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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보고서 톺아보기] 유휴공간 문화재생, 지역 활성화의 열쇠가 될 수 있을까

발행일2024-06-01 발행처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유휴공간 문화재생, 지역 활성화의 열쇠가 될 수 있을까

 

이소민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연구원

 

도시의 변화와 발전 속에서 유휴공간이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과거 산업용 부지, 미개발된 도심 지역, 노후화된 공공 공간 등이 기존의 용도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의 장으로 논의되고 있다. 경제적 불황, 인구 이동, 도시 계획의 변화 등 다양한 요인들이 유휴공간의 증가를 초래하고 있는데, 이 공간들은 단순히 도시에 방치된 장소가 아닌 도시재생과 지역 활성화의 중요한 자원으로 변모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기능을 잃고 버려진 건물이라는 단순한 관점에서 벗어나 보면, 역사적 상징성, 사회 문화적 의미, 지역사회의 기록 등이 남아 시대의 흔적을 가진 장소성을 바탕으로 현재와 미래를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렇듯 유휴공간을 창의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은 현대 도시가 직면한 중요한 과제이며, 지역 경제 활성화와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 등 사회적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2021년 지역문화진흥원이 발간한 「유휴공간 문화재생 활성화 방안 연구」(이하 보고서)에 대해 톺아보고자 한다.
 

보고서는 각기 다른 부처 및 지역에서 개별적으로 진행되던 유휴공간 문화재생 사업을 최근 지방분권화 및 지역 중심의 정책 추진 환경변화에 걸맞게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기존 정책과 사업의 현황을 파악하고 문화재생 조성 완료 운영시설 22개 대상지를 범위로 설정하여, 국내외 우수 사례 조사, 시설 이용자 만족도 조사,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적용 가능한 모델을 도출하고자 했다. 유휴공간의 개념을 정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정책 비전과 목표를 설정했으며, 각 부처의 다양한 유휴공간 자원을 통합하고 연계하는 방안을 제안하면서, 통합 TF팀의 구성과 주민 및 이해관계자와의 협력 체계를 강조했다. 더불어 유휴공간 문화재생을 통해 생성된 장소와 지역의 연결과 지역 간 앵커시설의 교류 등을 강조함으로써 지역균형발전, 문화와 사회의 연결을 통한 창의적 혁신 및 새로운 사회 패러다임을 제안하고 있다.

 

유휴공간 문화재생을 위한 새로운 접근

 

보고서에는 함께 살펴볼 만한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이번 보고서에서 유휴공간 문화재생정책을 정립하였다는 점이다. 그간 유휴공간 문화재생 사업이 각개전투로 진행돼 왔기에 이번 개념 정립은 매우 중요한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유휴공간 문화재생 정책이란, “장소를 기반으로 하는 문화재생의 새로운 가치와 효과로 사회발전을 위한 창의적 혁신과 사회적 전환을 이끌어내어 지역발전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켜나가는 문화정책”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는 유휴공간을 단순히 공간적 관점에서만 재생하는 것이 아니다. 창의적 혁신과 사회적 전환을 통해 지역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접근은 지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사회적 통합을 위해 필수적이며, 정책적 지원과 주민 참여, 다양한 주체 간의 협력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둘째, 추진방안에는 문화재생과 관련된 각 부처별 정책이 연계될 수 있는 모델을 제안했다. 그간의 지역문화와 관련된 정책은 ‘중앙-광역-지역’ 순의 전달체계 틀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그러나 국가차원에서 통합적으로 논의하고 추진할 수 있는 부처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다양한 자원을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각 부처가 가진 유휴공간 자원은 매우 다양하다. 국토교통부의 폐역사 공간, 교육부의 폐교, 행정안전부의 교도소, 농림축산식품부의 빈 농가 및 창고, 중소벤처기업부의 구도심 유휴상가, 산업통상자원부의 폐산업단지 등이 있다. 각 부처별로 가진 자원을 모아 통합된 정책 추진체계를 구축한다면, 유휴공간 문화재생 사업의 효율성과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위의 통합 모델과 함께 지역 주민 및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지역실정에 맞는 문화재생 촉진 방안을 담아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는 정책의 현실성을 높이고, 공동체의 지지와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보다 주도적인 참여를 촉진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문화재생을 가능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주민 참여와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됐지만, 사실상 주민의 참여가 얼마나 열려 있는지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이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지의 여부이다. 주민들에게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는 등 정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관심이 적을 경우, 해당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지게 된다. 그렇기에 이해관계자 간의 원활한 소통과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촘촘한 방안이 뒤따라야 한다.

셋째, 정책연결을 통한 지역문화 상생 추진방안에서는 유휴공간 문화재생이 이뤄진 곳을 중심으로 인근 지역의 문화장소들이 서로 협력하는 모델을 제시했다. 이와 동시에 유휴공간 문화재생으로 새롭게 재탄생된 A지역의 앵커와 B지역에서의 문화재생 앵커장소를 서로 연결해 교류 및 협력해 발전할 수 있는 모델을 제안했다. 그간 추진돼 온 유휴공간 문화재생 사업은 버려진 공간을 단순히 문화적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것이었다. 본 보고서에서는 더 나아가 앵커 장소 간 연결로 새로운 지역사회의 가치를 구축하고, 사회전환의 플랫폼을 만드는 등 확장된 의미를 구축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문화재생 앵커 간의 교류는 지역의 활성화뿐만 아니라 문화적 다양성을 증진시킬 수 있으며, 지역 사회의 문화적 활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이렇듯 여러 장점도 있지만 고려해야 할 부분도 있다. 문화재생 앵커를 중심으로 한 특정 지역에만 편중될 위험이 있어,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이 발생하지 않도록 살필 필요가 있다. 또한 앵커 지역 간의 이해관계와 목표가 다를 경우, 협력체계를 구축해나가는데 복잡해질 수 있다. 이를 위해 협력 조정 위원회 또는 정기적인 회의체를 구
성하여 협력체계를 만들어 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존 유휴공간 문화재생 사업은 단순히 버려진 건물을 대상으로 삼았다면, 이번 보고서에서는 그 너머의 시설 및 환경까지로 대상을 확장하여 제안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건물 인근의 공터, 벤치와 같은 구조물, 숲, 수변 등까지 포괄하는 것이다. 이는 유휴공간 재생의 범위를 확장함으로써 보다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지역 차원의 재생이 가능해진다. 또한 도시의 생태적가치를 높일 수 있고, 지속가능성을 촉진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런 접근은 유지 및 관리 차원에서의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이는 예산 및 자원의 증가를 요구하게 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부산, 제2의 빌바오 꿈꾸기

 

용도를 상실한 유휴공간은 이전에 사용되던 용도와 함께 각 지역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러한 지역의 고유한 문화적, 역사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 예를 들어, 부산지역에서는 항구 도시로서의 역사와 해양 문화를 바탕으로 유휴공간을 재생할 수 있다. 폐산업단지나 빈 창고를 해양 문화 센터나 지역 예술가들의 작업 공간으로 변모시킴으로써 지역의 정체성을 살리고, 주민들과 관광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부산은 역사와 현대적 문화가 공존하는 매력적인 도시로 거듭날 수 있으며, 지역 경제 활성화와 사회적 통합을 동시에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적 관점과 타 부처의 자원, 그리고 주민들과 협력함으로써 지역 안에서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부산도 제2의 빌바오가 되지 않을까.

 

유후공간, 문화재생, 지역활성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