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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보고서 톺아보기] 젠더 다양성과 성별영향평가 『 2022년 성별영향평가 종합분석 결과 보고서』 리뷰

발행일2024 발행처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첨부파일

젠더 다양성과 성별영향평가
『 2022년 성별영향평가 종합분석 결과 보고서』 리뷰

 

문재원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 여성학 협동과정 교수

 

「성별영향평가법」의 출발은,


성별영향평가는 법령, 계획, 사업 등 정부의 주요 정책을 수립, 시행하는 과정에서 여성과 남성의 특성과 사회·경제적 격차 등의 요인들을 체계적으로 성별영향 평가함으로써 정부 정책이 성평등 실현에 기여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서 「성별영향평가법」은 1995년 UN 세계여성대회로 거슬러 가는데, 북경 UN 세계여성대회는 성평등 실현 전략으로 성주류화(gender mainstreaming)를 설정하여 각국이 취해야할 구체적 내용이 담긴 ‘행동강령’을 채택하였다. 이 행동강령에 우리나라도 서명하면서 그해 12월 「여성발전기본법」이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이후 정책을 수립, 시행과정에서 그 정책이 ‘여성의 권익과 사회참여 등에 미칠 영향을 미리 분석, 평가하여야 함’을 명시하였다. 이러한 맥락 안에서 성별영향평가는 2004년에 시범 적용을 거쳐 2005년부터 점차 추진되기 시작했다.

2011년 「여성발전기본법」에서 개별법안으로 「성별영향평가법」이 만들어지고(참고로 2010년 여성가족부가 설립되었다.) 이에 따라 중앙행정기관, 광역·기초자치단체, 시·도 교육청에서는 제·개정 법령과 성평등에 주요한 영향을 미칠 계획과 사업을 수립할 때 반드시 성평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평가하는 것이 의무화되었다. 초반의 우여곡절 끝에 이 제도가 활성화된 것은, 2014년 개정 이후로 보면 될 것이다. 이때부터 제도와 조직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민관협력의 활성화를 통한 젠더 거버넌스를 주목하고, 각 지자체에서도 적극적으로 성별영향 분석평가 조례를 만들고 성별영향분석 평가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시간을 거슬러 보는 것은, 우리나라 공공정책, 기관에서 ‘여성’, ‘성평등’한 의제의 등장이 그리 길지 않음을 상기시키고자 함이다. 그리고 여전히 ‘성평등한 세상’을 모색 중이다.

 

이분법적 성의 지리(geographies of sexualities)를 넘어서


『2022년 성별영향평가 종합분석 결과보고서』(여성가족부, 2023)가 발간되었다. 보고서는 ▲성별영향평가 추진현황 및 결과 ▲특정성별영향평가 결과 ▲성별영향평가의 성과와 과제로 구성되어 있다. 과제 유형별로는 법령 18개 과제, 사업 21개 과제로 총 39개 과제, 기관유형별로는 중앙행정기관,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 시도교육청 등 주요 공공기관의 2022년 성별영향평가 추진 현황을 살펴보고 기관별 정책 개선 이행점검과 개선책을 제안하고 있다. 먼저 추진현황에서 2022년 성별영향평가 제도, 운영의 특징을 세 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첫째, 성별영향평가 대상 과제의 개선과제 도출률 증가 등 성별영향평가의 질적 수준이 제고됨. 둘째, 중앙행정기관의 정책 개선이행률이 높아짐. 셋째, 특정성별영향평가 추진 과제 수가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증가함. 이를 종합적으로 보자면, 2022년 성별영향평가 제도· 운영은 전반적으로 그 범위가 점점 확대되면서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 주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보고서에서 대상이 되는 사업은 3년 이상 주기로 수립하는 계획이 해당된다. ‘여성의 지위 향상, 성평등 실현을 직접 목적으로 하는 계획은 제외하고 있다는 점은 전제 사항이다. 중앙부처에서 기초자치단체에 이르기까지 워낙 방대한 과제를 대상으로 하는 평가작업이라, 이 보고서를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일반인들에게 친절한 보고서는 아니다. 더욱이 모든 사업들이 계량적으로 서술되어 있어 각 기관, 지역, 주체들의 맥락과 특이성을 읽어낼 수 없는 점도 여전히 불편하다.

여러 정책사례에서 흥미로운 점을 예를 들어 보자. “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 에서는 시민인식 조사에서 성별과 연령 등을 고려하여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고, 고령자?장애인?임산부 등 교통약자를 배려한 무장애 보행환경 조성 계획을 명시하였으며, 문화예술체계 및 보건의료체계에 고령자?장애인?임산부 등 모든 시민을 위한 지원체계 마련을 명시함으로써 양성평등한 도시 환경 조성의 기반을 마련”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때 의문은 모든 시민과 양성평등의 연결이다. 양성평등 안으로 들어오는 모든 시민들은 참 모호하다. 각 지자체들(광역시에서 기초자치단체에 이르는)의 정책개선 이행 사례들도 대동소이하다.

이러한 내용을 보면, 성별영향평가에서 이구동성으로 중요한 목표점으로 두는 성평등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보고서에 제시된 바, 성평등이 남녀, 양성에 국한되어 있음을 적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젠더 다양성의 주소들은 보다 복잡하고 중층적으로 성, 젠더, 인종, 계층, 지역을 교차하면서 이분화된 성의 지리(geographies of sexualities)를 넘어서는 일임을 주변의 거리 곳곳에서 만난다. 여전히 존재하되 등재되지 않는 복수의 섹슈얼리티의 지도는 언제쯤 우리 모두의 공간이 될까?

 

성평등 실현은 일상생활 혁명에서


성별영향평가가 성주류화나 성평등으로 나아가기 위한 주요 전략이나 도구라는 취지와 목적에는 이의가 없다. 문제는 이를 통해 ‘성평등 실현에 얼마나 기여했는가’이며, 이러한 질문 앞에서 해마다 증가하는 과제 수만큼 자신있는 긍정의 대답을 할 수 없는 현실에 곤혹스럽다. 물론, 우리 나라에서 성주류화에 입각한 정책들이 들어선 것이 그리 오래되지 고, ‘여성이 남성과 동일한 기회를 얻는 데까지 131년이 걸릴 것’이라는 말처럼 세상의 패러디임을 바꾸는 일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가령, ‘유모차(乳母車)’를 ‘유아차(乳兒車)’로 변경하는(「경북천년숲정원 운영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일은 단순히 네이밍의 변경이 아님을 안다. 성별고정관념을 깨고, 이를 일상화하겠다는 실천 전략을 담고 있다. 또한 지자체 위원회 구성에서 성별균형이 단순히 ‘구색 맞추기’가 아니라, 실질적인 참여와 의결권의 확보를 통한 젠더 정의(gender justice)에 닿아 있음을 놓쳐서는 안된다. 이처럼 일상의 실천과 연계된 정책들을 발굴, 의미화하는 내용들이 구체적으로 제시된다면 이 보고서는 계량화된 숫자를 넘어서는 의미를 확보할 것이다.

이 보고서에서 소개하는 주요 개선 사례를 보면, ▲여성의 사회·경제적 참여 및 사회안전망 확대 ▲성역할 고정관념 해소 및 차별적 요인 개선 ▲일·생활 균형 확산 ▲성폭력 예방 및 양성평등문화확산 ▲성별 특성을 고려한 사업 추진 ▲공공시설에 성인지 관점 반영 및 평가 기준 개선 등 이다. 이러한 범주의 내용 안에서 ‘여성’만을 지칭하거나 여성만을 위한 정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움직임도 포착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보편적 ‘여성’에 집중하고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정책 제도는 언제나 입안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세계 안에서 수행적 실천에 있다는 점은 말할 필요 없다. 이러한 점에서 눈에 띄는 것은 특정성별영향평가 대상 중 생활체감형 정책이다. 생활 속에서 느끼는 성차별 문제 및 개선 요구를 파악하기 위해 대국민 공모를 실시하여 우수한 제안을 생활체감형 특정성별영향평가 과제로 선정하였다. 특히 우체국 편의시설, 월경건강 및 권리, 피임, 성매매 감염병, 임신전 검사, 난임 지원, 임신 중단 등에서 개선안이 제시되었다. ‘국민공모’, ‘생활체감형’ 등을 내세워 일상생활 속 성평등 구현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확산하고자 하는 태도의 긍정성은 인정하나 보다 더 미시적인 영역으로 파고 들어가는 분석적 통찰력이 요구된다.

2022년 성별영향평가 추진현황을 통해 도출된 개선책으로 성별영향평가 자체교육 참여 확대와 기초자치단체 성별영향평가위원회 구성 및 운영 확대를 제안하고 있다. 이 제안이 다소 용두사미 격이다. 306개 기관, 27,109개 과제의 추진현황, 이행 과제들을 검토하면서 내린 진단이라기에는 일반적인 수준을 넘지 않는다. 여러 제약과 한계가 있겠지만, 여성주의적 기획과 실행이라는 입각점에서 현재 성별영향평가가 반복하고 있는 전형성을 벗어날 것을 주문하고, 제도와 운영의 괴리를 최소화하고, 경험주의적 연구를 보완하는 등의 제안들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구조는 그대로, 출생률은 반전?


「2023년 세계 젠더 격차 보고서(Global Gender Gap Report 2023)」를 보면 한국의 젠더 격차 지수는 0.680을 기록, 전체 146개 국가 중 105위를 기록했다. 경제참여·기회, 교육 부분에서 114위, 104위를 기록하고 정치부분에서도 88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보고 앞에서 성별영향평가 제도와 운영은 탄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현재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저출생의 근본적인 대책이 ‘성평등’에 있다. 성평등은 구색, 균형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로 접근해야하며, 이러한 시각 위에서 성별영향평가 분석에 대한 ‘보고’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