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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국공립문화시설의 새로운 뉴노멀에 대한 전망 - 공공 공연장을 중심으로

발행일2020-08 발행처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첨부파일

국공립문화시설의 새로운 뉴노멀에 대한 전망 - 공공 공연장을 중심으로

 

영화의전당 공연예술팀장 서승우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미증유(未曾有)의 코로나19 사태가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의 변화와 위기를 몰고 왔다. 문화예술 분야, 특히 현장성과 대면 접촉을 기본으로 하는 공연예술 분야에 대한 타격이 심각하다. 세계 주요 공연장들이 폐쇄되고 재개 시점이 불투명한 지금, 국내 공공 공연장들은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 공연장을 제한적으로 열고 닫는 조치를 반복하고 있다. 앞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위기 상황에 주요 공공 공연장들의 대응 현황과 방식을 먼저 공유하면서 위드 코로나 시대에 지속 가능한 예술 활동을 위한 뉴노멀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한다.

 

무슨 일이 있었나?

 

지난 6개월 동안 국내 모든 공연장들이 코로나19로 인한잠시 멈춤이라는 공통 경험을 가지면서도, 제한된 범위 내에서 각기 다르게 대응해 왔다. 지난 223일 코로나19 관련 경계경보가심각단계로 격상되면서 전국의 공연장이 419일까지 임시 휴관에 들어갔다가 420일부터 생활 속 거리두기 세부지침에 따라 좌석 지그재그 한 칸 띄어 앉기 및 예매를 통해 공연장을 재개관하여 운영하였다. 그러나 수도권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지난 529일 실시된 정부의 수도권 등 방역조치가 무기한 연장되면서 다시 문을 닫았다가 719일 수도권 공공시설 운영 제한 조치 완화 결정에 따라 722일부터 운영을 재개했다. 이 시기 국공립 공연장의 폐쇄와 바로 이어진 좌석 지그재그 한 칸 띄어 앉기 및 강도 높은 방역(발열체크, 문진표 작성, 시설 상시 소독 등)은 당연한 조치라고 생각했고 그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금방 끝날 것 같았던 코로나19는 우리 곁을 떠나지 않았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확실한 미래로 우리를 인도하기에 이르렀다. 그로 인해 수많은 예술가들과 문화예술 단체들이 곤란을 겪었고 힘들어했고, 심지어 생계의 위협까지 받아야 했지만 공공 공연장의 일방적인 조치는 이어졌다. 공공 공연장을 운영하는 주체가 대부분 공무원이거나 준 공무원이다 보니 코로나19 감염증 확산방지 및 예방을 위한 당연한 조치이고 그 행정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다. 또한 위반에 따른 확진자 발생 시 조사, 검사, 치료 등 관련 방역비 전액에 대한 구상권 및 손해배상 청구에 대한 부담을 감당할 수 없기에 공연장 폐쇄와 좌석 지그재그 한 칸 띄어 앉기 등의 세부지침을 이행할 수밖에 없었다.

문화예술진흥법 제51항에 의해 문화예술 활동을 진흥시키고 국민의 문화 향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하여 건립된 문화시설인 공공 공연장이 너무나 쉽게 예술가와 시민을 외면하게 될 줄 알았을까? 철학 없이 운영되고 있는 국공립 공연장의 민낯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온라인 공연은 대체재인가 보완재인가?

 

코로나19와 함께 공연예술계에서 자주 듣게 된 단어가언택트’, ‘비대면’, ‘온라인’, ‘영상화’, ‘방구석 1등이다. 공공 공연장에서도 초기에 앞 다투어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직접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한 공연장도 있고, 다른 국내외 공연장 및 예술 단체들의 온라인 공연 영상을 온라인을 통해 제공하기도 했다. 또한 제작비용과 인력이 부족한 공공 공연장에서는 과거에 진행했던 기획 공연 중 단순 기록용으로 보관된 영상을 제공하면서 온라인 공연이 라이브 공연의 대체재가 된듯 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콘텐츠의 퀄리티, 플랫폼의 문제, 수익 구조, 저작권, 제작비 등 여러 가지 이슈들이 제기되면서 주춤하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부각된 공연영상물은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과 유럽의 공연장 및 단체를 중심으로 서비스가 되고 있는 인기 아이템이었다. 뉴욕메트로폴리탄오페라, 영국 내셔널 시어터의 라이브 영상은 전 세계 공연 팬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2006<마술피리>로 론칭한 메트로폴리탄오페라의 Live in 성공 요인은 뉴욕에서만 볼 수 있는 오페라를 영화관에서 20달러 정도의 가격으로 라이브로 관람한다는 것과 공연의 현장성을 결정짓는 Here & Now에서 Here는 아니지만 Now는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극을 받은 영국 내셔널 시어터가 NT Live를 론칭하였고 처음부터 유료 모델을 구축해 높은 수준의 영상 퀄러티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공연영상화 사업에 대한 개념이 없던 2013년에 예술의전당이 `SAC On Screen`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 초기부터 지금까지도 공연 아카이빙의 확장 정도로 생각했던 사업인데, 이번 코로나19 이후 각광을 받고 있다. 당초 아카이빙을 위한 현장성을 살린 라이브 상영과 이를 편집 과정을 통해 더욱 재미있고 실감나는 영상으로 제작하여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으로 배급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공연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접근성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공연 영상 시장은 공연 시장이 먼저 단단하게 형성된 뒤에 그 관객의 일부가 파생되는 양상이 주요하기 때문에 공연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진입할 가능성은 낮다. 관심은 있으나 티켓 가격이 부담이 되었던 사람들, 물리적인 시간과 거리에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많아야 시장이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국내는 아직 공연시장 규모 자체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성장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일어나는 공연예술의 특성상 온라인 공연이 라이브 공연의 대체재가 될 수는 없다. 이 시기 잠시 초기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를 강화할 때 공연의 생산자인 예술가의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온라인 공연이 라이브 공연의 보완재로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공공 공연장의 역할

 

미증유(未曾有)의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너무나 쉽게 예술가와 시민을 외면한 공공 공연장의 역할을 생각해 본다.

공공 공연장은 문화예술 활동을 진흥시키고 국민의 문화향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하여 설치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문화 인프라이다. 문화향유에 대한 공공성과 형평성, 평등성, 접근성 그리고 문화예술, 복지, 창조 등과 같은 공공적 가치를 구현시킬 목적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적재원을 투입해서 설립하고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공공 공연장은 예술과 시민의 만남을 주선시키는 문화예술 향유의 장이며공연법의 적용을 받아 실연을 담당하는 공연장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6,70년대 산업화 시대를 지나 1980년대 중반에 들어서 제5공화국 국정지표에문화 인프라 확충이 포함되면서 문화예술회관 등의 공공 공연장 건립이 본격화되었다. 공공 공연장 시설을 대변하고 있는 문화예술회관은 1984지방 문화 중흥 5개년 계획을 기초로 건립되기 시작하여 꾸준히 증가하였으며, 공연예술이 소수의 혜택만이 아니라 다수에게 정당하게 배부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문화의 복지화,‘문화의 민주화논의 확산에 따라 공적자원이 공연장 설립에 투입되어 현재 전국에 255개 문화예술 회관이 건립되어 운영 중이다.

공공 공연장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예술 정책을 최우선으로 실현하는 기관으로서 시민들의 예술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고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공연장에서 제작되고 공연되는 공연 프로그램은 개인에게 하나의 감정구조를 만들어 내고 감정 구조가 모여 그 시대의 문화를 만들어 내기도 하며 공공 공연장의 이러한 역할이 시대적인 틀(paradigm)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따라서 공공 공연장은 물리적이며 체험의 공간이다. 또한 공연예술을 실현하는 공간으로서 그 안에서 발현되는 모든 프로그램은 이러한 공간의 복합적인 역할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이러한 공공 공연장의 비능률성을 해소하고 시장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우선시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이론의 등장으로 공연장에 내포된 문화적, 예술적 이념과 이윤추구 그리고 이해관계의 상호작용 속에서 시장지향성과 공공 우위의 분배적 성격 유지라는 상호 모순된 개념 속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결과 대부분의 공공 공연장에서는 단기적인 정량적 성과를 기준으로 하는 경영 평가에 집중하기 위해 대중성과 흥행성이 있는 콘텐츠를 선택하여 지역의 관객들에게 소개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공 공연장의 뉴노멀

 

미증유(未曾有)의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공공 공연장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미래 반복될 수 있는 팬데믹의 대비는 물론 위드 코로나 시대에 지속 가능한 예술 활동을 위한 뉴노멀은 무엇일까?

첫째 공연장의 물리적 환경에 변화가 예상된다. 최대한 대면접촉이 없도록 온라인 예매와 모바일 티켓을 활용한 입장, 키오스크 등의 무인발권 시스템을 통해 티켓을 발권하고 입장하는 즉 공연 관람만을 위한 비대면 시스템이 도입될 것이다. 또한 관객들이 입장하기 전 생활 방역 인력들에 의한 방역은 물론 입장 시에도 마스크 착용과 문진표 작성, 손소독, 발열 체크 등 철저한 방역을 실시하며 공연 관람 시에도 모두 마스크를 끼고 침묵한 채 무대를 바라보기 때문에 어떤 시설보다 감염으로부터 안전한 곳이라고 인식하게 될 것이다.

 

둘째, 공공 공연장은 고퀄리티의 공연 영상화 작업이 가능하도록 시설을 확충, 스튜디오 형태로 운영하여 필요시 지역의 예술 단체와 예술가들에게 무대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하여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 공연의 아카이빙 기능은 물론 공연 홍보와 유통, 배급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위드 코로나 시대에는 국가 간 이동 제약 및 격리조치 등으로 국제 교류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에 해외 아티스트 공연이 쉽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이 아니라 로컬라이제이션이 부각될 것이고 이는 지역의 예술가를 발굴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역 예술가들을 발굴하고 양성하여 관객들과 만나는 기회들을 공공 공연장에서는 더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 지역 공공 공연장을 통해 지역의 예술가를 재발견할 수 있는 참신한 기획이 지역 공연장 연대를 통해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다 보면 단순히 프리젠팅만 하는 형식의 공연장이 아닌 지역의 예술적 자원들을 끌어안고 그야말로 제작을 해야 하는 지역예술 생산의 거점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발굴된 지역의 예술가를 국내·외에 알리는 방법으로 온라인 스트리밍, 중계가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이동이 제한된 시기에 공연 영상물은 국제 교류행사로서 좋은 방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부산문화재단, 문화정책, 서승우