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당신의 예술은 안녕하십니까? 〔열릴 것인가?〕
강원재(부산소극장연극협의회 대표)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다’
부산 연극계도 코로나 19의 직격탄을 맞으며 주춤거리고 있다. 대다수의 공연이 취소되거나 연기되었고, 공연장도 휴관을 이어가고 있다. 불과 몇 개월 전과 너무나 다른 일상의 변화는 지역 공연계를 멈추게 하였고, 본업이 사라진 예술가들은 그나마 생활의 안정을 찾아주던 예술강사까지 멈추면서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사태의 심각성을 이해한 듯 정부와 지자체는 예술계에도 최소한의 보장을 위한 재난지원정책을 내어놓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반갑기도 하지만 마음 한편에 불안감을 느낀다.
코로나 19가 오기 오래전부터 부산의 순수예술을 지향하는 연극시장은 풀리지 않는 사회적 문제들로 정체되고 곪아 있었다. 전문 예술 인력의 부족과 중앙 집중 현상, 민간 공연장 쇠퇴, 순수공연예술 시장의 사회적 외면, 전문교육 부족 등. 최근 부산의 대표적 민간 소극장 두 곳이 폐관을 하게 된 것도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한 예이다.
4월 말, 부산시에서 부산 예술계와 소극장에 긴급지원을 하기로 결정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때마침 코로나 19로 긴급수혈이 시작되었고 본질적인 문제는 논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또 다시 각자가 안고 가야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그렇다면 지금의 관심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될까?
‘부산 소극장은 계속 위기였다’
올해 초 두 개의 연극 전 용소극장(한결아트홀, 청춘나비아트홀)이 폐관을 하였다. 코로나 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기 전이다. 운영난과 임대인의 압박으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코로나 19가 오기 전, 두 극장이 문을 닫는 소식이 언론에 공개되었고, 이후 소극장 협의회(부산 소극장 연극 협의회)는 부산시와 부산 소극장 위기에 대해 소통 중이었다. 부산 소극장은 오래전부터 운영난을 겪고 있었고, 최근 몇 년 사이 각 극장의 상황은 더욱 심각해져 폐관을 염두하고 있는 극장이 대다수였다. 그리고 코로나 19가 왔다. 다른 여러 소극장들이 2월부터 휴관을 시작하였고, 5월 말 기준 3개월 동안 소극장 협의회 소속 7개 극장 중 단 두 작품만이 공연되었다. 현재 부산 연극시장은 몇 개의 상업적 공연 외에는 정지되어 있는 상태다. 소극장들은 버티고 있다. 그렇지만 내부에선 코로나 19가 올해 하반기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부산 소극장의 대다수가 내년을 견디기가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계속 버티기에는 각자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재원이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소극장이 필요한 이유는 뭘까?
그동안 문화예술 관계기관의 담당자들을 만나며 아쉬웠던 것은 소극장에 대한 인식이었다. 연출이나 배우 그리고 극단의 존재가치는 이해를 하지만 극장이 존재해야 되는 이유에 대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예술단체로 보기보단 단순히 개인사업자나 공간을 상업적으로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소극장은 젊은 연극 작업자들의 프로 데뷔 무대이고, 연극 예술가들이 소통하는 공간이며, 대다수의 창작 작품이 첫 선을 보이고, 제작자에겐 작품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예술시장이다. 소극장이 건재하면 공연예술시장의 기반은 튼튼할 것이다. 그러나 소극장이 사라지면 부산의 공연예술시장은 도태될 것이다.
부산 소극장은 지역 공연예술시장의 중요한 기반이다. 지역 순수예술의 기반이 되는 부문에 대한 지원은 문제의 본질을 조사 검토하고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소극장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은 부산시에서 후원하는 소극장 활성화 사업을 통한 창작지원인데 소극장에서 창작공연을 개발하는 목적으로 시행되어 왔다. 이 외에는 한국예술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전문인력지원사업’ ‘특성화 극장 지원사업’ 이 있으나 심사기준에 지역 공연예술시장의 특성이 배제되어 있기 때문에 지역 소극장이 수혜를 받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분명 지역의 소극장의 특성을 이해하고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청춘나비아트홀 연극 세미나 |
소극장의 지원사업은 기존 창작지원형태와는 달라야 한다.
소극장 운영이 어려워진 제일 큰 이유는 부산에서 제작된 연극 공연의 개수가 매년 줄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 소극장은 평균적으로 매년 3개 내외의 창작공연을 제작하고, 이 외에는 대관공연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작년 한 해(2019년) 극장 가동률은 연평균 50%가 안 되고, 2018년과 비교하여 전체 공연이 20% 이상 감소하였다. 공연의 개수도 줄고, 공연 회차도 줄었다.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부산에서 제작된 공연이 많아져야 한다. 좋은 작품도 있고 안 좋은 작품도 있을 수 있다. 그 안에서 선의의 경쟁이 생기고 점차 작품의 질적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예술지원정책만으로는 모든 공연을 수용하기는 힘들다. 대부분의 예술지원정책은 심의를 통하여 수혜단체를 선별하는 선택집중 방식이다. 정해진 예산이 있고, 공정한 분배를 하기 위함이다. 신청한 모든 단체에게 골고루 지원을 해주기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소극장의 지원이 극단의 작품 제작에 도움이 되고, 작품의 개수와 질적인 향상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 소극장 운영의 직접적인 지원은 부산 극단의 대관료 부담을 완화하고 공연시장의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
지금은 긴급수혈이 필요한 때다.
앞서 얘기했듯 올 한 해를 버티지 못하면 부산 소극장은 내년에 더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부산문화재단이 직접 민간 소극장들을 장기 대관하여 올해 지원받지 못한 공연예술단체나 젊은 연극인들을 대상으로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그전에 상호 소통과 이해의 과정이 중요하다. 지자체와 관계기관(문화재단)이 민간협회와 협력하여 행정상의 문제점을 상호 이해하고 그것에 대한 보완을 강구하고 지원사업을 공동 개발해야 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부산 소극장은 소리를 알리기 위해 오랫동안 문을 두드려 왔다. 이번 코로나 19가 계기가 되어 소극장들이 오랫동안 짊어지고 있던 여러 문제점들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함께 개선안을 찾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