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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부산의 문화다양성, 어떻게 도시를 살기 좋게 만드는가?

발행일2024 발행처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첨부파일

부산의 문화다양성, 어떻게 도시를
살기 좋게 만드는가?

 

정보람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 왜 중요한가?


여러분이 사는 곳은 태어난 국가, 태어난 지역과 같나요? 어떠한 언어를 사용하나요? 혹시 사투리로 불리는 지역어(방언)를 사용하고 있나요? 종교는 무엇입니까? 명절이나 기념일 혹은 추모일을 보내는 지역(민족 또는 인종)만의 방식이 있나요? 우리는 사회에서 서로 다른 배경과 삶의 방식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저마다의 출신지역과 하는 일, 관행과 습관은 한 사람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문화는 이러한 생활 방식, 함께 살아가는 방식, 가치체계, 전통 및 신념을 포괄하는 개념이며(UNESCO, 2001)1, 우리를 형성하는 모든 존재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다. 문화적으로 다양하다는 것은 조직이나 사회내에 여러 다른 문화가 존재하고 표현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체성과 존재방식을 존중하고 가치있게 여기는 것을 의미한다. 각국에서 정책적으로 문화다양성을 보호 및 증진하는데 추진력을 얻게된 것은 유네스코의 문화다양성 선언(2001)과 협약(2005) 이후이다. 이 협약은 문화적 다양성의 본질적 가치와 그것이 우리 사회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임을 재확인하게 한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75%는 민족, 언어, 종교 등 문화적 차원이고2, 무력 충돌의 89%는 문화 간 대화가 부족한 국가에서 발생하고 있다.3 이는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고유한 문화를 보호하는 것이 문화 그 자체의 발전을 넘어 효과적인 협력을 구축하고 안전과 평화를 유지하는데 최우선 과제이기도 함을 시사한다. 더불어 문화적 다양성은 경제 성장과 관련된 효과도 인정받고 있는데, 보다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하는 수단으로서 개발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미 조직이나 민간기업에서는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에 주목하고 있고, 많은 도시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문화다양성을 다양한 의미로 해석하고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는 도시들 : 항만도시, 도시활력과 경제적 성취

 

도시마다 역사, 지리, 인구특성, 시민사회의 활력 등이 다르다. 다양한 인구를 수용하는 국가들은(이하 예시는 시민의 1/3정도가 다른 나라에서 태어남) 각국 또는 각 그룹에서 문화적 정체성을 자유롭게 드러내고 세계관을 강조하는 교류행사나 축제가 활성화되어 있다. 예를 들어 영국 런던의 노팅힐 카니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DRONGO 페스티벌,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설날 축제와 퍼레이드, 에스닉 페스티벌, 호주 토론토의 카리브 페스티벌, 시드니의 Living in Harmony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경우 코리아타운, 리틀 도쿄, 보일 하이츠와 같이 문화정체성이 녹아있는 구역을 문화적 거주지(Ethnic enclave)로 지정하고 있고, 싱가포르는 공식 언어를 4가지(영어, 말레이어, 중국어, 타밀어)나 채택하고 있기도 하다.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지원하는 정책이나 조치를 취하는 데에는 지역기반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사회적, 종교적 뿌리가 다양한 민족과 인종이 한 도시에 모여들어 문화적 정체성에 대해 자유롭게 표현하고 대화할 수 있는 도시들의 공통된 점은 무엇일까. 앞서 살펴본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는 도시들은 지리적으로 개방성이 높고 시민의 창의적 역량이 높은 경우가 많다. 모두 항구도시로 물자나 문화의 자유로운 교류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면서 지리적, 역사적으로 개방적일 수 있었다. 이렇게 문화적으로 다양성을 인정하는 도시는 자유와 창의적 활기를 근간으로 혁신적인 재능이 모이게 되는데, 대부분의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는 도시는 국제금융과 기술 중심지로서의 성과도 나타나면서 경제적 성취도 거두고 있다.

 

부산의 문화다양성 정책은 어디쯤에 있는가?


부산은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이자 제1의 항만을 가진 항만도시이고, 한국전쟁 이후 피란민이 모이면서 형성된 지리적?역사적으로 문화적인 다양성이 풍부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부산은 앞서 살펴본 문화다양성을 인정하는 도시 사례를 닮아있다. 항만을 통해 국내외 문물과 문화를 접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모이면서, 도시는 보다 활력을 가지고 문화적, 경제적으로 발전될 수 있었다.

정책적으로도 문화다양성이 부산의 발전을 견인한 원동력이자 기회로 보고 적극 지원하고 있다. 현재 문화다양성 보호와 증진에 관한 조례는 23개가 있는데 부산광역시는 2017년 전국 4번
째로 조례를 제정하였고, 실질적으로 문화다양성 정책을 실천하고자 전국 최초로 지방비를 문화다양성 예산으로 편성하였다. 2024년 기준으로 부산문화재단에 1억 8천만원의 부산시 자체예산을 편성하여 문화다양성과 관련된 교육, 행사(문화다양성의 날, 컨퍼런스), 콘텐츠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문화다양성 정책 지원은 단기간 성과가 드러나기 어렵고 추상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지자체 자체예산으로 편성되는데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고려할 때 부산의 문화다양성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부산이 문화다양성을 인정하는 대표도시로 거듭나기를 기대하면서 몇 가지 제언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먼저 부산시민의 자부심이자 부산 도시의 정체성을 만드는 지역어와 전통적인 관행, 풍습과 같은 문화적인 것들이 미래세대에도 잘 이어지도록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도시화와 수도권 집중현상으로 인한 문화적 산물들의 획일화는 문화적 다양성을 위협하므로 고유한 문화를 발굴하고 인지하고 지속되도록 보호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문화다양성 가치가 문화정책을 넘어 도시개발 전반을 관통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국내 체류외국인이 매년 최다 비율을 기록하고 있고 지역의 일자리는 더 많은 외국인 근로자가 채우고 있어 문화다양성과 사회적 포용이 반영된 도시정책이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는 점점 더 상호 연결된 세상을 살아가고 있고 다양한 집단이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에 대한 수용도를 높이는 조치를 도시정책 전반에 반영해야 하는 것이다. 더하여 도시의 문화적 다양성의 확보가 결과적으로 도시의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근거를 축척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1 UNESCO(2001) UNESCO Universal Declaration on Cultural Diversity
2 https://www.unesco.org/en/articles/world-day-cultural-diversity-dialogue-and-development
3 UNESCO(2022) Measuring intercultural dialogue for peace and inclu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