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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클래식, 관객과의 변주 문화예술 스타트업 샤콘느

발행일2024 발행처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첨부파일

클래식, 관객과의 변주

문화예술 스타트업 샤콘느

 

윤보영

문화예술스타트업 샤콘느 대표

 


변주곡이란?

 클래식 음악, 특히 고전 음악을 듣다보면 자주 접하게 되는 형식이 있다. 바로 변주곡(Variations)이다. 변주곡은 하나의 주제를 기반으로 리듬, 템포, 조성, 화음 등을 바꾸어 새로운 느낌을 주지만, 원래의 주제가 잘 느껴지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인 바흐 ‘샤콘느’의 주제는 8마디밖에 되지 않지만, 총 32번의 변주를 이끌어내면서 15분이 넘는 바이올린의 대곡을 완성하였다.

 

요리사의 변주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은 넷플릭스의 요리 서바이벌 예능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유명 요리사 ‘백수저’뿐만 아니라, 제작진이 재야의 고수로 분류한 ‘흑수저’ 요리사 중에서도 ‘철가방 요리사’, ‘급식대가’부터 ‘비빔대왕’, 그리고 만화책으로 독학으로 요리를 배운 요리사까지 기존 요리 서바이벌에서 다뤘던 미식의 변주가 펼쳐졌었다.
 필자의 가장 ‘최애’ 변주 셰프는 두부 요리로써 최고의 변주로 이목을 끌었던 ‘에드워드 리’였다. 그리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회차는 혼합팀전에서 스테이크가 “질기다”라는 손님들의 평가를 듣고 수정하고 보완하는 에드워드 리 셰프도 멋졌지만 이러한 상황을 심사위원이자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 더본코리아의 대표 백종원 대표가 직접 먹방러들이 먹고 남긴 음식을 먹어보는 장면은 충격적일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평소 백종원씨가 골목식당에서 가게 사장님들에게 “손님들이 돈 주고 산 음식을 이렇게 남겨서 그냥 가는데 단 한 번도 안먹어보냐”라고 질책하기도 했다. 요리의 완성은 소비자가 먹는것까지 생각을 한다면 잔반이 왜 남겨야 하는지를 궁금해 하는게 당연한 것이다.

 

클래식 공연의 잔반, 빅데이터 KOPIS

 클래식 음악 산업의 잔반은 어디서 확인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공연예술 산업의 통합전산망인 KOPIS를 살펴볼 수 있다. 2023년 공연예술통합전산망 기준에 따르면 전국의 서양음악(클래식) 공연으로는 부산 공연이 6.5%로 3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전국 지역별 전체 공연실적은 2위인 것에 반해 서양음악 장르별 티켓 판매액으로는 1위 서울 73.7%, 2위 대구 6.8%에 비하면 조금은 아쉬운 성적이다.

 

클래식 공연의 '백수저' 스타 연주자 

 창업한 이래, 필자가 시작해온 ㈜샤콘느의 키즈 콘서트는 재방문 고객 데이터가 네이버 예약 기준 현재 20,24%로 분석되고 있다. 아티스트들이 좋은 공연을 위해 연습하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셰프들이 주방이 아닌 쓰레기통으로 뛰쳐나와 소비자의 잔반인 어떠한 통계로 예매되고 있는지를 꼭 확인할 필요가 있는 이유이다.
 2023년 지난해 클래식 장르의 티켓 예매수는 308만 3521매를 기록, 전년보다 24.9% 늘었다. 같은 기간 티켓판매액 역시 999억 원으로 47.2% 급증했다. 전체 공연시장의 티켓예매수와 티켓판매액 증가율이 각각 14.3%, 23.5%라는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성장이다.
 지난해 최고 티켓 매출을 낸 클래식 공연은 〈키릴 페트렌코 & 베를린 필하모닉〉이다. 베를린필이 6년 만에 내한한 데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협연해 주목받았다. 당시 베를린 필 뿐 아니라 빈필, 네덜란드 명문인 로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까지 같은 시기에 내한했지만 베를린 필 인기엔 미치지 못했다. 이 공연은 티켓 가격이 최고가 기준 55만 원에 달했는데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사이트가 다운되고, 정상화 후 2분만에 매진될 정도로 관객이 몰렸다.
 스타연주자의 압도적인 티켓 파워로 ‘백수저’의 힘을 보여줬다면, 클래식 공연의 ‘흑수저’는 어디에 있는 걸까?

 

 

클래식 공연의 재야 고수 '흑수저' 아동 공연의 성장

 2023년 공연예술통합전산망 전체 티켓판매 현황에서 살펴보면 눈에 두드러지는 공연의 동향이 있다. 바로 아동 공연이다. 전체 공연회차의 24.5% 및 티켓 예매수 16.7%를 차지하고 있는 아동 공연은 공연 티켓 예매를 가장 활발하게 이용한 연령층 2030(74%), 성별로는 여성 예매자(86.5%)와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 중 대부분은 애니메이션이나 유명 캐릭터를 원작으로한 뮤지컬이 차지하고 있어, 공연 내용이 친숙하고 관객 유입이 용이한 형태이다.
 모차르트의 고향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시내 곳곳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종합 예술축제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45일간 연주회를 하면서 경제효과만 2,484억 원을 창출해내는 대표적인 세계음악축제이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자랑거리는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체계적인 프로그램이다. 공연 문턱을 낮춰 미래 관객을 길러낸다. 축제 기간 금요일 오전 10시 카피텔 광장에서 어린이를 위한 오페라, 발레, 드라마가 상영된다. 입장료는 무료다. 9~17세를 대상으로 오페라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오페라 캠프’도 개최한다. 또 청소년을 대상으로 오페라 연극 콘서트 티켓을 최대 90% 할인 판매한다. 가족 단위 관객을 끌어들인 비결이기도 하다. 1920년부터 시작된 이 축제는 아동 참여를 높여 미래 관객을 길러내면서 예술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두 마리를 모두 잡은 대표적인 축제이다.

 

다양한 변주는 새로운 주제를 창조

 깐깐하기로 유명했던 ‘안성재 셰프’ 심사위원이 급식대가의 음식을 먹어보는 장면에서 “오늘의 급식 메뉴는 무엇인가요?”하는 장면은 많은 화제를 낳았다. 또한 ‘흑백요리사’ 음식 중 한 가지만 먹을 수 있다면 무엇을 먹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서는 그는 의외로 급식대가의 음식을 꼽았다. 급식대가의 음식이 과거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는 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클래식 공연의 ‘파인다이닝’을 꼽자면 스타연주자들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형 공연들이 사랑받기위해서는 꼭 필요한 전제조건이 있다. 관객들의 니즈를 빅데이터를 통해 분석하며 다양한 클래식 공연을 바탕으로하는 변주들이 많이 연주되어야 하고, 어린이 관객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미래에 떠올릴 수 있게 하는 미래 관객을 길러야 한다.
 필자가 제작한 어린이 오페라 뮤지컬 10편 중 가장 애착가는 오페라는 바로 ‘모차르트 마술피리’이다. 주인공 타미노 왕자가 시련을 이겨내며 행복한 결말을 얻는 흔해 빠진 해피엔딩의 스토리이지만, 생각보다 그 시련의 문턱에서 이겨내는 경우보다 그 시련을 피해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관객의 니즈에 부흥하고 분석하며 공연하는건 오늘 공연기획자들의 숙제이자,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우리 모두의 시련이다.
 ‘두부’ 본연 재료의 특성을 살리면서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내야 했던 ‘흑백요리사’의 시련처럼, 오늘날 다양한 기획자들이 ‘클래식 음악’의 특성을 살리면서 관객과 함께하는 다양한 변주를 이끌어 낼 수 있길 기대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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