만 김정한 선생님의 소설 『모래톱 이야기』에서처럼 해마다 겪게 되는 낙동강의 홍수로 모래톱이 점점 높아지고 갈수록 포구로서의 기능이 약화되어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포구의 기능이 완전히 상실되었다. 현재 나루터가 있던 곳은 햇님공원이 되었으며 그곳에는 하단 포구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하단포비’ 하나가 전부이다.

생명체를 가진 마을
마을은 새롭게 태어나고 사라지며, 성장, 쇠퇴해져가는 생명체와 같다. 그러한 마을은 지역 주
민들의 삶과 문화를 반영하며 그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다. 하단포구와 낙동강 일대의 생태공
원들을 들여다보고 조사하는 과정 속에서 사하구 지역 일대가 견뎌온 아픔을 공감할 수 있었다.
대티고개를 넘으면 사람이 살지 않는다고 알고 있을 정도로 이 지역은 관심 밖이었다. 강과 바다
를 이어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1937년 대티고개 분뇨 수집장이 들어서며 그 내용물은 관을 통해 낙동강으로 배출되었다. 현재 하단의 본병원에서 하단 오거리를 지나 올해 완공이 된 ‘노을이 아름다운 하단 복합센터’, 바로 하단포구를 지나는 길이다. 이곳은 ‘똥동네’로 불리울 만큼 소외되었고 부산에서도 가장 배제되어 왔던 서부권 지역, 사하구이다. 뿐만 아니라 낙동강의 잦은 범람으로 인한 모래톱 인근 거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위협받고 상처를 안고 살아간 주민들의 애처롭고 척박한 삶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곳이기도 했다. 수문을 지나 을숙도 문화회관과 부산현대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는 을숙도 생태공원은 해질녘의 아름다운 노을과 철새들의 비상은 숨을 멎게 할 만큼 감동의 색채를 연출하는 장관이다. 그러나 이곳은 1993년부터 부산 지역의 쓰레기를 매립한 매립장이었다. 쓰레기로 인한 환경오염, 생태계의 파괴, 비만 오면 새어 나온다는 침출수는 완전히 복구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아픔과 상실을 품은 그대로 인간을 이해하고 용서하는 마음으로 안아준다.
우리가 접근한 아카이빙은 단순한 지역의 역사를 조사하고 축적하는 것이 아니다. 알아가고 이
해한다는 것은 그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과 마주하며 생애와 희노애락을 함께 하는 삶이며 연결, 지지, 공감의 동질감을 이해하는 것이다.

다 같이 돌자 동네 한바퀴!
우선 지역자원의 분류를 공간, 사람, 이야기로 나누어 “첫째 포구, 길을 잇다, 둘째 포구, 시장을
잇다, 셋째 포구, 사람을 잇다, 넷째 포구, 이야기를 잇다, 다섯째 포구, 문화로 잇다” 라는 다섯 개
의 주제로 접근하였다. 하단포구의 유래와 역사, 사례연구 및 하단동의 마을답사, 주민들과 오일장의 상인들을 만나며 마을 자원을 찾고 마을의 기억들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자원들은 하단포구를 거점으로 매립으로 사라진 길, 새로 이어진 길, 자리를 옮겼지만 포구로 시작이 된 하단오 일장, 그리고 낙동강으로 이어지는 을숙도 생태공원까지 아카이빙을 통한 3가지 테마로 축소하여 정리되었고 ▲포구를 듣다 – 세물머리 하단 ▲시장을 보다 - 하단오일장 ▲자연을 지키다 - 을숙도
생태공원 철새도래지라는 주제로 ‘다같이 돌자 동래 한바퀴 투어 코스’가 만들어졌다. 코스의 각 위치마다 아카이빙한 자료로 거점의 생애를 설명하였고, 이 코스는 결과발표회의 마을축제 당시 주민들과 코스를 돌며 실제로 진행해 보기도 했다. 주민들은 내가 살고 있고 매일 지나가는 골목 곳곳의 숨어있는 이야기들에 대한 반가움과 새로운 의미를 되새겨 보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특히 진행 과정속에서 인터뷰한 황포돛배 조선명장이신 김창명 선생님은 고령 임에도 불구하고 황포돛배 (황포돛배의 원조가 하단돛배라 할 만큼 그 특별함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시다)를 지금까지 제작하시고 곳곳에 체험을 직접 다니시며 이음과 전수에 각별하셨다. 투어 당시 주민 참여자들은 마을에서 황포돛을 직접 올리고 내리는 장관을 가까이서 보고 경험할 수 있었다.

하단포구에 대한 현재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 2023년도에는 사운드 아카이빙의 결합을 시도했
다. 지역을 기억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이었다. 학자도 전문가도 아니지만
지역민으로 지역의 역사, 문화, 생로병사를 알아가고, 곧 사라질 현재 기억들을 기록으로 전환하는 아카이빙의 다양한 시도들은 미완성이지만 현재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다음 세대의 문화전달자로서 갖는 최선의 노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단,아카이빙, 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