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과 부산예술인복지지원센터
김두진(부산문화재단 예술진흥본부장)
최근 “예술인 활동증명”을 받으려는 예술인들이 부산문화재단에 쓰나미처럼 밀려들고 있다.
지난 4월 말 부산시에서는 예술활동증명을 마친 문화예술인 3,200여명을 대상으로 1인당 50만원의 긴급생계비를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창작활동 지원, 굿모닝 예술인 지원, 힐링과 향유를 위한 문화예술활동 지원 등 코로나19 피해 극복 문화예술계 긴급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지원대책 중 가장 피부로 와 닿는 사업은 긴급생계비 지원이고, 이를 위해서는 ‘예술활동증명’이 제일 중요한 기본요건이다. 그동안 잘 몰라서, 혹은 알고 있어도 실생활에 별로 도움되는 것이 없어서, 심지어는 나의 예술활동을 국가에서 증명하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 등등 이제까지는 쳐다보지도 않았던 것이 이렇게 유용하게 쓰일 줄은 아마도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으리라.
코로나 19 사태로 거의 모든 공연과 전시, 지역축제, 각종 예술강좌 등이 사실상 멈춰버린 지금 부산의 문화예술인들도 예외 없이 생계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세상 이치가 그러하듯 이런 어려운 시기일수록 사회적·경제적 약자들의 피해나 어려움들이 더 도드라져 보이고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마련이다. 여기서 다시 한번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에 대한 지원과는 별도로 그들의 기본 생계를 꾸려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복지정책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동안 예술인들은 기본적인 사회안전망과는 거리가 먼 특별한 사람쯤으로 생각되어 왔었고 예술인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 위기는 실상 코로나 이전부터 항상 내재되어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죄송해서 몇 번을 망설였는데.... 저 쌀이나 김치를 조금만 더 얻을 수 없을까요...”
지난 2011년 1월 지병을 앓고 있었으나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생활고에 시달리다 월셋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故 최고은 작가가 이웃에 남긴 쪽지 중 일부이다.
이 사건으로 예술인복지법 제정과 한국예술인복지재단과 예술인복지지원센터가 설립되었다. 부산에서도 2013년부터 ‘부산예술인복지증진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어 부산예술인 실태조사 및 부산예술인복지증진계획이 수립되었으며 이를 근거로 전국 광역문화재단 중에서는 처음으로 ‘부산예술인복지지원센터’가 2017년 문을 열기에 이르렀다.
특히 2016년부터는 예술활동증명 대행사업을 통해 4,000명이 넘는 예술인들이 증명을 마쳤고 매년 300여 명이 창작준비지원금의 수혜를 받을 수 있었으며, 10억 가량의 시비를 확보하여 부산예술인들을 위한 다양한 복지사업을 펼쳐내고 있다.
'2020 예술인파견지원사업 매칭데이 - 예술인을 JOB아라' 행사 |
<참고> 2020년 부산예술인복지지원센터 주요사업내용
구 분 |
사 업 내 용 |
비 고 |
창작역량강화 |
예술인창작준비금 신청 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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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빈집활용)사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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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심 빈집활용 <청년마을놀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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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예술인 아카이빙사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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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지원 홍보사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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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역량강화 |
예술인 일자리 파견 지원사업(개인형,협력형) |
한국예술인복지재단 협력 |
불공정관행개선 |
예술인컨설팅 매칭사업 - 법률, 계약, 저작권 등 상담 및 교육 |
온, 오프라인 |
성희롱, 성폭력 예방센터운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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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안전망구축 |
사회보험료지원,산재보험,예술인금고,의료비 지원 등 |
한국예술인복지재단 협력 |
센터운영 |
예술인 퍼실리데이터 운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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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활동증명 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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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센터를 기반으로 중앙정부 차원의 예술인복지정책과도 연계점을 마련하고, 굿모닝예술인 파견 지원사업, 반딧불이 사업 등 지역의 독자적인 영역 발굴 및 지원의 초석을 마련하였다. 부산지역 예술인 2,000명을 대상으로 2015, 2018년 2차례의 실태조사를 통하여 지역 예술인의 실태와 현황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되었으며 예술현장의 요구와 정책과 사업의 한계점 또한 파악할 수 있었다.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민선7기 문화예술분야 정책, 부산문화 2030 비전, 부산문화재단2030 비전 등의 정책비전과 전략에 예술인 복지 영역을 주요한 과제로 도출할 수 있었다.
반면 전국에서는 처음 선도적으로 예술인복지지원센터를 설립하였으나 단순한 중앙정부의 복지정책의 대행과 안내 역할에 그치면서 부산예술인복지지원센터만의 정책들을 펼쳐내기에는 여러 가지 부족한 점들이 많았다. 즉 부산지역 예술인들의 피부에 직접 와 닿는 복지정책 개발에는 미비했다는 점 또한 실토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 시대에 예술인들의 생계와 보편적 사회안전망으로의 편입에 대한 요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난 5월20일 국회에서 예술인들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개정안'과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 징수 등에 관한 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미 2014년부터 문체부와 고용노동부는 이에 대해 논의와 준비 등을 하였으나 6년이 지난 이제야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가 마침내 통과되어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환영할 만하다.
이에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자유활동가(프리랜서) 예술인들은 이제 고용보험이 당연 적용되고, 실업급여와 출산전후급여 등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고용보험을 적용받는 대상은 문화예술용역계약을 체결한 자유계약(프리랜서) 예술인(1개월 미만의 문화예술용역계약을 체결한 단기예술인 포함)이다. 다만, 65세 이상 및 일정 소득 미만인 예술인은 가입이 제한된다.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24개월 중 피보험단위기간 9개월 이상을 충족해야 하고, 임금 근로자와 동일하게 중대한 귀책사유에 의한 해고, 피보험자의 자발적 이직 등의 경우에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예술인 고용보험 도입의 현황과 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의 공감대를 조성하는 동시에 서면계약 활성화 및 표준계약서 보완, 사업주의 행정부담 경감을 위한 지원, ‘예술인 복지법’ 개정 및 관련 규정 정비 등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요즘 한창 정치권에서 논의가 되고 있는 ‘전국민 기본소득제’에 앞서 ‘예술인생활임금제’를 우선 도입해서 사회적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 만들어 나가면 어떨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부산문화비전 2030에서도 <부산예술인 복지 2030 계획>을 통한 예술인의 집(주거, 창작지원이 가능한) 조성, 고충센터 건립, 공공주택제도, 복지금고 도입등 예술인들의 최저 생활 보장과 창작환경개선의 복지체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듯 예술인 복지에 대한 관심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촉발되고 중요한 정책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정책 환경에 대응 할 수 있도록 부산예술인복지지원센터의 조직과 인력의 확대와 위상강화가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고민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지역 예술인들의 열악한 생활환경과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지역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한 부산지역 고유의 복지정책을 개발해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예술인들의 삶, 지위, 권리, 사회적 역할 및 가치에 대한 중요성을 우리사회에 끊임없이 알려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