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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부산에는 사이어촌마을이 살아있다. - 어촌의 문화적 도시재생 가능성

발행일2024-06-01 발행처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부산에는 사이어촌마을이 살아있다.
- 어촌의 문화적 도시재생 가능성

홍순연
(주)로컬바이로컬 대표

5월의 기장은 다시마를 말리는 모습으로 장관을 이룬다. 텅 비어있던 중동항 물량장도 빈틈없
이 다시마로 꽉 채워져 있다.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펼쳐진 다시마는 봄 햇빛을 쐬면서 하루를 보
내고 다시 건조기에 들어가 말린 후 가공을 통해 우리식탁에 오를 준비를 마친다. 기장사람들의 1년 바다 농사가 이제 시작되는 것이다.
기장은 전통적인 반농반어마을로 바다농사뿐만 아니라 쪽파, 옥수수 까지 다양한 작물이 재배
되는 부산의 사이어촌마을이다. 이곳에 정착한 것도 이제 약 9개월에 이르게 되면서 일반적인 도
시에서 볼 수 있는 시간의 사이클을 경험하고 있으며 부산임에도 부산이 아닌듯한 낮선 일상을 공유하고자 한다.

어촌신활력 사업의 시작
2023년 겨울 해양수산부는 기존의 어촌재생방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지역기업 참여형 재생사
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이를 어촌신활력증진사업이라 한다. 사업은 2023년부터 「수산업·어촌 발

전기본법」에 의한 어촌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어촌공동체 중심으로 어촌계를 비롯해 부녀회,마을자치회, 청년회 등 시범사업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과 함께 그리고 주변의 지역으로 확장하는 생활권 계획을 수립에서부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도시와 다르게 어촌생활권은 주변 지역 간의 부족한 생활서비스를 찾아 연계하는 동시에 지역의 경제생태계를 재편성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어항을 중심으로 배후마을과 연접한 마을, 동일한 어업권을 가지거나 수산업 관련 시설을 공유하는 등 일상생활이 이루어지는 공간 범위로, 도보권을 기준으로 중심 어항에서 5km 내외로 범주를 정하였으며 그 주변생활권을 서로 연계하고 생활서비스를 전달하고 자원 순환체계를 구축하는 계획이라 할 수 있다. 특이점은 이를 관주도적인 사업이 아닌 추진조직에서 앵커와 링커의 개념을 통해 조직화를 재설정하여 지역 내 전문가 그룹들의 참여를 높이고자 하였다.
이러한 지역 내 참여그룹은 문화, 복지, 건강 등 서로 다른 개념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융합적
인 계획을 수립하고 참여하는 조직들의 역할 또한 다양성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토록 설계되어
있다.

결국 생활서비스 접근성 향상, 주거환경 개선, 어촌의 잠재자원을 활용한 일자리 창출 등으
로 어촌 주민의 삶의 질을 회복하고 지속가능성을 높이는데 목적이 있으며, 인구감소로 소멸 위
기에 있는 어촌의 가치를 높여 지역주민의 인구유출을 최소화하고, 다양한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관계 인구 유입과 지역소재 기업과 민간단체가 추진하는 다양한 사업을 통해 어촌의 물리적, 사
회·경제적 재생을 통합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방법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어촌생활권 내에 어촌
스테이션이라는 거점공간을 중심으로 생활서비스 전달 및 로컬 창업, 로컬관광까지 활용성을 높
이기 위한 계획수립과 다양한 사회혁신프로그램을 추진하여 맞춤형 사업으로 지속성을 확보하
기 위한 노력을 진행 중에 있다. 그리고 전체적인 마스터플랜을 수립하여 전략 및 실행가능성을
기반으로 약 4년간 추진될 예정이다. 현재 부산에서는 2023년 기장 문동항이 선정되어 생태, 에
너지, 생활서비스 부분과 더불어 경제 환경을 재편성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 중에 있다

사이어촌 마을 기장 문동항

기장 문동항은 상업공간으로 집객이 이뤄지는 칠암과 임랑해수욕장 사이에 있는 전통적인 어
촌마을이다. 사이어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된 이유는 도시와는 가까운 곳에 있으나 삶의 방식은 어촌의 방식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모습, 도시의 끝자락, 어촌의 시작이라는 의미로 사이어촌
이라고 명명하여 사용하고 있다. 기장문동항의 경우 “회복과 공존의 바다정원”이라는 슬로건 아래 마스터플랜수립부터 현장운영까지 (주)로컬바이로컬과 플랜비예술문화협동조합이 앵커기업으로 함께 진행하고 있다, 처음 문동항에 간판을 걸고 터를 잡아 의욕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기존 도시에서 진행되었던 사업들과 달리 어촌은 빠른 움직임보다는 바다의 날씨와 재배되는 작물의 수확에 따라 다른 라이프스타일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예를 들면 마을 반상회를 하려고 해도 미역, 다시마철에는 어떤 프로그램도 하면 안 되는 것을 겨우 10개월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주민들의 이해관계도 역할분담이 잘 되어있어 경우에 따라 어촌계장님, 이장님, 부녀회장님, 쪽파잡목반장님, 1반부터 4반까지 반장님들, 노인회회장님, 해녀회장님 등 작은 조직으로 역할이 나눠져 있는 것을 파악해나가는 것 또한 경험과 실수로 커뮤니티를 연결해나가고 있다. 초기 4명의 상주인원이 각각의 역할을 정립하여 진행되었으나 결국 가장 기본이 되는 커뮤니티를 파악하고 연결하는 역할이 주 업무가 되었다.
그럼에도 몇 가지 성과도 있었다. 지역의 링커그룹간의 모임임 ‘안녕하세요 문동입니다’에서
지역의 문화예술, 복지, 재생, 디자인그룹들이 참여하여 함께 지역을 방문하여 다양한 의견을 논
의 하는 과정을 거쳤다.
문동사랑방과 ‘문오성마을학교’에서는 한글교실, 가드닝, 맨손체조 등 지역주민 밀착형 프로그
램으로 변화하여 진행 중에 있으며 지역의 원물을 활용한 시제품화와 문동지역만의 달력을 제작
하기 위한 아카이빙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문동지역 내 작가, 공방을 운영하는 팀들과 협
업하여 현재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구상 중에 있다. 올해는 마스터플랜이 수립되어 본격적인 사업
이 추진될 예정이다. 결국 어촌마을에서 재생적 결합은 가장 기본이 되는 커뮤니티에서부터 시작
해야 하고, 문화적 부분 또한 생활문화와 공간문화에 맞춰 운영되는 것이 필요하며, 크지 않지만
작은 모임에서 확장해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문화적 통합이 필요
하다. 경계를 없애고 다양한 분야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삶의 방식을 이해하는 과정으로 지속성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지금도 도시와 다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안고 어촌
재생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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