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세대 다양성을 위한 소통과 통합
장정윤
동아대학교 명예교수, 부산국제무용제 운영위원장 역임
“윤석열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이하 통합위)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년의 역할이 살아있는 사회 특별위원회’(이하 노인특위) 출범식을 개최했다. 노인특위는 노인의 일자리 및 사회 기여 방안을 다룬다. 윤대통령은 최근 당정대-통합위 만찬서 김한길 위원장이 이끄는 통합위의 정책제안을 적극 반영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중략) 노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고 나이에 따른 차별 해소방안을 통해 세대 간 벽을 낮추고 공존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나갈 예정이다.”1라고 한다.
지역사회는 노인의 사회적 역할과 올바른 기여에 대해 심사숙고하기 이전에 지역 내 노인의 업무 능력의 쇠퇴, 인간관계의 변화 그리고 인생의 의미에 대해 우선 이해해야 한다. 노년은 능력의 쇠퇴에 대한 저항과 우월해지려는 욕망 그리고 자만심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좌절되기 쉬운 시기이다. 더군다나 은퇴한 노인들에게 열등감을 느끼게 하는 노인 차별주의는 노인의 심리적 불안감과 불확실한 존재감을 낳고 더 나아가 상실감과 질병에 대한 취약성을 조성하기까지 한다. 더군다나 노년의 사회적 참여가 차단되고 노년의 능력과 인격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와 시선에 대해서는 그것이 어디서 비롯되는 것인지 의심해볼 일이다.
노인을 위한 특별위원회까지 만들게 된 정책적 제안과 그것의 적극적인 반영을 위해서는 많은 과제가 놓여있겠지만 지금 여기 부산지역의 노인과 청년의 공존을 위한 과제는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몇 달 전 어떤 기사를 읽었다. 예술창작지원금에 정년퇴임한 교수가 지원신청을 해서 많은 액수의 지원금으로 선정되었는데, 정당한 방법이었다는 데에는 누구도 이의는 없었던 것 같았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지원금에 의존하여 창작 활동하는 데에 있어 신세대의 반응은 다른 점이 보였다. 젊은 시절부터 많은 지원금을 받고 인정받았고 정년퇴임을 한 마당에 꼭 그렇게까지 해야 했는지
를 묻는 등 세대 차이에서 오는 갈등이 느껴졌다. 그동안 쌓여온 세대 간 소통의 부재에도 갈등의 원인이 있겠으나 진정한 예술을 향한 태도가 무엇인지, 양보의 미덕은 언제 어떻게 드러나는지에 대한 사고방식과 세대 간 의견의 차이가 확연히 느껴졌다.
노인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새로운 강점을 개발하고 발전할 수 있다. 즉 과거로부터 살아온 지식을 활용하는 능력이 높고 그 의미를 깊게 파악할 줄 안다. 그들의 풍부한 정신활동에서 얻는 현실적인 지혜를 젊은 층과 나눌 수 있는 상담이나 멘토링에 활용한다면 상호 바람직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노인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이용해서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생산적인 삶을 갈망한다. 자신의 경험을 전수하는가 하면 현대 사회의 새로운 기술에 맞는 사고방식과 협력체계에 대해서 얼마든지 열린 마음으로 배우며 실천에 옮길 수 있다.
이러한 노년의 의미, 변화에 기반해서 노인들을 사회에 참여시키고 이용하는 방식은 다양할 것이다. 부산지역의 경우 “노령화로 접어든 부산의 현실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한 대안으로 원로 예술인들에게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들은 젊은 예술가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소락을 경험한 인생 체험, 그것을 예술적 기량에 담아낼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2라고 하였다. 원로 예술인들의 사회봉사와 기여의 여건을 마련해 주자는 취지도 중요하지만, 자존과 삶의 보람을 찾게 해서 “신세대와 구세대가 한 공간에서 만나게 되고 세대 간의 단절도 대화나 소통으로 극복하게 되어 세대 간의 조화를 일구어내는 거점 공간이 부산예술회관이 되리라 믿는다.”고 방안을 제시하였던 것이다.3 부산의 문화는 인적 자원의 충분한 활용과 혼효에서 변별력 있는 창의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데에 근거를 둔 생각이었다. 그러나 2011년 이후 현재까지 거점 공간은 현실화하지 않고 있다. 거점 공간의 필요성에 대한 다른 예로써, 나는 부산문화재단의 ‘2023감만창의문화촌 입주예술가모집’에 공모한 적이 있다. 주요 프로젝트는 ‘안무멘토링’ 등이었다. 젊은 안무자들과 만나 그동안 쌓인 나의 안무경력과 지혜를 바탕으로 상담하고 조언해 보겠다는 의지가 있어 신청했다. 그런 의지가 재단의 공감대를 형성하기엔 부족했는지 통과되지 않았다. 심사평이 없어 자세한 내용은 문의해도 알 수 없었으나 결국 세대의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목적이나 소통과 통합의 의지가 전달되지 못해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노인 천만 시대 노인의 역할을 찾고 세대 간 존중이 살아있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대안으로 자원봉사가 있다. 청년과 더불어 갈 수 있는 노년의 한 역할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부산의 원로 예술인 인력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개발원이라든가 개발자문위원회를 두어 체계적으로 자원봉사 추진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서 다른 세대와 공존할 수 있는 봉사활동 관련 일을 노인에게 찾아줄 수 있다면 노인의 역할이 좀 더 풍성해지고 지역사회에 살아나게 될 것이다.
지금의 노년이 사회에 좀 더 기여하고, 생산 가능 인력이 부족한 곳에서 역할을 담당해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의 노인을 의존적 존재, 사회에 짐이 되는 존재로 볼 것이 아니라 노년의 역할 강화를 우선으로 지역의 세대 다양성을 위한 소통과 통합의 주체로 보아야 할 것이다.
오늘날 젊음을 찬미하는 문화적 추세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적으로 보편화되어 있다. 동양에서 인정하는 나이든 사람의 지혜와 성숙된 아름다움 그리고 축적된 풍부한 경험은 젊음을 찬미하는 문화권에서는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나이든 사람의 노련함과 날카로운 지혜가 인정받지 못하고 경제적 생산성만 중요시되는 태도의 사회는 우리 삶을 인간적으로 풍요롭게 만들지 못한다. 세상 사람들의 가치판단이 물질의 풍요보다는 서로에 대한 사랑과 존중에 더 놓일 때 우리 삶은 한층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
1 조선일보(2023. 10. 20), “尹이 힘실어준 김한길, 노인의 사회적 기여 방안 모색한다”.
2 최상윤(2023). “부산예술회관의 태동과 그 책무”(「예술부산」 통권 72호, 2022). 『예술문화에의 볼멘소리와 헛소리』,
세종출판사, 97.
3 ib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