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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로컬 to 로컬

발행일2024 발행처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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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to 로컬

 

오동욱

(주)바림 대표

 

 

지역을 떠나는 청년들

 2020년, 필자는 국제신문과 함께 부산을 떠나야만 했던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청년 졸업 에세이〉를 공동 제작한 경험이 있다. 이 작품은 부산에서 성장했지만 지역의 한계 속에서 더 넓은 기회를 찾기 위해 고향을 떠나야만 했던 청년 세대의 목소리와 그 속에 담긴 애환을 기록했다. 이를 통해 빠르게 사라져 가는 청년 인구와 이를 둘러싼 사회적 현상들은 단순히 개인의 아쉬움을 넘어 지역 경제와 사회의 구조적 균열을 예고하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다큐멘터리가 제작된 지 4년이 지난 현재, 부산의 인구 감소는 여전히 심각한 상태다. 청년층의 유출은 부산을 전국 광역시 중 최초의 고령사회로 밀어 넣고 있다. 현 세대의 부산지역 청년들은 ‘탈출’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만큼 고향을 떠나고 있다. 많은 청년이 고향에 남고자 했으나, 지역 내 일자리와 성장 기회가 부족해 떠나야만 했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필자와 같은 30대 중반 세대 주변을 둘러보아도 이미 절반 이상이 부산을 떠난 상태이다.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과 제조업의 쇠퇴 속에 부산은 인구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하고자 각종 자금을 투입하며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여전히 청년들이 돌아올 수 있는 부산을 만드는 데는 많은 난관이 존재하고 있다.

 

로컬크리에이터의 정의와 역할

 로컬크리에이터란 무엇인가? 시대에 따라 한 지역을 다방면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의지는 ‘도시재생’, ‘문화 재생’, ‘로컬크리에이터’, ‘글로컬’ 등 다양한 단어들을 주목하였고, 이는 지역이라는 단어 안에서 큰 뜻을 같이한다. 로컬크리에이터 역시 ‘지역 예술가’, ‘지역 소상공인’, ‘지역 활동가’ 등을 포함한 뚜렷한 경계가 없는 포괄적인 단어로 지칭되고 있다. 현재는 지역 자원을 활용해 지역 경제와 문화에 기여하는 창의적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로컬크리에이터는 말 그대로 지역 내 자원과 고유한 문화를 창의적 방식으로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창작 활동가를 의미한다. 이들은 지역 자원을 창의적으로 해석하고, 고유한 문화적 유산과 정체성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사회 회복력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은 지역의 전통산업을 현대적 방식으로 재해석하거나, 지역 예술과 문화 콘텐츠를 발전시키며 지역을 살리는 중요한 매개체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중 문화예술이란 장르는 현재 로컬크리에이터라는 단어 안에서 가장 매력적인 콘텐츠다. 문화예술 도시재생으로 시작되어 현재는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한 로컬크리에이터들과 지역 상생의 표본이 되었다고 평가받는 해외의 사례를 살펴보자.

 

일본 나오시마 섬의 사례 : 예술을 통한 지역변화와 상생의 모델

 나오시마 섬은 일본 시코쿠 가가와현에 위치한, 세토 내해의 동쪽에 자리 잡은 작은 섬이다. 이곳은 에도 시대에 제염업과 해운업으로 번영을 누렸으며, 미쓰비시 광업이 제련소를 설치하면서 또 한 차례 전성기를 맞이하였다. 그러나 주력 산업의 변화로 지역 경쟁력을 상실하면서 쇠퇴하기 시작한 섬은 점차 활력을 잃어갔다. 황폐해져 가던 이 섬은 1986년, 일본의 출판사인 베네세 그룹의 ‘나오시마 프로젝트’를 통해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한 변화를 모색하며 재탄생하기 시작했다. 베네세 그룹은 나오시마 섬의 자연환경과 전통적 배경을 존중하며, 문화예술을 통해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하고자 했다. 안도 다다오를 기점으로 건축물을 통한 기반을 마련하였고, 다양한 예술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현재는 매년 수십만 명이 방문하는 ‘예술의 섬’으로 변모하였다.
 나오시마 섬이 일본의 대표적인 ‘예술의 섬’으로 성장한 원동력은 단지 예술적 가치와 아름다운 건축물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꾸준히 이어진 지역 사회와의 상생과 협력이야말로 나오시마 섬의 변화를 이끈 핵심 요소다. 지자체, 주민, 예술가들의 오랜 논의와 협업을 통해 단발적 이벤트를 넘어선 다양한 콘텐츠가 창출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나오시마 섬은 현재까지도 지속 가능한 지역생태계를 유지하며 문화예술산업으로서의 경제 성장력을 바탕으로 활기를 더해가고 있다.

 

대만 보얼 예술 특구 : 지역 상권과 로컬크리에이터의 협력 모델

 대만 가오슝시에 위치한 보얼 예술특수(Bo-Pi-Liao)는 문화예술을 통한 지역 상권 활성화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곳은 과거 항만시설로 사용되었던 창고 지역이었으나, 2002년 대만 정부가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문화예술 중심지로 변모했다. 버려졌던 창고와 항만 부지들은 현대적인 예술 공간과 복합 문화 시설로 탈바꿈하여, 지역 상권과 관광객을 유입하는 중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보얼 예술특구의 성공적인 변화는 로컬크리에이터와 상권 간의 긴밀한 협력 덕분이다. 초기에는 주로 예술가들의 전시회와 공연을 통해 문화적 분위기를 조성했으며, 이를 계기로 다양한 상점과 카페, 공예품 매장이 들어서면서 활발한 상업 지구가 형성되었다. 이 지역은 단순히 관광객 유치에 그치지 않고, 현지 예술가들이 상인들과 함께 특색 있는 제품과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함으로써 상생의 모델을 구축해 왔다. 특히 이 지역은 단순한 전시와 공연 공간에 그치지 않고, 지역예술가들과 지역 소상공인들이 협업하여 지역 특산물과 수공예품을 활용한 예술 상품을 제작하는 접근 방식은 관광객들에게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면서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끝으로, 로컬크리에이터, 문화예술로 여는 지역 재생의 씨앗

 지방 소멸 위기는 대부분 피할 수 없는 현실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문화예술은 강력한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논의한 해외의 사례들처럼, 단순한 개인의 활동과 의지가 아닌 지역민들 대부분이 로컬크리에이터로서의 의지를 토대로 문화예술이란 매개체와 협력하여 지역을 개발한다면, 단순한 경제적 성장 수단을 넘어 지역 사회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문화정책이슈페이퍼, 로컬크리에이터, 바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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